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티저북)

문학동네 (230813~230813)

by bookyoulovearchive


(23/08/13) 번영. ‘번성하고 발전하여 영화롭게 됨’이라는 뜻을 가진 동네. 하지만 이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동네에 가게 된 지오의 이야기로 글이 시작된다.


엄마를 지키고 싶어 유도를 시작했지만 엄마의 병 때문에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에게 보내지며 갑작스럽게 번영으로 이사가게 된 아이, 하지오. 그리고 오 년 전 부모님을 잃은 후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되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왔지만 지오 곁에 있으면 고요함을 되찾는 아이, 유찬.


두 아이 모두 각각 엄마의 병과 부모님의 죽음으로 원래의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려버렸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바뀐 일상에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지오의 곁에 있으면 매 순간 웅얼웅얼 들려왔던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고, 심지어 지오의 속마음은 아예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찬은 같이 가자고, 멀어지지 말라고 자꾸만 지오를 붙잡는다. 지오와 함께 있을 때는 개구리와 뻐꾸기 소리, 매미 울음소리와 선풍기 소리 같은, 아주 평범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찬. 그리고 속마음을 들을 수 없기에 오히려 지오의 표정, 몸짓, 억양 하나까지 자세히 관찰하는 찬. 지오는 편안하다는 말에 약간 실망했지만, 찬에게는 편안함이 곧 지오가 특별하다는 표현 아니었을까. 지오가 아니면 절대로 고요함을 느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첫 만남에 찬의 이어폰을 고장낸 후 그를 피해 도망다녔지만, 지오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을 수 없는 찬에게 오히려 마음에 있는 말들을 모두 쏟아 낸다. 지오도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할 수 없는 많은 말들을 마음에만 쌓아두는 게 힘들어 그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찬은 언젠가 자신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지오에게 건넨다.


| “더 해. 들어 줄게.”

“······뭐?”

“궁금했었어. 그래서 듣고 싶었어, 네 속마음.“

(...) 나는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대신 그저 함께 앉아 있어 준다.

언젠가 내가 그랬을 때, 다른 누군가가 그래 주길 바랐던 것처럼. (p.60)


티저북은 찬이 부모님을 잃었던 화재의 원인에 대한 충격적 실마리를 던지며 끝난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지오의 부모님 이야기와, 찬의 부모님의 화재 사건의 전말이 풀리면서 지오와 찬이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오가 유도를 계속할 수 있을지, 그래서 번영 마을에 다시 한번 번영이 찾아오게 될지도 관심이 간다. 무엇보다도 찬이 지오와 함께 있을 때만 고요함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제일 궁금하다.


책의 제목처럼, 뜨거운 여름날 파란 하늘 아래 한없이 푸르른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펼쳐지는 눈부시게 빛나는 두 청춘의 이야기가 여름을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뜨겁고 아릿하다. 두 아이가 아름답고 찬란한 여름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책의 정식 출간을 기다려본다.


(*출판사 티저북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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