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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보세요, 꼭 보세요”

영화 <콘클라베> 관람 후기

by 이승희

“<콘클라베> 보세요, 꼭 보세요”


<콘클라베>, 하마터면 놓칠 뻔했는데 봐서 너무 다행이다. 내 기준 너무 잘 만든 그리고 좋은 영화다. 배경 자체가 바티칸이라 그렇긴 하지만 화면 색감도 너무 좋고, 캐릭터 구성도, 대사도, 음악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까지. 완벽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건 메시지다. 큰 종소리처럼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대의를 위한다는 포장 안에 감춰진 각자의 속내, 전체 혹은 결과를 위한다는 핑계로 내팽개쳐진 본래의 목적, 무관심 속에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사라지는 사람들. 영화를 보는 동안 내게 찾아온 것들이다.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고 있고 대부분 그런 내가 좋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작아질 때가 있다. 그건 바로 ‘평등’ 앞에서다. 많은 부분에서 가톨릭 문화를 애정한다. 하지만 ‘평등’에 있어서 만큼은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영화 초반부 ‘콘클라베’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추기경과 수녀의 모습을 보며 불편했는데, 중반에 빈센트의 식사 전 기도를 통해 답답함이 조금 해소되었다. 일상적이어야 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아 다른 추기경들을 당황하게 했던 그의 기도 장면을 보며 속으로 ‘그래, 그렇지, 그래야 맞지’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에 몰입하게 됐다.


또 한번 나를 움직인 건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렌스의 설교’였다. 요즘 나는 ‘왜 나는 항상 흔들리는 걸까’ 하는 질문을 하곤 했고, 확신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많은 에너지를 쓰는 나 자신이 못마땅했는데. 영화 대사 중에 주인공이 설교 중에 자신이 ‘오랫동안 두려워한 것은 ‘확신’이었고, 확신은 화합의 가장 큰 적이‘라는 이야기를 마주하니 큰 위로와 함께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삶의 방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도 좋았지만 그보다 좋았던 건 빈센트의 발언이었다. 무슬림의 테러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이 잃었고, 이로 인해 외부와 단절됐던 콘클라베 장소의 지붕도 무너진다. 테러 소식을 접한 추기경들은 혼란에 휩싸여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한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여론이 기울자 전쟁터와 같은 곳에서 활동하던 빈센트는 ’전쟁을 아느냐‘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콘클라베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말할 때 싸워야 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한다. 또 더 나아가 교회는 전통이 아니고, 교회는 과거가 아니며, 교회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교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내가 이 영화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나는 여기서 교회를 ’사회‘라고 바꾸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날로그와 빈티지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나의 취향일 뿐 현재보다 중요한 과거는 없으며, 현실보다 중요한 전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채 살아가고 있다. 영화에서도 그렇다. 가장 성스러워야 할 콘클라베는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로 혼란에 빠지고, 결국은 각자의 민낯이 드러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잘못된 길을 걸어갔으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무엇인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금 우리 정치 상황에 대입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 깊게, 묵직하게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여건이 되면 한번 더 보고, 나중에 소장할 수 있으면 소장해서 가끔씩 꺼내봐야겠다. 아 원작이 소설이라니까 일단 책부터 사야겠다.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될 듯하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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