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 다시 읽기

잡동산이챌린지 again - week 2 (230807~230813)

by bookyoulovearchive


* 작성 글 내용은 인스타그램 @n0.date님의 활동지 제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은 평어로 쓰였습니다.





Day 08 | 8/7


* 꼼꼼히 읽기: 브런치 링크 글 읽었는데 좋다!


|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자신만의 소유가 아님을 깊이 각성하여 남긴 글이다. 결국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양보하라는 뜻이 된다. 말은 쉽지만 아무나 깨닫지 못하는 경지다.


* 오늘의 문장: 재능은 다 쓰지 말고 남겨서 조물주에게 돌려주고 녹봉은 다 쓰지 말고 남겨서 조정에 돌려주며, 재물은 다 쓰지 말고 남겨서 백성에게 돌려주고, 복은 다 쓰지 말고 남겨서 자손에게 돌려주어라. (p.103)


* 한 걸음 더:


꼼꼼히 읽기와 오늘의 문장의 연장선에서 말해 보자면,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온전히 나의 힘으로만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타인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했어. 양보해서 나중에 더 좋은 일로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거고, 욕심을 내다보면 가지고 있는 걸 잃거나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나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누리는 것, 남겨서 돌려줄 줄도 아는 것, 어렵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해 봐야겠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항상 읽을 책을 넉넉하게 남겨 놓곤 해. 이유는 아직 사놓은 책을 다 읽지도 않았는데 욕심을 부려서 또 새 책을 구매하기 때문... ㅎㅎ 출판사 서평단 모집 이것저것 참여하면서 책이 더 늘었는데 당분간은 정말로 새 책을 늘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책들 다 읽은 후에 책을 구매하고 싶어. (다짐해도 안 지킬 것 같아서 ‘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지켜보려고 노력할게!)




Day 09 | 8/8


* 꼼꼼히 읽기: 링크해 준 한소범 기자님 기사와 인터뷰를 읽은 후에 박서련 작가님의 단독 인터뷰를 찾아 읽었어. 단독 인터뷰 링크도 아래 적어둘게.


| 이제 엄마는 자신만의 게임을 시작한다. ‘아이를 위한 싸움’을 넘어 ‘느그 엄마’를 욕으로 쓰고 여성혐오와 성희롱이 난무하는 게임 세계와의 한판 승부다. (한소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기사)


2021 젊은작가상 수상자 박서련 인터뷰|마리끌레르


| 소설 제목은 <당신 어머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가 패배하는 소설이에요. 이 장면은 주인공이 승리감을 맛보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인 것 같아서, 그리고 그 첫 순간이기도 해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 Q.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그 막강함에 대해 체감할 때가 있나요? 무엇이 작가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머물게 하나요? 이야기가 없는 걸 상상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대상의 매력을 모른 채 소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 존재하는 이상 서사가 있어야 하고요. 그 서사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갈리는 것뿐이지 서사가 없는 건 상상할 수 없죠.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뉴스레터가 떠올랐어. 인스피아라는 뉴스레터인데, 하나의 주제로 책 여러 권을 엮어 매주 소개해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이라 주변에도 많이 추천했어!


인스피아] 얼룩말 세로의 서사, 사람의 서사


* 오늘의 문장: 따라서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어쩌면 아이를 위하는 그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열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지금 여기의 당신이 아니라, 타인에게서는 보상받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당신을 위한 것. 당신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의식하며 아이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면서, 동시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p.109)


* 한 걸음 더:


이 글은 세 번째 읽는 거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한 번 읽고 잡동산이로 두 번. 처음 읽을 때는 화가 많이 났어. 그때는 좀 더 ‘여성혐오’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읽었었거든. 그래서 게임을 가르치러 온 남자 과외선생이나, 게임을 하며 엄마를 욕으로 사용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단어를 욕설로 규정한 게임까지, 모두 그냥 짜증 나고 화가 났었어.


두 번째 읽을 때는 여성보다는 ‘엄마’라는 개인에 더 집중해서 읽어서 그런지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가끔 당신 아이가 되고 싶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 마음에 남더라. 나도 가끔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었었는데,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예전에는 엄마가 ‘너도 너 같은 애 낳아봐!’ 라고 말하면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로만 여겼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이 나서 약간 슬프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떠오르더라고. ‘아이를 위해하는 모든 일이 아이를 위하는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거, 아마 ‘당신’은 자신이 받지 못했던 만큼 아이한테 모든 사랑을 주고 싶었던 거겠지.


