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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뿌듯, 다시 제자리로 !

by 이승희

250406

오늘의 뿌듯

어제는 엄마 생일이라 가족들이 공주에서 모여 맛난 밥 먹고 시간 보냈다. 한 명이 빠졌는데도 열두 명이나 돼서 지난주에 급하게 식당 알아보고 예약했다. 밥 먹고 소화도 시키고, 공주 구경도 시켜줄 겸 공산성 산책할까 했는데 아쉽게도 비가 왔다. 허나 비가 온 덕분에 통창으로 된 식당의 분위기는 더욱 운치가 있어 좋았다. 모든 일이든 좋은 것만도 나쁜 것만도 없다. 네이버 리뷰가 좋아 찾아간 식당 ‘솔반’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음식도 맛있었다. 원도심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귀한 손님 모실 때 또 가도 좋을 듯하다.


솔반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티고개로 60) 여기 맛있어요.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이 식당만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있어 좋다. 음식 사진은 한 장도 없지만 정말이다. 열두 명 중에 음식 사진 찍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역시 우리 가족이다.


엄마가 오래간만에 편안하게 웃는 것 같아 좋았고, 나도 가족들도 다들 편안해서 좋았다. 밥 먹고 근처 카페 가서 차 마시고, 비가 와서 다들 내 집으로 모였다. 집을 잘 구했다는 생각을 어제 또 했다. 주변에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찾기도 쉽고,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여러 명이 모여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빠랑 조카들은 안방에서, 우리는 작은 방에 모여 가족회의 비스무리한 시간을 가졌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서로 감정 상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바를 정하기로 했다. 누구 하나 ‘왜 저래’하는 생각이 드는 발언이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그래 이게 가족이지 싶을 정도로 엄마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아 좋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제 엄마빠만 좀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있던 지난 금요일 11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오래오래 기억될 시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두 번이나 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누구는 이게 오명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봤던 영화 <콘클라베>에서 나를 움직였던 대목 중 하나는 ‘잘못을 하고 용서를 구하는 교황을 내려 주십사‘ 청하는 기도였다. 교황이라는 높은 자리에 가는 사람이 한 점의 티끌도 없는 것이 아닌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주장은 신선하지만 마땅했다. 요즘 개관 준비로 여념이 없어 SNS 좋아요만 누르다, 출판인 연대 서명을 한다길래 나도 동참했다. 그러곤 잊고 있었는데 오늘 출판인 단톡방에 명단을 올려주어 혹시나 하고 보니 내 이름이 있어 반가웠다. 이름 하나 올렸을 뿐인데 이게 뭐라고 뭔가 뿌듯하다. 거리에서 고생한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무임승차한 것 같아 송구하지만 또 내 나름의 역할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때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한동안 통 글을 쓰지 못했다. 무언가 쓰고 싶다가도 써서 뭐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 넣어두고 또 넣어두곤 했다. 그러다 보니 쓰지 않아도 괜찮은 일상에 익숙해졌다. 쓰지 않으니 생각하지 않게 되고, 원래도 흔들림이 많은 사람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최근 들어 이상하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나만의 삶‘을 잊은 채 나도 남들 하는 대로, 입고 먹고살고 싶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영화를 보고 제자리를 찾았다. 내가 살고자 했던 삶, 내가 생각하는 멋짐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감동의 순간을 기록으로 나누고파 오랜만에 글을 썼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온전한 나의 글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새 조회수가 마구 올랐다. 몇만, 몇십만은 되어야 알아주는 요즘이지만 나에겐 이만큼도 귀하고 신기하다. 인플루언서는커녕 SNS 부적응자에 가까운 SNS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겐 엄청난 일이다. 물론 내 글보다 영화 덕분이란 것도 안다. 그래도 좋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어제도 오늘도 계속해서 전시 업체랑 의사소통을 진행했다. 우리가 원하는 전시대와 전시 준비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겨우겨우 전시 원고 써서 이제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점점 클리이막스를 향해갈 것이다. 체력도 능력도 예전 같지 않아 살짝 걱정이지만 실전에 강한, 닥치면 해내는 나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사무실 나가 자료 정리하며 시간 보내고 점심시간엔 잠시 나와 어제 동생 내외가 알려준 대로 1킬로 러닝에 도전했다. 성공이다. 러닝이 너무 하고 싶은데 숨이 너무 차서 항상 1분도 못 뛰고 포기하고, 뛰다 걷다를 반복했는데. 오늘은 그냥 뛰는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뛰더라도 1분을 채워보자, 2분을 채워보자, 3분을 채워보자 해서 차근차근해보니 거짓말처럼 5분을 넘겼다. 아주 조금이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나이키러닝클럽 짱이다!

너무 커 보이는 산도 조금씩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다다르듯,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다 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느려도 어떻게든 도달하고, 해내고마는 내 주특기와도 거북이 권법을 잊고 있었다. 올해는 정말 꼭 내 책 쓰기 원고를 마감하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너무 오래 미뤄왔다. 하나하나 회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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