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예람, 소름이 돋는다

참새책방(들녘) (230711~230713)

by bookyoulovearchive


‘겁쟁이’와 ‘공포 애호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수식어인 걸까? 그렇지만 난 정말로 겁이 많고 또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 (p.11)


단번에 날 사로잡은 문장. 작가님과 나는 비슷한 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 또한 ‘겁쟁이’지만 누구보다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류의 모든 것들을 좋아하는 ‘공포 애호가’니까! 작가님이 나보다 더 겁쟁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약간 헷갈렸다. 결론은 우리는 ‘공포 마니아’보다는 ‘공포 애호가’라는 것!


겁쟁이야말로 진정한 호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 호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다. (...)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충실히 빠지고,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에 실눈만 겨우 뜬 채로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들이야말로, 어쩌면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p.22)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오히려 겁쟁이야말로 호러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색다른 관점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무서우라고 만든 작품을 보며 무표정한 관객을 보면 제작자들은 매우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호러 관련 에피소드를 가득 담고 있다. 어릴 적 귀신을 본 경험담,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오프라인 공포체험, 괴담, 게임, 고어 등 내가 봤던 콘텐츠들도 꽤나 많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2. 나를 보는 그 눈, 그 눈! 파트에서 자세히 서술되는 게임은 나도 직접 하긴 무섭고 게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영상으로 감상했는데 같은 게임인데도 작가님은 ‘시선 공포’로 인해 공포를 느끼신 게 재미있었다.


3. 우리 집은 안전해? 파트에 나오는 영화 <컨저링>도 너무 반가웠다.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든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를 좋아해서 영화가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 관람하러 가곤 했기 때문이다. 같은 감독은 아니지만 이번에 <인시디어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 개봉하는데 작가님도 보러 가실지 괜히 궁금해졌다.


9. 공포 게임의 맛 파트에 나오는 게임들도 대부분 내가 게임 스트리머의 플레이 영상을 봤던 것들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아웃라스트>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서술 부분! 게임의 특징을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설명하시는지 게임 플레이 장면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4. 우리는 누구를 무서워하는가 파트에서 ‘호러물을 즐겨 보는 애호가에서 호러물을 쓰는 창작자의 역할’을 겸하는 사람으로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고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조금이라도 적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공포에 취약한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류는 ‘소리‘로 공포를 조성하는 콘텐츠인 것 같다. 시각적인 공포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참을 수 있는데, 청각적 공포는 유독 견디기 힘들다. 어떨 때는 귀신이나 괴물의 몰골보다 그 소름 끼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곤 한다. 하지만 귀를 막진 않는다. 무서워도, 그 무서움을 즐기는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세상의 모든 겁쟁이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공포를 사랑하기를, 그래서 더 무섭고 더 끔찍한 공포물이 계속 쏟아지기를 바란다. 겁쟁이들을 향한 나의 애정은 앞으로도 우리가 가늘고 길게 유지되길 바라는 동지애에 가깝다. (p.202)


‘세상의 모든 겁쟁이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공포를 사랑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 아마 나 같은 겁 많은 호러 애호가들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켜질 것 같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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