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챌린지 again - week 7 (230911~230917)
* 작성 글 내용은 인스타그램 @n0.date님의 활동지 제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은 평어로 쓰였습니다.
Day 43 | 9/11
* 꼼꼼히 읽기:
| 不愆(불건) : 허물이 없음. 잘못을 저지르지 않음. 愆은 허물 건.
* 오늘의 문장: 인간의 몸은 우주의 축소판이다. 기뻐하고 성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표출에도 질서가 있어야 몸의 건강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다. (p.137)
* 한 걸음 더:
1. 감정의 표출에도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거 생각해 보니 정말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아. 가끔 똑같은 상황인데도 당장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서 좋을 때가 있고 싫을 때가 있어서 나 자신이 참 줏대 없고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될 때가 있더라고. 그런 나도 나니까 싫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감정 조절에 있어서 어느 정도 나만의 원칙과 질서가 있다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몸이 아프면 특히 더 조절이 힘들더라고 ㅠㅠ 신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한 주를 보내봐야겠다… ㅎㅎㅎ
Day 44 | 9/12
* 꼼꼼히 읽기:
| 김병운의 소설이 공유하는 감각 중 하나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어떤 종류의 위화감이다. (…) 무력감과 불만에서 벗어나려면 나의 삶을 이야기에 끌어 와야 한다.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의견을 내야 한다. 분노와 불안, 해방감과 두려움의 뒤얽힘과 끝없는 자기 검열 끝에 화자들은 숨거나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나를 드러내 보기로 한다. “이렇게는 아니라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해 보기로 한다.(「한밤에 두고 온 것」)
함께 올려 준 인터뷰 넘 읽고 싶은데 내가 저 소설집을 구매해서 완독 후에 꼭 읽어볼게!
* 오늘의 문장: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p.156)
* 한 걸음 더:
1. 2023년에도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최근 들어 더 많은 이들이 꾸준히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최근 국내 최초로 딸 출산 공개한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 김세연 님의 인터뷰 다들 본 적 있어? 인터뷰에 이런 구절이 있거든.
|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어본다면요.
규진 | 부모님이 항상 말씀하세요. 아내와 잘 살고 있는데 왜 그걸 알려야 하느냐고요. 사실 저는 그 기획이 잘될 거 같을 때 합니다. 제일 못 참는 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예요. 결혼을 못 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주길 기다리는 게 성미에 안 맞았고요. 이제는 저희가 법적으로 결혼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두 사람 모두가 낳을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꿔줄 이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더라고. 인터뷰 링크 아래 남길게.
또 지난해 3월 동성 간 부부도 혼인신고 신청이 가능하도록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변경된 이후 총 15건의 동성부부 혼인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하더라고. 물론 현행법상 수리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용기 있는 분들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소설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침묵을 선택했던 ‘대훈’ 또한 ‘숨거나 참거나 도망침으로써 결국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 같은 건 더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오늘의 내일이 내일의 오늘이 되듯, 모두가 평범하고 평등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날이, 언젠가는, 내일이 오늘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언제나 그랬듯이’ 올 것이라 믿어.
2. 난 윤수희 감독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인물이 궁금해졌고 마음이 갔어.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잘 모르지만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
잘 모르면 서로 알려주고 배워 가며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잖아. 자기의 일이 아니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존중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윤수희 감독처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걸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유진의 말대로 언젠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3. 나는 ‘한밤에 두고 온 것’이 ‘숨고 참고 도망쳐왔던 지난날의 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말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침묵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그런 침묵이 때론 자신에게도 상흔을 남긴다는 것도, 그래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 화자 대훈. 안부현 씨의 이야기를 듣고 대훈은 ‘숨거나 참거나 도망침으로써 결국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 같은 건 더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하잖아. 그래서 한밤에 두고 온 건 ‘지난날의 나 자신’이 아닐까 생각했어.
Day 45 | 9/13
* 꼼꼼히 읽기:
| 물론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곡선이 뜻하는 바는 단지 둘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한 시점에서 분배상태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세대 간 이동성이 더 작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세대 간 이동성이 작기 때문에 한 시점에서의 불평등성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두 방향으로의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준구 교수님 글 재미있게 읽었어! 같은 사이트의 아래 글도 흥미로워서 공유해 볼게.
* 오늘의 문장: 삼포 현상은 청년들 내에서도 계급과 젠더의 균열선을 따라 이질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저학력, 저소득, 낮은 가족 배경의 남성들에게, 고학력, 고소득, 높은 가족 배경의 여성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 포기가 더 집중되어 있다. (p.161)
* 한 걸음 더:
1. 꼭지별로 내용 요약
- 밀레니얼세대의 불평등은 가족 배경에서 시작된다
: 산업 변동이 어느 정도 완결된 상태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부모들에게서 태어난 지금의 밀레니얼세대 분석 결과 대학 진학, 취업, 소득 전반에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남. 객관적 조건에서 드러나는 가족 배경의 영향력은 주관적 의식과 태도의 차이로 이어짐.