게임 과외를 하러 온 K대생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했지만, 그것이 주인공이 겪은 모든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하게 하진 않는 것처럼, 마지막에 ‘당신’이 게임에서 승리하며 경헌이를 이기지만 승리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오버랩되며 시원하게 해소되지 못한 감정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어. 작가님의 인터뷰에서 ‘소설 제목은 <당신 어머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가 패배하는 소설’이라는 말도 슬펐고. 두 번째 읽을 때는 ’혐오‘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서글프고,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존중할 순 없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


이번에 읽을 때는 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읽으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서이초 사건도 떠오르더라. 뚱뚱하다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자기 아이의 가해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피해 학생 탓을 하는 가해 학생, 그리고 그 중간에 낀 담임선생. 백화점상품권 부분은 좀 현실과 동떨어져서 아쉽긴 했지만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생각이 들더라. 교사인 주변 지인에게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거든. 자기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상황, 반에 자기 아이만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들... 물론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것은 당연하고,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들이 참 많아진 것 같아. 이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선생님들 정말 힘들 것 같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 생각하는데, 이대로는 정말 우리나라 어떻게 될지 걱정되고.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인 아이, 엄마한테 아무렇게나 욕설을 하는 아이. 그리고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키가 작거나 뚱뚱한 것 등 모든 게 자신의 부족함 탓인 것 같고 그래서 아이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엄마. 자신의 아이는 특별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수준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멀어져 있는 아빠. 엄마가 안쓰러운 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는 상황이 너무 기괴하게 느껴졌어. 애가 저렇게 막무가내인 건 타고난 성정 탓일지, 키우는 환경 탓일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고. 물질적 풍요가 전부는 아닌데,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에 대해 물질적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어. 아이에게 인위적으로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을 넘어서 짝꿍도 마음대로 정해주고 싶어 하는 모습은 혹시 인형 키우기를 하는 건가 싶어서 소름 돋기도 했고. 회장 선거를 두고 하자는 게임을 대신해 준다고 하며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본 때를 보여 줄 거야’라고 말하는 게 정말 어른다운 대응 맞나 싶어서 헛웃음도 나왔어. 오늘의 문장을 고른 이유기도 한데, ‘당신’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순 없는데, 저런 대응이 정말 옳다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다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자신을 위한 길도 아닌데.


요즘은 좀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게임이 좀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하고, 잘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여성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 여성임이 드러나면 성적인 발언이나 욕설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어. 당장 ‘혜지’라는 이름이 여성 게이머를 희롱하거나 폄하하는 용도로 사용된 실제 사례도 있었고, ‘느그 엄마’를 욕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지.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같은 여성인 ‘당신’도 게임 과외 선생의 실력을 낮잡아보고, 외모를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줘. 게임을 잘하는 모습을 직접 본 후는 섹시하고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작가 인터뷰에서 언급된 부분인데 아래 인용해 봤어.


| Q. '당신'은 '아이에게 올인하고 아이를 통해 자신의 성취를 대신 이루려고 하는 중산층 학부모'라는, 문학 작품에서 맘껏 호감을 갖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약간의 얄미움과 재수 없음(?) 속에서도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더라고요. 인물의 설정에서 약간의 비호감 부분을 넣음으로써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원고 교정 단계에서 이런 메모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편견이 강한 인물”. 자기 아이가 얼마나 좋은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지에 확신을 갖고 싶어 늘 다른 가정, 다른 부모, 다른 여자들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지요. 아이의 질문에 대답 못하는 엄마들이 한심하다는 둥 게임 선생님이 예쁘지 않아서 우리 애 첫사랑이 안 될 테니 다행이라는 둥. 그런데 그게...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와 판단에서 그렇게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편협한 부분이 있고 그건 잘 고쳐지지 않지요. 경험을 통해 얻은 편견일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고요. (젊은작가상 수상자 인터뷰)


어쩌면 ‘당신’은 우리와 크게 거리가 있는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더라고. 꼭 말로 내뱉지 않아도 어쩌면 우리도 무의식적으로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며 살아가고 있을 지도.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주저리주저리 길게 썼는데, 어쨌든 ‘당신’이란 인물이 안타까우면서도, 무섭기도 하고... ‘당신’을 보면서 온갖 복잡한 감정이 드네. 처음 읽을 땐 여성 혐오에 집중했었는데, 그거 말고도 나눌 이야기가 정말 많은 글인 것 같아.


