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북클럽에디션 (230623~230621)
「독신남의 죽음」
이렇게 짧을 줄 몰랐는데 정말 강렬한 단편이었다. 죽기 전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무슨 말을 하려나 했는데, 친구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죽어버려서 뭔가 수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이러한 결말이라니!
그럼 대체 왜 이런 바람이 분 걸까? 혹시 그것은 너무도 많은 거짓을 안고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은 깊은 욕망, 근본적으로는 고상한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건 아닐까? (p.21)
‘거짓되지 않고자 하는 고상한 욕망’이라고 포장해 놨지만 결국 죽은 독신남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사람이다. 어차피 이 편지는 자신이 죽은 후에야 개봉될 테고, 자신은 친구들의 반응을 전혀 확인할 수도 없는데, 자신도 편지에 썼듯 ‘정말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저지르는 이 엄청나게 비열한’ 고백을 그는 무슨 생각으로 하고자 한 걸까? 이 편지를 쓰며 자신이 죽고 없을 미래를 상상하며 얻을 수 있는 현재의 만족감? 친구들을 향한 조롱과 복수심?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친구들의 아내를 모두 가졌다는 우월감? 친구들의 남은 인생을 망쳐버리고 싶은 저열함?
이 편지의 내용을 알게 된 후 작가, 상인, 의사의 각기 다른 반응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의사의 반응이 제일 흥미로웠다. ‘아내가 부정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실은 그것을 늘 알고 있었음은 아주 자명했다.’ 이는 충격적인 사실에 대한 현실부정과 합리화의 시도일까, 아니면 정말로 부정을 짐작했고, 자신도 그러했으니 상관없다는 태도일까? 궁금해졌다.
아내가 이미 세상을 떠난 상인을 제외한 작가와 의사는 아무래도 이 비밀을 묻는 쪽을 택한 듯하다. 그들의 앞으로의 나날들이 궁금해진다. 그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비밀을 알기 이전의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꿈의 노벨레」
아직 서로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부부가 잠깐 다른 이성에게 빠졌던 사실을 고백하는 부분부터 충격적이었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도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두면 아무도 모를 텐데,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그런 비밀을 누설하다니!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혹시 프리돌린이 겪는 상황도 현실이 아니라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았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돌린은 안정적인 직업과 사랑하는 가족을 가진 사람이 대체 뭐가 부족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고 그 결말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말할까? 그리고 대체 자기는 되고 알베르티네는 안 된다는 이중성을 보이면서 단지 꿈을 이야기 한 그녀에게 애증을 느끼고, 그녀와의 관계를 결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할까? 너무 이기적인 태도다. 그러면서도 비밀 모임에서 자신을 구한 여자의 생김새를 상상하며 알베르티네의 얼굴을 대입하다니. 결국 자신이 영원히 알아보지 못할, 그리고 알 수 없을 그 여자에게서도 프리돌린은 알베르티네를 떠올릴 만큼, 사실은 아내를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아니었을까?
알베르티네의 기묘한 꿈과, 프리돌린의 꿈보다 더 몽롱한 현실의 이야기. 말하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두면 비밀스럽게 사라져 버렸을 이야기는, 서로에게 너무나 진실하고 솔직한 두 사람의 고백으로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여기서 프리돌린이 알베르티네가 베개 위에 올려둔 가면을 발견하기 전 그녀에게 사실을 고백할 마음을 먹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못해 털어놓는 고백과, 진실하고자 나오는 고백은 다르니까.
그녀는 미소를 짓고서 잠시 망설인 후에 답했다.
"우리는 운명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현실의 모험과 꿈속의 모험, 그 모든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데 대해 말이야."
"확실한 거야?” 그가 물었다.
"확실하고말고. 하룻밤의 현실, 아니 한평생의 현실조차도 그 인생의 가장 내밀한 진실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아는 것처럼.“ (p.160)
결국 서로 함께 같은 침대에 누워 자고,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를 나눈다 해도, 그 속마음까지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법이다. ‘가장 내밀한 진실’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인 프리돌린과 알베르티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