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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12. 2022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작년 말인가부터 워낙 국내에서 히트를 쳤던 책이라 내용이 궁금했다. 항상 철학 부분 탑 랭킹을 찍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내가 철학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 책 표지는 직관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내용도, 간략한 어떤 설명도 모르고 표지만 봤을 때 '이 사람이 뭔가 철학자를 따라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쓴 책인가?' 싶었는데, 내용도 대충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원서 읽기가 습관화되면서 가급적 영어로 된 책들은 원서로 읽으려고 한다. '영어를 잘 한다고 잘난척하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일단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해석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지?'싶을 정도로 막힐 때도 있다. 하지만 원서만이 전달할 수 있는 느낌과 분위기가 있는데, 해석을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원서를 읽을 때만 전달 가능한 감정이라고 할까. 나는 그 느낌이 좋다. 학식도 경험도 뛰어난 번역가의 책을 읽는 것도 좋고 편리하지만, 그 나라 언어로 쓰인 책이 전하고자 하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독서 시간이 몇 배는 들지만 앞으로도 원서를 꾸준히 읽을 것 같다.


얘기가 딴 곳으로 샜는데 결론적으로 꽤 괜찮은 책이었다. 소크라테스부터 몽테뉴까지 14명의 철학자가 나오고, 14명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을 나열한다. 공자와 세이 쇼나공처럼 중국, 일본 철학자가 등장했지만, 한국 철학자가 없는 게 아쉬웠다. 난 철학자에 대해 모르지만 한국은 철학자가 드문가? 싶기도 하다. 책에는 그렇게 오래된 사람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간디나 쏘로가 등장하는 걸 보면...


생뚱맞지만 시몬 베유와 니체가 편두통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아, 이런~' 탄식을 내뱉는 동병상련을 느꼈다. 아니, 편두통이란 게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병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각각 철학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을 모아보니, 공통적으로 '습관의 중요성',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감정을 돌보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소크라테스 식 질문의 목적도 결국은 '나를 알기 위함'이었고, 쏘로의 walden도 결국은 '온전히 나를 돌보기 위한 장소' 아니겠는가. 루소가 걷는 이유도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였고, 몽테뉴는 '너의 의심마저 믿어라'라고 말한다. 수 세기를 살았던 철학자들이 하고 싶어 했던 말이, 요즘시대 에세이 같은 곳에서 줄기차게 등장하는 말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죽는 날까지 나 자신을 알지 못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의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


The world is one. When we help another person, we help ourselves. We feel the pain of others the way we feel the pain in our finger. Not as something foreign, but as part of us. 


The Socrates Express - How to listen like Schopenhauer


이전에는 '나 자신의 안위'만이 내 행복의 범위였다면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이후 '나 자신의 안위'는 굉장히 작은 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던 싫던 우리는 모두 공동체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나 혼자만, 우리만, 우리 나라만 잘 한다고 잘 먹고 잘 사는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오히려 점점 더 치밀한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다. 모두가 쇼펜하우어의 말을 '들어봐야' 할 때인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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