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는

2019.04.13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by bookyoulovearchive


오늘은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 91쪽부터 109쪽까지 세 편의 글을 읽었다. 그중 오늘 필사한 구절을 아래에 적어본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이 그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그 꽃을 보는 일 또한 그저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을. 기다림, 먼저 다가가 껴안기, 다른 존재가 되는 일, 또 자신을 버리는 일. (95쪽, '머리맡에 씨앗을 품고 잠드는 시간')
우리는 매일 밤 저마다의 씨앗을 품은 채 잠이 든다. (...) 이 씨앗이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발아할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씨앗을 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려면 먼 기다림과 적극적인 되기, 더 적극적인 버림이 필요하다는 것. (95-96쪽, '머리맡에 씨앗을 품고 잠드는 시간')
더 많은 그늘, 더 많은 햇살, 바램과 욕심은 내려놓고 오로지 기쁘게 지금을 사랑하며 사는 법. 물론 쉽지 않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안간힘으로 메마른 줄기에 물길을 틔우는 나무처럼, 이런 인내, 그리고 마침내는 이런 행복, 혹 당신은 아시는지? (103쪽, '이런 인내, 이런 행복')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느 누가 책임을 진들 사라진 그들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 사라진 것은 죄 없이 맑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 이 어이없는 참사 후에 남은 가족들과 생존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기약이 없다. (106쪽, '전환점에 서서')
이 세계의 가장 연약한 가장자리에서 죽어간 아이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지켜본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쉽게 합리화하고 빨리 잊어버리고 뻔뻔하게 책임을 방기하는 부끄러운 어른들에게 그 아이들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 곁을 스치며 한 번 더 말한다. 울지 말라고. 울 힘으로 눈 크게 뜨고 세상을 바꾸어보라고. 그래서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게 해 달라고.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보고 싶다고. 진실이 밝혀지고 아이들의 그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그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109쪽, '전환점에 서서')


4월은 정말 아름다운 달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 한 켠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을 남긴 달이기도 하다. 벌써, 우리는 세월호 5주기를 눈 앞에 두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수능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 나는 기숙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날은 수요일이었고, 사회탐구 과목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하루 종일 한국지리와 사회문화 수업을 들었다. 한창 수업 중이었는데, 전자기기를 일체 사용할 수 없었던 우리는 쉬는 시간 기사를 보신 선생님을 통해 이 소식을 들었다. "제주도 가는 배가 사고가 났는데, 전원 구조되었대!" 우리는 안심하고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고, 그 날 학원은 하루 종일 매우 어수선했던 기억이 난다. 수업이 끝나고 자습을 하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 빠르게 아침을 먹고 교실에 가기 전 항상 신문을 읽었다. 함께 신문을 읽으려 잘 모르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였다. 어떤 친구들은 눈물을 흘렸고, 어떤 친구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2주 정도를 신문을 읽다가, 신문 읽는 것을 포기했다. 너무 마음이 아팠고, 울적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해내야 할 공부도 벅찬데, 다른 곳에 신경을 너무 쓰다 보니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아직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날의 일, 모두가 그 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듯 보인다. 이러한 일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되지만, 세월호 사건도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됐던 일이었다.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저자는 '사고'와 '사건'이 다른 점은, 사고는 '복구'를 통해 사고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사건은 이를 만난 사람을 결코 사건을 만나기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이 사건 후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과 생존자 분들은 결코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제 지겹다, 그만 좀 해라'라는 말로 또다시 그분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본인이 같은 일을 겪었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저자의 말처럼 '사라진 그들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떠나간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이 책에서 말한 '씨앗을 품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일'이라면, 우리는 기다림을 넘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이 되면 루시드 폴의 '아직, 있다.'라는 노래를 듣는다. 노래의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이라는 가삿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고 계실 분들께서 그래도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셨으면, 어쩌면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분들께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셨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삶과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