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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22. 2020

43. 책공방은 정말 좋은 직장이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브로드컬리 편집부 / 브로드컬리


43. 책공방은 정말 좋은 직장이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 브로드컬리 편집부 / 브로드컬리


181023-1120 어떠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그렇다. 나는 책공방이 아닌 곳에서 느끼는 행복감보다 책공방에서 느끼는 행복감의 비율이 높다. 물론 내가 책공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곳에서 오래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가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이 온전하게 실현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노동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보통은 오래 일할수록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불행함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나는 책공방에서 일하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때가 많으니 운이 무척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일련의 상황들을 겪는 과정에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많이 다른 차원의 생각 혹은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 했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이다. 이전까지는 책공방이 아닌 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책공방이 아닌 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랬을 때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한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래 나도 이제 다른 곳에서’가 아니라 ‘역시 내 자리는 책공방’이라는 생각이다. 나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 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미련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나조차도 이런 내가 미련하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도 내가 책공방을 고집하는 이유는 내가 가장 진심을 담아 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이 책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고 그것은 큰 위로가 되었다. 여러 책방 주인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정지혜 대표의 이야기에 가장 많이 공감을 했다.


기존의 제도나 관행에 대한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는 책을 권하지 않는 교육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이전의 경험 탓인지 나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곤 했는데 누군가 그 얘기를 하니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중학생만 되면 부모와 선생이 학생의 독서를 통제하여 성적에 도움이 되는 책만 읽하기에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 성적 향상용 책만 읽다 보니 사회에 나와서 책을 안 읽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이 책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전에 책을 질려버리게 만들어 버린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계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것이 어느 누구의 강요나 지시가 아닌 온전한 나의 뜻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러한 첫경험으로 시작해 책에 대한 좋은 경험이 누적되었고 나는 이렇게 그 즐거움을 알리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꿈꿔왔고 좋아했던 일인 편집자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는 내용에도 크게 공감했다. 꿈꿨던 일에 가슴이 뛰지 않고 버티는 삶이 되어 버려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이야기에 괜히 눈물이 찔끔했다. 자신이 꿈꿔왔고 무척이나 좋아했던 일을 그만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의 마음이 느껴지고 나 또한 어느 순간 책공방의 일이 그렇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 뒤로 하게 됐던 서점 일에서는 성취감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대목에 그런 면에서는 책공방은 최고의 직장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점을 하게 되었고 치열한 고민 끝에 서점을 오픈을 열고 정말 열심히 임했으나 그에 반해 금전적인 피드백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노력의 가치가 평가 절하된 것 같아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큰돈을 바라진 않더라도 노력을 쏟는 만큼은 인정받고 싶다 했다. 이 부분 또한 정말이지 딱 내 마음이었다.


책공방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나는 내가 어디 가서 이만큼하면 먹고야 못 살까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책공방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마음을 다 잡았다. 서점을 시작하며 그는 삶이 충만해졌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뭔가 대단할 것 같지만 딱히 그러한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충만함도 있고 허무함도 있고 고단함도 있다. 현실은 이렇게 복잡다단하다.


이 책에서는 책방주인들의 그런 복잡다단하고도 알록달록한 생각과 마음들이 잘 드러나 있었다. 다른 여타의 책방 소개 책의 경우 보통 저자가 바라보는 책방 혹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서점의 풍경이 담겼다면 이 책의 경우 책방 주인장이 말하고자 하는 보여지고자 하는 책방의 이야기가 담겼다. 전자가 가짜는 아니지만 나는 후자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방 이야기가 담긴 보통의 책들을 마주하며 책방의 주인인 그들이 원하는 책방의 모습이 궁금했고 그런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그래서 참 좋았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인공위성의 김영필 대표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했던 이야기 중 ‘불안함 때문에 색깔을 잃는다’ 는 내용이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고 과도한 경쟁 사회가 될수록 작은 비즈니스 가야한다고 한다. 나 또한 여러 가지 불안함이 있고 올해는 본의 아니게 큰 흔들림이 있었으나 그 큰 흔들림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에너지를 얻기도 했다. 그런 거 없어도 되니 흔들림이 없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확고해졌고 이는 성장이라는 큰 열매를 얻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이 책은 나의 세 번째 빨간 책이다. 이전의 빨간 책들만큼 강렬하지 않았지만 뭔가 다른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또 이 책의 장점은 외형은 전혀 그렇지 않으나 잡지 특유의 가벼움이 살아있어 책 두께가 제법 되는데도 금방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틸북스에서 이 책을 만나 데려오고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이 책의 짝꿍을 만나 데려왔다. 처음에 한 번, 재밌어서 한 번, 월요책방 준비한다고 한 번, 독서감상문 쓴다고 또 한 번 읽었다. 같은 책을 짧은 시일 내에 여러 번 읽기는 처음인 듯하다. 그만큼 잘 읽힌다는 말이다. 책방 준비 필독서 리스트가 있다면 이 책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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