처음 글을 읽을 때는 분노 때문인지 당사자성을 느끼면서 글을 읽진 못했거든. 두 번째 읽을 때 ’당신‘이라는 호명 방식을 인지하고 난 후에 엄마 개인에 더 집중해서 글을 읽어서 분노보다는 안타까움, 좌절감, 슬픔을 더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 이번에 읽을 때도 ’당신‘에게 마음이 가긴 했지만 타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읽으려 노력했어. 나에게는 확실히 ‘당신’이라는 호명 방식이 한 인물에 더 집중하고 감정 이입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Day 10 | 8/9


* 꼼꼼히 읽기:


’판타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고, 현실에 대한 다른 접근‘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난 현실과 아주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었어. 좋은 글 공유해 줘서 고마워!


* 오늘의 문장: 안전, 신뢰, 평등, 존중 등 너무나 당연하고 소중하지만 실은 얼마간 잊거나 포기하고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일. 아마도 어른의 문학과 달리 어린이문학이 가장 구분되게 강조하는 지점일 것이다. (p.134)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모호한 어른의 문학과 달리 어린이 문학 작품에서는 대부분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 같아. 그래서 가끔 어린이 문학을 꺼내 읽으면 힐링되더라고. 버리지 않고 놔두길 잘했다고 생각 중이야.


* 한 걸음 더:


1. 소인, 초인, 모험이라는 세 가지 모티브 중 나는 ‘초인’ 에피소드에 등장한 책들을 다 읽어서 반갑고 재미있었어! 특히 마틸다.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책이라 여러 번 읽었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가끔 꺼내 읽으면 재미있더라고! 난 초인, 모험 모티브 책은 기억나는 게 꽤 있는데 소인 모티브로 된 책은 거의 읽어보지 못한 것 같아.


2. 내가 판타지를 읽는 이유는 말 그대로 판타지라서!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를 구현해 내면서 정말 현실에도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활자로 마법을 부리는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잠시 현실을 잊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


| 현실을 때로 돌파하고, 때로 비판하는 환상. 인류가 여태 도달하지 못했고 어쩌면 결코 도달하지 못할 희망,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세계에의 열망이 판타지 어린이문학에는 있다. (p.134)


’문학의 환상‘이 하는 역할을 위 문장이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해서 인용해 봤어. 현실을 돌파하고 벗어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론 비판하기도 하며 더 나은 현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학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


3. 어릴 때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호비트 1,2권을 정말 좋아했고 아직도 책 가지고 있어! 찾아보니 지금은 절판되었네. 여기 언급된 삐삐 롱스타킹이나 마틸다도 정말 좋아했고, 해리 포터 시리즈나 타라 덩컨 시리즈 등 시리즈물도 많이 읽었는데 그래도 난 호비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 반지의 제왕도 이 작품 때문에 읽게 되었고.


아무 일 없이 평화롭고 편안하게 살던 호비트 빌보 배긴스가 간달프와 난쟁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보물을 찾으러 떠나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는 위험천만한 모험 이야기! 빌보와 함께 모험을 떠난 것처럼 생생하게 읽었던 기억이 나. 완역 전면 개정판이 나왔는데 가격이 좀 비싸서 고민 중이었는데 톨킨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있다고 해서 조만간 구매하려고!




Day 11 | 8/10


* 꼼꼼히 읽기:


| 스스로 잊어야 오를 수 있는

산 정상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시간을 얼마나 오래 껴안고 버리며 걸어온 걸까

/ 「재와 사랑의 미래」 (p.80-81)


-> 정말 오늘 글의 키워드가 몽땅 담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시네 ㅎㅎ 시인이 정말 사랑하는 것들인가 봐.. ㅎㅎ


| (…) 이렇게 서로 다른 온도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마음들을, 일기를 쓰듯 그 속을 들여다보며 독자에게 고백한다.


