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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28. 2020

47. 표면적인 이해타산만을 가지고는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우치누마 신타로, 아야메 요시노부/ 컴인

47. 표면적인 이해타산만을 가지고는 절대로 책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 우치누마 신타로, 아야메 요시노부 / 컴인


190226 때때로 ‘누가 썼느냐’ 보다 ‘누가 기획했느냐’나 ‘누구의 이야기가 담겨있는가’가 더 중요해 보이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누가 썼는지가 안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자의 비중보다 기획이 참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떠한 측면에서 저자도 기획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서점을 운영하는 곳 중 서점을 준비하며 일본 서점을 참고한 비율이 꽤 높을 것이다. 나 또한 책 문화와 관련한 특별함을 배우고자 일본을 방문했던 적이 있고 많은 서점들이 서점을 준비하며 일본의 서점을 참고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것은 일본에 책과 관련해서 우리에 비해 배우고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는 것이고 한편으론 우리보다 앞서 간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옛말이라고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제 일본의 책 전문가들이 한국의 서점 붐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는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빠른 것 하나는 정말이지 전매특허라 할 만큼 느림의 미학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책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이 책에서는 29곳의 책 공간 혹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자신이 생각한 콘셉트와 맞지 않으면 제외했어도 좋았을 곳들의 이야기도 아주 짧게라도 다루고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나라면 삭제하였을 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이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생각의 차이다. 이러한 지점들을 곳곳에서 마주했다. 책 내용은 인터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아 보였다. 인터뷰이들의 이야기 중에는 일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이 이야기가 곳곳에 있는데 이 내용들을 그대로 살리고 자신의 혹은 일본의 이야기를 전해서 때로는 인터뷰라기보다 대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와 일본의 문화적 특성 같은 것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우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 무딘 반면 일본은 남의 시선은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편이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 예민하다는 내용이다. 또 일단 시작하고 그 이후에 다른 것들을 고민하는 한국 사람들과 그에 비해 매우 신중해서 쉽사리 시작을 하지 못하는 일본을 비교하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시선들은 온전히 인터뷰어가 일본인이었기에 얻어질 수 있었던 것들이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나같이 갈수록 책을 안 읽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 자체를 안 좋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이건 마치 운동이 좋은 것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점과 동일하고 역으로는 인스턴트식품이 몸에 안 좋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먹게 되는 지점을 떠올리게 했다. 무언가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무언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지점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일깨워줬다. 유유의 조성웅 대표님의 좋은 책에 대한 시각도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책은 나온 즉시 업계에 많이 팔려서 금방 절판되는 책이 아니라 초판 부수가 바로 소진되지 않는다 해도 오랫동안 계속 팔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의 생각이라 할 수 없는 생각이라는 점, 정말 그렇다는 점에서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 밖에도 핵심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출판의 본질이며 그러한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인구가 적고 독서인구 더 적어 양질의 콘텐츠가 독립적인 상태로 자라나기에 아직 어려울지 모른다는 이야기, 독서하기 좋은 환경보다 독서하기 어렵게 하는 환경을 없애는 쪽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 등도 좋았다.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다른 출판사도 만들 수 있는 책은 만들지 않는다는 프로파간다의 이야기, 능동적으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발신하고 싶었다는 브랜드비의 이야기였다. 브랜드비의 편집자는 전단지 100만 장 뿌려서 100만 명에게 배포하면 전달은 되지만 그 안에 내용은 전달되지 않아 그렇다면 1천 명이라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메시지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실한 백 명보다 확실한 한 명이 때로는 나은 법이라는 내 생각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 주었다. 브랜드비를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 내가 추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는 곳이라 그런 것인지 다른 챕터보다 더 집중해서 보았다. 새로움이란 가치만 있는 정보는 순식간에 소비되고 소모되고 소멸해 갈 뿐이라는 내용도 무엇을 하고자 하든지 지속적으로 같은 태도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읽고 또 읽고 적어가며 읽었다. 덕분에 이 챕터에서 가장 많은 메모장을 할애해야 했다.


이 책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꺼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크기가 크고 두께가 두껍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만큼 이 책에는 예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매진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니 하나의 기업이 되고 시너지 효과가 났다.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였다. 요즘 올해의 책 만들기를 시작한 터라 사진이 없을 때 소품 사진을 구성하는 법이나 콘텐츠가 없는 부분이나 의도에 맞지 않더라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잠깐이라고 짚고 넘어가는 점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책을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만든 책이 누군가에게는 교육자료이며 표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책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끈임 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교육 자료가 될 수 있고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허투루 살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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