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라는 기적

2019.04.14 읽고 쓰기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by bookyoulovearchive


오늘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156쪽부터 204쪽까지 읽었다. 다음은 오늘 읽은 부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그러나 막상 빵 만드는 일에 착수하고 보니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일이 작은 기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소리냐 하면, 빵 하나를 빚어서 말리고, 장식하고, 굽고, 완성하는 일에 필요한 자질구레한 과정들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무수히 많았다는 것이다. (163쪽)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로빈슨 크루소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에 비하면 너무나도 편리하다. 빵을 만들 줄 모른다면 사 먹으면 되고, 빵을 담을 그릇을 사면 되는 거지 직접 애를 써서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돈으로 해결되는 많은 것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노고로 이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당장 빵을 만드는 일도 ‘작은 기적’이라고 말하는 로빈슨 크루소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심지어 그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빵을 만들기 위한 곡식을 추수하고, 가루를 칠 체를 제작하고, 빵을 굽기 위한 용기를 제작하고, 구워본 적도 없는 빵을 굽기 위해 고민하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 마침내 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우리가 그저 쉽게 빵을 사서 먹을 때의 기쁨과는 비할 수 없으리라.


엄마가 집에서 자주 쿠키나 머핀, 식사류의 빵 등을 구워주시는 편인데, 엄마가 빵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도와드리다 보면 빵을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엄마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뚝딱 완성해내는 능력자셔서 힘들지 않다고 하시지만, 내가 봤을 땐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다. 이 손 많이 가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엄마의 사랑이 담긴 빵은 항상 맛있다. 엄마도 우리 가족에게 항상 ‘작은 기적’을 선물해주고 계셨던 거다.


단순히 빵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 먹는 음식, 또 입는 옷 같이 일상 생활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또 의식주 외에도 밤에도 낮처럼 활동할 수 있게 전기를 공급하는 일처럼 모든 이들의 불편함 없는 생활을 위해, 우리의 세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있다는 것. 많은 분들의 노고로 이 세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항상 잊지 않아야겠다. 참 많은 것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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