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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05. 2020

10. Thanks, book (고마워, 책)

Thanks, design / 김신 / 디자인 하우스

10. Thanks, book (고마워, 책)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

- Thanks, design (김신 디자인 잡문집) / 김신 / 디자인 하우스


150902 제목이나 표지에 드러나 있듯 '김신'이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나온 지 4년이나 됐지만 읽으면서 한물 간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생각이 변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오 년에서 십 년까지는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저자의 통찰력이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 등의 여러 가지가 작용하였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생각한다. 그래서 2011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디자인에 대해 눈곱만큼의 관심이 있다면 지금 읽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책은 쉽고 재미있다. 나는 디자인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디자인을 좋아하고 관심을 두는 사람 중한 사람이다. 이 책을 딱 한 부류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디자이너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 친구들에게는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그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슨'이 아닌)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디자이너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았으면, 그렇게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갔으면 한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내가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일 때쯤이면 책에 대한 나의 잡다한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고 싶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디자인에 대해서,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처럼 책에 대한 내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개인 일기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작가가 되어라'라는 이야기를 흘려듣기만 했었는데 최근 들어 책에 대한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 확고해졌다. 그리고 원래도 그랬지만 책에게 엄청 더 고마워졌다. 내가 한 눈 팔지 않고 쑤욱- 빠져들게 해 줘서 끊임없이 매력 발산을 해주어서,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고 힘을 내게 해주어서 등등 고마운 이유가 줄줄이 사탕이다.


이 책에 나왔던 많은 생각에 적극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가장 처음에 내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디자인이란 무릇 그 대상의 정체성은 물론 그 신분과 가치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였다. 어디 이것이 디자인에만 해당하는 것이랴 라는 생각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밖에도 공감했던 이야기가 참 많았다. 아무리 선별을 해도 이만큼이나 된다.


- 디자이너는 대중의 미적 안목을 높일 의무가 있다. / 제품의 소비는 곧 소비자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 디자이너는 대중보다 앞선 안목과 미래를 보는 진보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이끌 의무도 있다. / 잘못한 것에 대해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배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자기 자신을 직시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 열정을 쏟아야 할 일은 가치의 축척이다. / 돈 쓰지 않고 착한 일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없으며, 거지라 하더라도 고생 없이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올 수 없다는 진리 / 내가 간절하게 가지고 싶은 그 어떤 것도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욕망을 공짜로 채웠다면 그는 반드시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자신이 원하는 품질만큼 돈을 내야 한다. / 사람들은 창조가 바로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오해를 한다. 그러나 대게 창조란 실수가 반복되고 좌충우돌하다가 나오는 것이므로 그것이 바로 돈이 되거나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다. / 모두가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창조적인 풍토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인재도 없다고 생각한다. / 돈이 많지 않은 그래서 싼 걸 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 생계를 위해 투자한 시간은 생계만을 유지해준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꿈을 잃지 않는 그 치열함을 통해 자기만의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다. / 보이지 않는 빙산의 깊이와 넓이, 크기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고 클수록 그 빙산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 서툴더라도 메시지가 분명하다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선택과 희생이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 "디자인은 잘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 한창기의 말 인용


 내가 굳이 이 많은 내용을 옮겨 적는 이유는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들은 다들 디자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디자인이 아닌 그의 철학에 더 관심이 쏠렸다. 특히 격하게 공감했던 대목은 과거에 읽었던 나가오카 겐메이의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작은 일의 달인이 훨씬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의 수를 늘리려면 그들이 매일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돈으로 말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장인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런데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서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분들과 그 기술을 지키지 못했다. 겨우겨우 명맥을 이은 계승자들도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원래 이 일은 국가에서 해야 하는 일이나 국가에서는 이런 일보다는 즉각적으로 많은 표로 연결될 수 있는 일을 하길 원할 것이다. 그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런 일은 뒷전이 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거꾸로 개개인의 의식이 먼저 나아지고 이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개개인의 표를 얻고자 하는 위에 계신 분들도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것이다. 현실은 이 책이 나왔던 2011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쉽게 개선될 것 같질 않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 끝에 얻어진 결론은 일단,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내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바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또 실천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헛되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다 보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리라 믿는다. 다만, 엄청나게 더디게 가는 변화의 시간을 내가 현명하게 잘 견뎌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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