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349 (230714~230717)
시집을 읽는 동안 때론 슬프지만, 때론 아름다운 구절들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시를 잘 몰라도 그냥 좋을 수 있다는 것. 그냥 읽으면 된다는 것.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인 때가 있다
/ 「있다」 (p.8)
모든 사랑은 익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 「오필리아」 (p.10)
둥근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비의 머리카락이
내 발등을 어루만지면
너를 만나게 된 이유와 만나게 되겠지
/ 「아케이드」 (p.13)
대체 뭘 바라는 거죠? 몰라요
이 시를 몰라요 너를 몰라요 좋아요
/ 「인식론」 (p.42)
왜 마음은 어린 날 좋아했던 음료수병 같지 않을까
/ 「그런 날에는」 (p.51)
나는 기억한다, 그날 널 향해 내린 건 세상의 첫 가을비
아무래도 우리는 천년을 함께 살아온 것 같아
/ 「슬픔의 작은 섬」 (p.72)
세상의 절반은 사랑
나머지는 슬픔
/ 「세상의 절반」 (p.76)
이 향기를 전해 줄 수는 없어
너는 언젠가 부드러운 고개를 숙여 하얀 꽃잎들을 바라보았을 테고
향기를 힘껏 들이마셨을 테고
/ 「자스민」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