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퍼킨스 길먼, 『엄마 실격』 / 반전 (이은숙 옮김)
집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묘하게 싸늘한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p.187)
쎄한 느낌, 싸늘한 느낌, 여기서부터 나는 반전의 향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제목이 반전이라길래, 마로너 부인이 남편을 죽이기라도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너무 나간 생각이었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다정하고도 변함없는 아내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탐한 남자. 그러고도 정신 못 차리고 그 여자애가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아내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는 남자. 아기가 생겼음에도 그 아기와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내에게 용서받을 생각만 잔뜩 하는 남자.
마지막 매리언의 “우리한테 무슨 할 말이 있나요?”라는 한 마디가 그래서 강렬하게 남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 말이다.
매리언이 똑똑해서 다행이지. 남편은 편지에서 이미 밑밥을 잔뜩 깔고 있었다. ‘당신의 삶은 아주 풍요롭고 폭넓어서, 누군가를 잃는다 해도, 심지어 대단한 사람을 잃는다 해도 당신은 꿋꿋할 거야.’ 라니. 아내를 참으로 잘 알고 있었군.
저 당시의 보통 여성이라면 남편을 떠나지 못했겠지. 그래서 결말이 더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2023년 현재엔 그다지 ‘반전’ 있는 결말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