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챌린지 DAY 37 (23.06.06)

최영건, 『수초 수조』 / 감과 비

by bookyoulovearchive


노인이 ‘라라’라는 사람과 연인 관계로 살고 있기는 하지만, 라라가 차린 카페에 편안하게 머무르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얼굴만 몇 번 본 외국인 여자에게 주절주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볼 때, 노인은 ‘초라한 화분의 난’처럼 현재 자신이 있을 곳을 잃어 혼란을 느끼고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울적하고 무기력한 와중에 카페로 내려갔지만 빈자리가 없어 모과나무 아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와중 마주하게 된 한 청년과 라라의 다툼. 노인의 의심대로 그 청년이 진짜 카페 매니저의 친구인지 알 수 없지만 ‘적당히 하라’는 청년의 말에 왠지 내가 찔리는 기분이었다. 나도 지하철에서 만난 무례한 노인을 보며 속으로 ‘적당히 하지’라고 욕한 적이 있어서다. 이 글을 읽으며 어쩌면 외로워서, 혹은 자신의 젊은 날이 떠올라서 그러셨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노인을 미워한 것 같아 뜨끔했고, 또 반성했다.


노인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 곁으로 걸어가 옆에 앉았다. 라라가 그의 손을 잡았다. 자기 무릎 위로 그의 손을 끌어당겨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그들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문 채 멍하니 눈앞의 벽과 유리창을 보았다. 새벽하늘은 먹구름으로 어두웠다. 젖은 후박나무와 감나무가 보였다.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p.93)


두 노인이 비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건네는 말 없는 위로가 왜인지 모르게 쓸쓸하고 아련하게 느껴졌다. 점점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고, 노인처럼 점점 나이 들어가는 엄마, 아빠를 둔 입장에서 씁쓸한 맛이 남는 글이었다. ‘ㅇㅇ’ 혐오라는 말이 너무나 쉽게 사용되는 요즘, 조금 힘들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두고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잃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쓰였는지 의아한 요소들도 있었지만, 생각해 볼 점이 많이 남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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