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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16. 2020

59. 포틀랜드, 사람들, 이야기

포틀랜드 메이커스 / 야마자키 미쓰히로 / 제주상회

포틀랜드 메이커스 / 야마자키 미쓰히로 / 제주상회


59. 포틀랜드, 사람들, 이야기

포틀랜드 메이커스 / 야마자키 미쓰히로 / 제주상회

-로컬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도시, 도시가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


191112 진즉에 다 읽은 책인데 후기를 정리하지 못해 오늘까지 오고 말았다. 머리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읽기나 쓰기에 집중을 하면 좀 나아지곤 하는데 그럴 때면 으레 집중이 더욱 어렵다. 이 책은 포틀랜드에서 메이커로 활동하는 일본인 혹은 일본계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저자는 그들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관찰하여 그들의 사고방식, 커뮤니티 방식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포틀랜드’의 특별함과 ‘로컬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도시, 도시가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부제때문이었다. 뉴욕예술유람기, 책기계수집기에 이은 세 번째 초록책이었다.


“도시는 사람과 그들의 문화, 커뮤니티가 만든다. 도시의 매력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 또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나 커뮤니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사람을 따라간다./ 도시는 정보의 매개체(사람)가 모이고 섞여서 사물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실험실과 같다.” _본문 중


담백하게만 보이는 책의 외형과 달리 책 안에 담긴 내용은 소위 말해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느끼하기 보다는 담백하다. ‘자신의 철학을 소중히 여기고 처음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도해 보는 것/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용기내어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_본문 중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인터뷰이 여섯 명은 하나같이 포틀랜드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포틀랜드가 가지는 여러 특성, 분위기 등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그러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내 머릿 속으로 자꾸 찾아 온 생각은 그러한 것들을 만든 것 또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창조적인 도시는 조직이나 체제가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개인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말해 뭐할까 싶다.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창조적인 도시도 마을도 모두 마찬가지다.


내가 요즘 자주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뜻은 지속할 수도 퍼져 나갈 수도 없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포틀랜드의 특별함을 만든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특별한 몇몇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하고 가능케 한 것은 이 사람들의 도전을 지지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포틀랜드를 이룬 것은 차별화된 가게가 생겨날 때 그 가게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끔 이용해 준 소비자와 그들의 인식(의식 수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포틀랜드 사람들은 서로 돕고 협업한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러한 인식을 구축한 것 또한 그들의 역할이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나라는 이게 문제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른 나라는 정치인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오래된 것들을 잘 보존해두었다고, 사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니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것들을 만든 것은 그 나라의 사람들이고 우리나라 그 사람들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서도 빽이 없으면 1급이 2급이 되고 빽이 있으면 등산을 갈 수 있는 정도인데도 등급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고 불합리한 사람은 신고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했지만 아무도 이야기 하거나 신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혼자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소재로 그칠 것이다. 아마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함께 얼굴보고 사는 처지에 그러기란 쉽지 않으며 해코지를 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고 당연하다.


포틀랜드를 나타내는 단어로 누군가는 ‘협력적, 실험가능한’을 꼽았다. 한국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일까. 내 머릿 속에 번뜩 떠오른 단어는 ‘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의 포틀랜드의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대단한 아이디어를 실험한 몇몇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믿고 지원해준 소비자들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라고 해도 아무도 그것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디어의 구현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세우고 그것을 기준으로 좋은 것을 권하고 나쁜 것은 벌하는 원칙이 잘 지켜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 우리는 조금 엄격해질 필요가 있고 한편으론 조금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나부터 엄격해야 할 때 엄격하지 못하고 너그러워져야 할 때 엄격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겠다.


책 내용 중에는 이런 문구도 있었다. ‘이 도시의 플레이어들은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는 걸 보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을 알고 싶어한다’ 나는 이와 같은 문장을 마주하고 “그래, 이게 포인트다”싶었다. 이게 바로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회,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을 알고 싶어 하는 사회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수많은 것들이 섞여야 활기찬 사회가 탄생한다. 다양한 연령, 계층, 분야가 서로 섞일 때 비로소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_본문 중’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이러한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싶다.


더불어 요즘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 혹은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나는 불편하다. 뭐 그런거 가지고 예민하냐 구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어 사용에 있어 조금은 엄격하고 보수 성향을 띄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이 그러하듯 단어의 가치 또한 적합하게 쓰일 때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반면 어떠한 단어든 남발하여 사용되면 그 단어의 가치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좋은 뜻을 가진 단어임에도 너무 많이 쓰이면 사람들로 하여금 진부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갈수록 많은 단어들이 중구난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 사용하는 메이커나 플레이어라는 용어가 좋았고 이 책이 더 마음에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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