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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30. 2020

49. 생활예술이란 무엇일까

생활예술유람기 NEW YORK / 이나연 / 켈파트프레스


49. 생활예술이란 무엇일까

생활예술유람기 NEW YORK / 이나연 / 켈파트프레스


190426 지난달에 책을 통해 연달아 뉴욕을 만났다. 이 책은 '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뉴욕을 이야기하고 앞서 읽었던 책에선 독립책방이라는 창을 통해 뉴욕을 보았다. 독립책방이라는 창은 그나마 내게 익숙한 창이라 거부감이 덜했는데 아무래도 예술이라는 창은 내게 너무 버거웠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떤 면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어려웠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쉽고 어렵고의 차이는 대체로 내가 알고 있는가 알고 있지 않은가로 나뉘곤 한다. 나는 이걸 좀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어떠한 문제나 사안 자체가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기본 지식이 없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후자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본문 내용을 읽는 것을 계속해서 멈춰야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에 대한 설명을 찾아 읽기 바빴기 때문이다. 내가 뉴욕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미술관, 박물관이 많다는 것과 그중에서도 MoMA 미술관이 매우 유명하다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지은이는 내가 아는 모마 미술관에 대한 설명까지 달아 놓을 만큼 독자에게 친절했다. 내가 하기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일인데 지은이는 이 부분에 무척 공을 들인 것인지 미술평론을 공부한 탓인지 그러한 설명이 무척 매끄러운 편이었다. 나라면 구구절절이 되었을 것이 분명할 설명들을 그는 참으로 간결하게 잘도 하는구나 살짝 샘이 났다.


처음에 책에서 풍겨지는 이미지나 서문과 초반부를 읽을 때까지 만해도 나는 이 책을 말랑말랑한 여행안내서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에 뉴욕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 나온 장소를 그대로 방문해 보아도 좋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 뒤로 갈수록 무거워졌다. 아니 깊이가 있어 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많았고 그 또한 나와 같이 무언가 새로운 인물이나 가치에 대해 눈을 떠가는 과정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지만 그래서 쉽게 다 읽지 못하고 자꾸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한참을 걸려 책을 읽었다. 내가 내 삶을 통해 책을 이야기하듯 그도 온몸으로 미술 혹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에게 그림이 팔린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소비자에겐 그림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알려줄 수 있다면/ 미술이 정치인이나 재벌들의 비자금 마련이나 돈세탁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미술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향유를 넘어 소유하는 문화, 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말이다.” 


이 책을 통틀어 꼭 한 부분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뽑고자 하는 부분이다. 뒤로 갈수록 여느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작품 해설처럼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아졌는데 이 이야기만은 단번에 무릎을 칠 만큼 이해가 빨랐다. 또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뉴욕의 물가는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밥 먹는 비용은 물론 집 값 또한 엄청난 곳에서 수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 문화공간인 미술관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로 참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서울이 그러하듯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세계 여러 사람들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무척이나 특별한 모양이다. 제주도 출신의 지은이는 그곳에서 엄청난 집세를 감당하며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한다. 룸메이트인 친구는 그림을 그리는데 그 친구가 한 번씩 그림에 코팅 작업과 같은 작업을 할 때면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와 같은 곳을 전전해야 했다고 토로한다. 그러한 어려움들을 딛고서 그곳에서 살았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을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추측하며 그의 경험을 반추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처음 마주하면서 품었던 ‘생활 예술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희미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다. 지은이는 ‘예술가가 부업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아니라 경제력 있는 본업을 가진 이들이 부업으로 갤러리스트 노릇을 하는 사례’를 소개했는데 나는 그것이 마치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지적을 하는 것만 같아 아프게 다가왔다. 내 주변에 한정해서 보았을 때 대체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경우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지은이의 말처럼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이 부업으로 작품을 구입하여 수집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면 예술가들은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기보다 작업을 하고 작품을 판매하여 먹고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어떤 분의 페이스북에서 ‘예술인 복지는 작품 구입’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촌철살인이라 생각했다. 그분의 말처럼 예술인 복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여타의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공들여 만든 작품 또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굳이 기관에서 나서서 비합리적 혹은 비효과적인 평가체계로 예술인을 평가하여 작품을 활동을 지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에게 있어서도 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익숙지 않은 서류 작업을 해가며 자신의 작업의 의도나 특징이 아닌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 자신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사하는 것이 기쁜 일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는 작품을 구입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수집에 대한 집착이 일반화되어도 좋다고 작품 판매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나는 작품이 아닌 책을 만드는 사람이고 책도 하나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내가 잘 알지 못해 어려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예술가들을 많이 알지 못해 책을 다 읽고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반절도 이해 못한 찜찜한 기분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부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지라도 그것이 전체를 이루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매력 어필이 뉴욕이라는 특성보다 이 책 자체, 만듦새(내부와 외형 모두 포함)에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작가는 작품보다 작가의 인생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것이 비단 작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무언가가 아닌 우리의 삶으로 이야기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습, 행동, 태도, 가치관, 견해 등등 '우리의 삶, 나라는 삶'이 통째로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의미의 진짜 생활예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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