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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23. 2020

44.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기록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다치바나 다카시 / 바다출판사


44.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기록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다치바나 다카시 / 바다출판사


 190116 은퇴를 하거나 앞두신 부모님께 이 책을 선물을 드리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책이 있다는 것도 그 책이 유명하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대부분이라는 말 자체도 모호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내가 알지 못할 때 나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멀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어떠한 책을 통해 기존의 내 생각이 맞았음을 그동안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때 그래도 잘 가고 있음에 기운이 난다. 이 책을 만나기 전이나 후나 ‘기록’에 대한 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도 나는 저자처럼 멋지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에 확신을 얻게 되었다.


때때로 개인의 기록에 사회적 의의를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우리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이듯 우리의 기록 또한 그것을 생성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개인의 기록에서 얻어지는 사회적 의의는 그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개인이 자신의 기록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충분하고 그것이 유의미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기록하는 과정에서 정리를 필요로 하긴 하지만 기록이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기록의 필요성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함이다. 즉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완성되어 왔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 자기 역사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우리의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의 기록은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며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걸어온 발자국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자 함이다. 나의 미래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거나 훤히 내다보여 이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측하며 내 삶의 일관성과 통일성, 주체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세대에게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기 역사를 쓰는 일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자존감이나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세대도 그렇겠지만 특히 시니어 세대에 자기 역사 쓰기가 필요함에 대해 저자는 60세가 되면 자기 역사를 써보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하며 60세를 자기 역사 쓰기 적령기까지 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 시기에 우리를 찾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생각은 연말이 되면 그 한 해에 대해 우리를 찾아오는 감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가 읽지 않아도 좋다. 읽을 필요도 없다. 한 인간의 자기 역사는 그 인생을 살아낸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 자기 역사의 진정한 독자는 자녀도 아니고 손자, 손녀는 더더욱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자기 역사’이다.”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 생각하게 되는데 이때에 내 삶을 객관화시키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어 어떠한 사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사건에 따라 이것은 치유가 될 수도 있고 정화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과거가 바뀌지는 않지만 현재의 내가 바뀌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제목 다음으로 내가 인상 깊었던 문구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생각해 봤자 소용없는 것, 말해봤자 소용없는 것으로 치부해왔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지만 현재는 과거의 나에 의해 만들어졌고 미래는 지금의 나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과거는 거기에 사로잡힐 필요까진 없더라도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주는 자기 역사 쓰기 팁은 이렇게 세 가지다. 자기 역사 연표를 만들 것,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자기 역사이니 자기 마음대로 쓸 것.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 조언인가. 기록은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그것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본문 인용) 그러니 자기 역사 쓰기와 함께 이 책을 추천한다.


이건 마지막 보너스다. - 인간에게 있어 행복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룹일수록 이러한 행복에서 멀어진다. 그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므로 여유 없다. 인생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동시에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에서 지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다. 뻔한 규칙에 질 것이 뻔해 보이는 게임은 서둘러 던져 버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으로 이행하는 것이 인생에서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올바른 전략은 이기고 지는 것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이기고 지는 것에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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