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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Aug 21. 2024

출근길 생각

그럼에도, 감사하자.

회사와 집까지 편도 2시간 10여 분. 문을 열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회사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예전에 인턴, 그리고 처음 일했던 회사는 집에서 1시간 10여 분 남짓 걸렸다. 그때는 집이 역 앞이기도 했지만, 위치를 고려했을 때 지금 회사가 애매한 지점에 있는 건 맞는 듯하다.


긴 통근 시간 중,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는 시간은 딱 40분 남짓. 나머지는 서서 보내는 시간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지금 회사를 다니는 건, 코로나 때 풀 재택을 했었고, 지금도 주 2회 재택을 유지하는 점, 그리고 유연근무제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9-18시로 다니던 때는 삶이 너무 피폐했다. 지금이야 유연근무제를 하는 회사가 조금 늘어났다 쳐도 예전에는 유연근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만 가능했다. 추운 겨울날, 만원 지하철을 타야 했던 적이 있다. 내 뒤에 있던 아저씨가 팔꿈치로 나를 밀면서 두 발이 공중에 붕 떴고, 아저씨의 힘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밀어 지하철 안으로 욱여넣었다. 그 순간,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저씨의 팔꿈치와 나의 내장이 만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몸속의 장기가 짓눌리는 그 생생한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져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아저씨를 밀치고 뛰어내린 적이 있다.


그 뒤로 바로 9:30-18:30으로 출퇴근 시간을 옮겼다. 고작 30분 옮겼다고 만원 지하철에서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생겼다. 다만 아쉬운 건, 18:30분에 정확히 퇴근한다 쳐도 집에 오면 밤 9시가 훌쩍 넘는 시간에 약간의 우울증이 왔다는 점. 그 이후로, 업무시간을 8-17로 옮겨봤고, 몇 개월 시행 끝에 지금은 7-16시를 유지 중이다. 되려 이 시간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여전히 지하철에서는 서 있지만)


오늘도 4시 반 기상, 5시 집을 나서며 버스에, 그리고 첫 지하철에 나 혼자 있지 않음에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부지런하게 살고 있구나. 새벽 지하철은 그야말로 감탄의 장소이다. 남녀노소(사실 '소'는 없다.) 관계없이 지하철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보자면, 어느 순간 나도 이렇게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는 생각에 잠시 슬프기도 하다. 누구나 어렸을 때는 아침잠에 취한 몸을 지하철에 뉘지 않는, 특별한 삶을 꿈꾸지 않나.


그럼에도 이렇게 아무도 없는 회사에 앉아 글을 쓸 수 있음에,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음에 감사야 해야 하나 생각하는 오늘이다.

비가 많이 와서 양말 속에 바지를 넣었다. 빗물 속에서 바짓단을 지키려는 K 직장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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