| 저는 죽음이 아주 고요하고 강렬한 결말로 매듭지어진 상태이면서 ‘삶’에는 가닿을 수 없는, 그러니까 단절과 멈춤의 상태라고 해석했어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다 보면 세계나 주변이나 어쩌면 나 자신으로부터도 일정 부분 단절되는 것 같은데요, ‘단절’ 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이 단어는 결국 사랑하는 상대와의 연결을 더 자유롭게 해주는 환하고 팽팽한 의미의 단절이에요. 이 이상하고 진정한 단절이 이전과는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 사랑해도 단절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연결이 되기도 한다. 이 말 정말 좋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도 하고. 정신없이 사랑하다 보면 주변이 안 보이기도 하잖아. 다른 사람 말이 들리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사랑하는 상대와는 더 깊이 연결되는 것 같아. 허연 시인의 북토크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시인들의 말은 또 다른 시 같기도 하다. ㅎㅎ


* 오늘의 문장: 익숙하지만 동시에 상상과 두려움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는 그 공간은 그렇기에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처럼 여겨진다. (p.139)


-> 사랑에 관한 나의 생각과 비슷한 문장이라 골라봤어! 사랑하는 것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때론 낯선 존재가 되기도 하고,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하다가도, 이 행복이 사라질까 두렵기도 하지. 그래서 이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어.


* 한 걸음 더:


1. 사랑이 뭔지 아직 나만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난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바다가 떠올라. 깊이를 알 수 없고, 때로는 고요하고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지만, 때로는 집어삼킬 듯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빛깔부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빛깔까지 다양한 색채를 지니기도 했고, 태양빛 아래에서 전혀 다른 빛깔을 내기도 하지. 바다는 익숙하지만, 때론 낯선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사랑은 바다를 닮았다고 생각해.




Day 12 | 8/11


* 꼼꼼히 읽기:


| 한겨울밤 갑작스런 폭우에 온통 젖은 채 물과 어둠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선택의 여지 없이 들어선 시골 마을의 유일한 호텔방 너무 비쌌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검은 폭우 최고급 호텔방

/ 「시인의 말」 — 김경미


-> 문장이 뭔가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 소설 도입부 같아 ㅋㅋ 물과 어둠을 떨어뜨리며 선택의 여지 없이 들어서게 된 곳이라.. 시인에게 그건 시를 쓰는 일과 비슷한 걸까?


| 그리고 그 고독과 외로움이 지금까지 '나' 라고 불렸던 얼굴이고 목소리이며 존재 자체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 「추천의 말」 — 김기택


->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는 걸까! 신형철 평론가를 통해 평론에도 관심이 가게 됐는데 알맞은 단어로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들이 요즘 엄청 부러워 ㅎㅎ


* 오늘의 문장:


| 무엇보다 창피스러운 건


떠나면 후회할까 봐 후회를 떠나지 못하는 (p.145)


내가 한 선택은 그때의 내가 최선이라 생각했을 것이니까 후회를 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선택을 하기 전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할까봐 선택하기가 엄청 망설여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그래서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어.


* 한 걸음 더:


1. 나도 가끔은 나를 잘 모르겠을 때 있잖아. 내가 왜 이런 걸 했지, 내가 왜 이걸 좋아했지/싫어했지, 내가 왜 이걸 샀지 등등…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 때 신기하기도 하고, 어쩔 땐 조금 두렵기도 하고. ’마음을 먹는다‘고 표현하잖아, 그래서 결심을 베이커리처럼 하라는 걸까? 빵을 고르는 것처럼 이 빵 저 빵 고민하기도 하고, 아침에는 이 빵을 골랐다가도 밤에는 빵을 버릴 수도 있고. 결심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내가 어떤 것들을 마음 먹고 살고 있나 한 번씩 돌아봐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Day 13 | 8/12


* 꼼꼼히 읽기:


| 발저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이자 실제 삶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쓰기’와 ‘걷기’다. 산책길에서 발견한 하찮고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던 작가 발저는, 1956년 크리스마스 아침 산책을 나간 길에서 홀로 눈밭에 쓰러져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 처음 잡동산이챌린지 혼자 하면서 제일 난해하고 읽기 힘들었던 글이 이 글이거든. 근데 그렇게 대충 읽고 나서 작가의 삶을 찾아보니 숙연해지더라고. 말 그대로 산책자의 삶을 산 사람이고, 크리스마스 날 산책을 나섰다 눈 위에 쓰러져 죽은 채로 발견된 사람. 작가의 생을 알고 나니 글 속 화자와 작가가 겹쳐지며 슬픈 마음이 들었고 이 글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


