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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Sep 11. 2023

정보라, 호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 (230909~230910)


| 첫 문장: 늦은 밤이었다. (p.9)


(23/09/11) 인연(因緣).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 혹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최기준은 어쩌다가 황지은과, 황지은은 어쩌다가 최기준과 인연이 닿아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지은이 사람이 아닌 존재인 것, 그리고 기준이 사람인 것은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사랑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기준은 지은에게 두 가지 약속을 한다. ‘평생 다른 사람들한테 지은의 얘기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자신의 100퍼센트를 줄 것’. 지은은 과거의 경험으로 이 약속이 헛된 것임을 알고, 그런 약속은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퍼센트 전부를 준다는 기준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지은은 다시 한번 속아 본다.


  그러나 구미호로부터 기준을 지키려는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뇌출혈로 쓰러진 할머니를 지키려는 기준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기준에게 대단히 ‘소중한 것’인 지은에 대한 기억을 앗아가 버린다. 기준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지은은 몇 번이나 모습을 바꾸어 기준 앞에 나타난다. 사랑하는 이의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것. 이게 과연 단순히 사람을 홀리는 걸까? 이걸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준은 지은에게 했던 두 가지 약속 모두 지키지 못한다. 헛된 약속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그 사탕발림에 속고자 했던 지은은 또다시 약속을 저버리고 만 기준을 향한 마지막 고백을 남긴 후 사라진다.


| "이젠 끝이야."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을 위해서,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해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걸, 나도 해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당신이라서." (p.198)


  사람에게는 긴 세월이 구미호에게는 아주 짧은 시간이고, 사람은 너무 빨리 늙고 죽기 때문에 사람을 향한 지은의 사랑은 필연적으로 슬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주어진 생 안에서 남은 날들 동안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한다. 사실 글의 대부분이 사람인 기준을 중심으로, 혹은 기준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지은의 과거 이야기나 지은이 기준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등이 정말 궁금해졌다. 어쩌면 신비스러운 존재고, 마술처럼 아름다운 지은의 캐릭터 유지를 위해서 그녀의 이야기는 물음표로 남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구미호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예전 드라마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여자주인공 구미호가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학원의 괴짜 여자 선생님은 돌고 돌아 다시 기준의 곁을 맴도는 지은일까? 기준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다.


| 인연이란 알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주어진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p.207)


  우리 모두가 주어진 생을 살아가며,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뜨겁고, 진하고, 향기로우며, 기묘하게 달짝지근한, 익숙한 맛의 커피는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해졌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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