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l 24. 2020

45. 진짜 좋은 것들을  알아보아야 할 의무

날마다 브랜드/ 임태수/ 안그라픽스


45. 우리는 진짜 좋은 것들을 알아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날마다 브랜드/ 임태수/ 안그라픽스


190210 ‘날마다 브랜드’라는 제목이 좋아 ‘안그라픽스’라는 출판사가 좋아 부산 F1963에 갔을 때 망설임 없이 책을 손에 쥐었다. 제목에서 단번에 알 수 있듯 이 책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저자는 내가 생각하기에 브랜드 디자이너이라는 직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브랜드와 관련된 꽤 많은 경험을 축적한 저자의 살아있는 경험담이었으나 그런 디테일한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그런 디테일한 이야기는 저작권이나 클라이언트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함부로 다룰 수 없었겠구나 생각했고 그런 기대를 했던 내 어리석음을 인지했다.


저자는 브랜드란 무엇인가,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좋은 브랜드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좋은 브랜드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등등 브랜드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근데 희한한 것은 저자는 계속해서 브랜드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자꾸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 나온 이야기 대부분의 주어인 브랜드를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그럴싸했기 때문이고 아마도 요즘은 사람 그 자체가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은 어쩌면 빈티지에 있을지도 모른다. 빈티지의 기본은 그동안 쌓아 온 품질의 지속성과 고유의 이야기를 잘 보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래 유지되는 높은 품질과 그 시간 동안 전해지는 고유한 이야기, 이 두 가지를 통해 브랜드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에서 빛을 발한다. 시간의 기록과 흔적은 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빈티지 브랜드가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훌륭한 브랜드로 남는 이유다./ 외국의 브랜드와 외래문화를 무분별하게 들이고 기존의 것으로 무조건 새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훌륭한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선조들이 이룬 업적과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이러한 이야기는 근원적이고 본론적인 이야기라 식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식상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식상한 이야기이지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가장 기본적인 생략하는 경우 생각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 있어 그것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난 이 책의 내용들이 식상하지만 맞는 이야기,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업하는 친구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신선했던 것 중 하나는 브랜드와 마케팅을 분리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 개념을 혼용하여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를  만듦에 있어서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좋아 보이는 것들을 따라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목표를 설정해 실행했을 때에라야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진짜 내 것이 된다.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는 촘촘하고 지난한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새삼스럽게 카피가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잘 지은 집을 구경하고 나온 듯했다. 좋은 브랜드는 어쩌면 잘 지어진 집과 같다는 생각도 했다. 적당한 위치에 튼튼하고 예쁘게 지어져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좋은 집. 이 책은 책의 내용이나 제목,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었다. 책의 내용이나 외형에서 모든 것들이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을 그 모습을 그대로 잘 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하다 아무리 잘 지어진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좋은 집이라 할 수 없듯이 아무리 잘 만들어진 브랜드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좋은 브랜드라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브랜드와 마케팅을 혼용하게 된 탓은 어쩌면 이에 대해 관심을 덜 가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철학, 좋은 브랜드의 조건 등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가 아무리 이러한 것들을 다 갖추더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좋은 브랜드라고 할 수 없을 텐데 하는 생각과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좋은 브랜드라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만났다. 이 두 가지의 생각이 만나 충돌했고 그런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디자인, 좋은 브랜드를 알아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기록당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카드 이력을 통해 나의 검색 기록을 통해 나의 일상이 기록되고 있다. 그것을 기본 데이터로 해서 나에게 맞춘 정보가 제공받기도 하고 때로는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정보를 제공받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마치 일반적인 정보인 양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기록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기록당하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한 것처럼 좋은 브랜드를 알아보는 눈을 갖추지 않으면 자신들을 좋은 브랜드라고 홍보하는 브랜드 마케팅에 이끌려 그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인 양 착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편리함과 행복감은 다른 문제이며 어쩌면 이 둘은 대척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44.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