* 오늘의 문장:


|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거의 모든 것을 매 순간 나는 뜨겁게 사랑했다. (p.154)

| 왜냐하면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가 보여 주는 풍경이나 사물을 미친 듯이 스쳐 지나가면서 처참하게 절망하지 않으려면 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그 따위 말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55)


이 두 문장 중에 하나만 선택하기 힘들어서 두 개 다 가져왔어. 아래 첨부한 사진을 보면 화자가 산책을 하며 보거나 들른 곳을 쭉 적어봤는데, 산책을 하며 만나는 거의 모든 것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그것들을 미친 듯이 스쳐 지나가며 절망하지 않으려면 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화자는 당연히 영영 이해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 한 걸음 더:


1. 화자가 산책을 하면서 본 것들(느낀 건 도저히 다 쓰기가 어려워서)만 쭉 써봤는데, 참 많은 것들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풍경들도 화자는 발견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글 속 화자에게, 더 나아가 작가에게 산책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숨을 쉬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쓰기 위해 걷고, 또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걸었던 사람. ‘산책을 못 하면 나는 죽은 것’이라는 말이 작가의 죽음과도 겹쳐 보였어. 결국 산책을 하다 세상을 떠난 작가가 죽음의 순간 행복했길 바라는 마음이야.

2. 빵집의 금빛 광고,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위협하는 자동차, 거인 톰차크, 에비 부인이 말을 하지 못 하게 하는 것, 화자가 쓴 편지, 하숙 혹은 품격 있는 신사용 호텔의 벽보 혹은 게시물에서 그런 점을 느꼈어. 명확하게 어떤 점이냐고 물으면 설명하기 어렵지만, 금빛 광고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동차도 어른이 아이들의 세계를 너무 쉽게 위협할 수 있다는 비유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 에비 부인이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은 통제와 복종, 공산주의 국가가 떠올랐고, 화자가 쓴 편지와 하숙 벽보는 지식인들을 비판한다기보다는 비꼬고 조롱?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거인 톰차크 부분은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 풍자? 같았어.

3. 난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 산책을 하는 사람이라 여기 나오는 화자와는 정반대의 인간인데, 화자처럼 길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졌어.

4. 난 오늘 서점에 주문했던 책을 찾으러 다녀왔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서점을 보면서 화자가 살기 위해, 그리고 쓰기 위해 산책을 하는 것처럼,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생각을 했어. 나에게 책 읽기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을 산책하는 행위인 것 같아.




Day 14 | 8/13


* 꼼꼼히 읽기:


| 드높은 야심과 안목, 완벽주의 성향은 늘어져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더 큰 고통을 주지만,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의 기원이기도 하다.


-> 게으른 완벽주의자, 이 글을 처음 읽을 때 떠오른 단어야 ㅋㅋㅋ 난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닌데 게으르고 미루기를 잘하고 끝까지 버팅기다 벼락치기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계획해서 살려고 노력 중이야 ㅠㅠ 일단 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ㅎㅎ


* 오늘의 문장: 세잔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를 말해 준다. 내가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할 것. 사진 같은 신기술의 출현, 세상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 그리고 각자의 전성기 시계는 다르다는 것. (p.196)


-> ‘내가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할 것’ 이 부분은 올해 인상 깊게 읽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떠오르기도 했어!


* 한 걸음 더:


1. 나는 야구를 즐겨 보는데, 야구를 보며 배운 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 프랭크 매코트가 남긴 명언 "계속 끄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랑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당연하게 이길 거라 생각한 경기에서 대패하기도 하고, 완전히 졌다고 생각한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는 경우도 보면서, 정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함부로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도 계속해봐야 하고, 그래야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절대 변화는 나에게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야구를 통해 배운 교훈이야 ㅎㅎ


2. 난 세잔 설명에 가장 마음이 갔어. 세잔이 스스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다가 5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기만의 세계를 확립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어. 빛과 색채가 바로 내가 인상주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거든. 그런데 세잔은 거기서 더 나아가 공간감과 입체감을 살린 그림들을 탄생시켰다는 게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그건 끝없는 반복이라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도. 30-40대에 자기 색깔을 찾고자 반복적으로 그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반복해서 그렸던 걸까 궁금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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