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북클럽에디션 (230527~230530)
앞으로 여름이 오면 생각날 것 같은 시집.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칠월 (p.76-77)
시집을 읽으며 떠오른 궁금증 몇 개!
Q. 「지옥에서 듣는 빗소리」: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교통’이라고 표현한 걸까? ‘감화’라는 단어의 뜻이 ‘좋은 영향을 받아 생각이나 행동이 바람직하게 변함‘이라고 하는데, 감화되지 않는다는 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걸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통이 힘겨운 걸까?
그대의 전부가 아닌
나를 사는 일에 소홀한 나를
그곳에 남겨 놓으려고 한다
/ 저녁, 가슴 한쪽 (p.67)
Q. 「저녁, 가슴 한쪽」: 이제는 그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대신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그곳에 ‘그대의 전부’였던 나를 두고 떠나려는 걸까?
합성 인간의 그것처럼 내 사랑은 내 입맛은 어젯밤에 죽도록 사랑하고 오늘 아침엔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것 살기 같은 것 팔 하나 다리 하나 없이 지겹도록 솟구치는 것
/ 내 사랑은 (p.82)
Q. 「내 사랑은」: ’애증‘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정확히 사랑과 미움이 반반일 수 있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어느 한쪽이 0.1%라도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 그렇다면 인간은 그리 좋은 동물이 아니라고 할 때, 이 문장에 생략된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스스로에게' 그다지 좋은 동물이 아니라는 것. 타인을 괴롭히는 건 인간만의 습성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마저 괴롭히는 건 인간만의 습성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만이 자신을 그토록 괴롭힐 수 있을 겁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허연의 시를 읽으며 안도했던 기억도 새삼 떠오릅니다. (p.106-107)
- 어둠을 아는 자의 사랑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의 사랑과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허연의 사랑은 땅속처럼 어둡지만 땅속에서도 살아남게 하는 사랑이 됩니다. (p.107-108)
- 자주 슬퍼하는 우리는 그리 좋은 동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슬픔으로 인해 타인의 슬픔을 가늠할 수 있는 우리는 언제나 미래의 좋은 동물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요. 우리는 미래의 좋은 동물. 미래는 우리 편이고, 슬픔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p.109)
Q. (편집자 레터) 인간은 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괴롭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