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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25. 2020

46. 비전문가의 책만들기 에피소드

이것도 책인가요? / 짐송(계간홀로 잡지 발행인) / 독립출판


46. 비전문가의 책만들기 에피소드

이것도 책인가요? / 짐송(계간홀로 잡지 발행인) / 독립출판


190221 작년 시월에 데려 온 녀석을 이제야 열어 보았다. 나도 참 어지간하다. 그 수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행사장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 이 책을 만났고 이 책을 한글로 편집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과거의 내 이야기 같아서였다. 지금은 서툴게나마 인디자인을 다룰 줄 알지만 책공방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에 내가 다룰 줄 알았던 것은 한글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책을 만들어 볼까 용기를 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하다. 무식해서 용감했다는 말의 좋은 예일 듯하다. 그렇게 무식해서 용감했던 나는 그때 신이 나서 ‘그래, 책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 생각하며 이걸 또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어 다음 해에는 그 과정을 열심히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만든 사람 또한 그랬다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응원으로 만 원을 투자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만든 이는 ‘계간홀로’라는 비연애주의자 잡지를 발행하는 발행인이기도 한데 이 책에는 그 잡지를 만들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정리해 놓았다. 그는 우리에게 연애하지 않을 자유가 있음을 연애하는 사람은 정상이고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잡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또한 디자인에 문외한이라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인디자인을 배워보았지만 익숙해지지 못하도 자신이 편한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잡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 온정의 손길로 디자인을 돕겠다고도 하고 무려 자신의 친언니가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그는 서툴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힘으로 잡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자신이 비전문가이거나 실수가 많은 사람이라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이다.


독립 출판물이라고 해서 내용이 가볍고 만듦새가 허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이 그러하듯 이 책의 내용은 무척 가볍고 만듦새는 다소 허술하다. 독자가 바라보기엔 그러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길 남들은 자신이 대충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내용이 가벼운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야기하듯 글을 술술- 잘 풀어놓은 덕분에 한 삼십 분 만에 휘리릭 읽었다. 그리곤 가벼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아니 오히려 가끔은,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나의 공방일지도 이런 느낌으로 만들면 어떨까 사람들이 재밌어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책 만들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북돋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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