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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06. 2020

11. 잔잔한 위로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 권정생 / 양철북

11. 잔잔한 위로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 이오덕, 권정생 / 양철북


151011 가끔 남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도 '괜찮아?'라고 묻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이 책을 만날 쯤에 나는 특히 더 그랬다. '잘 하고 있는 걸까? 십 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괜찮은 걸까?' 이러한 질문들이 쉴 새 없이 나를 찾아왔고 그 질문들 앞에 나는 쭈뼛거렸다. 


글은 사람을 닮았다. 이 두 분의 글도 그랬고, 편지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더욱 그랬다. 덕분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 나는 감히 그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느끼며 위로를 받았다. 그것은 아주 아주 잔잔한 위로였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꼬옥 안아주며 등을 다독여 주는 위로가 아닌 그냥 손등에 손이 잠시 머물다 가는 그런 위로 같았다. 그 위로가 참 좋았고 감동이 되었다. 


 권 선생님도 이 선생님도 참 많이 힘들어하셨고 고민하셨고 안타까워하셨고 또 흔들리셨다. 두 분의 편지에는 그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두 분의 진심이 담긴 편지들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진심을 담은 글을 쓰고, 나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진심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분의 아픔과 슬픔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두 분이 조금 부러웠다. 서로에게 큰 버팀목과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 년 전부터 난 외롭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다.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그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입장에서 서로 다독여 주고 격려해 줄 동지가 간절했다. 선생님께서 많은 부분 함께하여 주시고 이해해 주시지만 내가 선생님의 입장을 백 프로 이해할 수 없듯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다. 제자의 입장에서, 직원의 입장에서의 이러저러한 것들을 다 말할 수 없었고 말한들 달라지지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힘겨운 순간에 짜증 나는 순간에 눈빛 교환 한 번으로 끝날 일이 혼자 품고 있으니 작은 돌이 되어 하나둘 모였고 그 돌은 엉뚱한 순간에 튀어나와 버렸다. 그제야 내가 왜 그럴까 고민했고 그것이 동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감내해야 할 것 중에 하나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 뒤론 동지가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고 함께인 사람들에게 부럽다는 소리를 참 많이 했다. 그런 나였으니 이 두 분이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아마도 이 두 분의 편지는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었을 것이다. 두 분을 마냥 부러워하며 책을 읽다가 다 읽은 후에야 두 분도 참 오랜 세월을 홀로 견딘 뒤에 비로소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나는 내 길을 걷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더구나 나는 나를 몹시 아껴주시고 부려주시는 선생님이 계심을 말이다. 


제목에서처럼 누군가 나에게 '요즘 어때?' 물어주었으면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두 분의 다른 글들처럼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다만, 두 분의 편지가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 중간중간 헷갈렸다. 색이나 서체 등의 디자인으로 두 분의 편지를 쉽게 구분하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편지라는 매체를 접해보지 못한 친구들이 본다면 편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이런 자료들이 묶여 책이 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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