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오리지널27 (230729~230802)
(23/08/02)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굳은 의지로 거짓된 타협 대신 진실한 도전을 강행하며 예정된 비극을 기어코 막아서는 이야기’라는 책 뒤 표지의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복수를 꿈꾸며 생의 의지를 다지는 아이 화영과,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물으며 생의 의지를 잃어가는 아이 도하. 어쩌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운명 같은 둘의 만남. 한 명은 복수를 위해, 또 한 명은 사과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두 아이는 함께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서로를 구원한다. 살고 싶게 한다.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복수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다음을 상상하고 싶어졌다. 아주 약간이라도 나은 다음을 위해서는 한정혁의 목을 긋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 속 눈물에 가려진 민낯을 드러내야 했다. (...) 그런 괴물을,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저질렀든 무고한 피해자로 모두가 추억하게 둘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난 그 뒤에도 살 거니까. 살고 싶어 졌으니까. (p.268-269)
도하는 그래서 한결 자유로워진 몸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갔다. (...) 그 여정을 통해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유령들의 기분. 어떤 몸도 없이 정말 유령이 되어 버린 도하는, 외로웠다. (...) 그는 연결되고 싶었다. 화영, 그리고 화영이 사는 세상과 다시 이어지고 싶었다. 이렇게 강렬한 욕망은 처음이었다. (p.356)
작가는 레인보우 아파트가 있는 월평동과 씨더뷰파크가 있는 그린동을 오가며 차곡차곡 화영과 도하의 이야기, 더 나아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더 나아가 마침내 한 동네가 품고 있던 엄청난 비밀을 낱낱이 보여준다.
원한과 악의에 가득 찬 악령 각자도 처음부터 그렇게 삿된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악의가 모이고 모이는 데 악령보다도 더 악독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기여했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악령들의 복수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오히려 악에 받친 그들의 비명이 처절해서 슬프기도 했다.
돈으로 구원을 사거나, 돈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건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구원이 있고, 돈으로도 불가능한 일이 있다. 돈으로 생명을 사려고 했던 한정혁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그 죽음의 순간이 언제일지,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 있으니까.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화영이 마지막에 소년원에 가서야 해피 스마일 베어를 꿰매는 장면은 어쩌면 도하의 상처도, 본인의 상처도 봉합하고 치유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니까. 자신의 몸을 두고도 방황하던 도하가 화영이 봉합 수술을 마친 해피 스마일 베어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둘만의 단어를 내뱉자 원래의 몸에 안착한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았던 도하가 화영을 만나 삶의 의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까.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의 진짜 눈을 보고 인사할 수 있었다.
“안녕.”
화영이 제가 꿰맨 곰 인형의 팔을 흔들며 인사했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도하는 건네받은 곰 인형의 손을 흔들며 답했다.
"당연하지.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 (p.358)
그 모든 비극을 보고 겪었음에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복수의 끝을 맞이하고도, 두 아이는 서로의 눈을 보며 웃고, 인사하고, 다시 살아가고자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