- 삼포 세대의 계층-젠더 교차성
: 저학력, 저소득, 낮은 가족 배경의 남성들에게, 고학력, 고소득, 높은 가족 배경의 여성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 포기가 더 집중되어 있어 삼포 현상이 청년들 내에서도 계급과 젠더의 균열선을 따라 이질적으로 분포되어 있음.
- 능력주의의 역설
: 오늘날 청년층에서 가족 배경과 성별 간의 격차와 이질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는 능력주의라는 이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능력주의가 정당하다는 전제의 기초가 되는 능력의 자연성 그 자체가 의문시되며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이 공정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
2. 처음 읽었을 때 ’파워 집단이 자녀의 재능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꾼‘ 사례로 ‘금수저 모델’이 떠올랐거든. 모델로서의 기본 자질과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이들이 유명 연예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런웨이에 선다거나, 패션 잡지 화보를 찍는다거나, 브랜드 홍보대사로 낙점되는 것을 보면서 재능보다 배경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다른 모델들이 생각나더라고. 물론 그 자녀들이 나쁘다거나 잘못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재능과는 별개로 부모를 통해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맞으니까.
다시 읽으면서는 삼포 현상이 계급과 젠더에 따라 이질적으로 분포된다는 말에 엄청 눈길이 갔어. ‘저학력, 저소득, 낮은 가족 배경의 남성들에게, 고학력, 고소득, 높은 가족 배경의 여성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 포기가 더 집중’된다는 것. 난 솔직히 공감도 되고, 체감도 하고 있거든. 내 주변에 지금 결혼한 친구 한 명도 없기도 하고 대부분 혼삶을 꿈꾸거나, 애인이 있어도 결혼 생각은 딱히 없는 상황이더라고.
최근에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혼삶이라는 단어가 좋더라고. 연애, 결혼, 출산이 꼭 기본값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점점 더 우리 사회는 삼포 현상이 심화될 텐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점점 더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겠지. 걱정은 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나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데 그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글이긴 하다...ㅋㅋ
Day 46 | 9/14
* 꼼꼼히 읽기:
| 나혜석에게 글쓰기는 ‘은밀하고 사적인 취미’가 아니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여성들과 소통하며,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와 맞서 싸우려 했다.
| 그녀의 생애를 몰락 혹은 파국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나혜석은 “자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데” 패배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고통도 그녀에게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우리의 가장 무서워하는 불행이 언제든지 내습할지라도 염려없이 받아넘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아무러한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 고통 중에서 일신일변할지언정 결코 패배를 당할 이치는 만무하다.” 나혜석의 말은 옳다. 이제 그녀의 글을 다시 읽어 보려 한다. 나혜석은 여성이 말을 하고 여성이 글을 쓸 때 세상은 달라진다고 믿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
* 오늘의 문장: “(…) 자기가 자기를 만족한다면 모르거니와 타인을 상대하여 만족을 구한다는 것은 될 말이 아니야.” (p.166)
* 한 걸음 더:
1. 여자가 어쩌고저쩌고… 진짜 지겹다 지겨워 ㅋㅋ 지금 들어도 짜증 나는 말인데 예전엔 이것보다 더 심했을 거 아니야…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못 살았을 거 같아.
’결혼‘을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으니까 결혼을 ‘한다’는 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안 한다‘, ‘비혼’이다 말하는 건 이상하게 보고 심지어 비난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아직 인식의 개선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 결혼도 선택이라는 것을 존중하고, ‘혼삶’이라는 단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타인을 상대하여 만족을 구하지 말 것’! 꼭 연인이나 혼인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말이라 인상적이었어.
2.
| 김기진: 여성에게 결혼이라 함은 한평생 밥 주고 옷 입혀 주고 같이 산보 다녀주는 것으로 일생을 취직하는 거나 다름이 없지요.
김기진 씨… 짜증 나네 ㅎㅎ 거의 100년 전 대화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하지만 여자를 뭘로 보는 건지 ㅋㅋㅋ 근데 내 생각보다는 혼인 나이가 꽤 높았었네. 여자 스물셋, 스물넷이 결혼 적령기라니. 그럼 지금 나이로는 대학교 4학년 졸업쯤이라는 건데. 난 저 당시에는 19-21살쯤이면 다 결혼한 줄 알았어… ㅋㅋㅋㅋ 남녀 교제의 기회가 지금처럼 많고 자유로운 시대에도 연애 안 하려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이라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현재와는 전혀 다른 현실성 없는 이야기 같다 ㅋㅋㅋ
Day 47 | 9/15
* 꼼꼼히 읽기:
| (...) 시에서 드러난 현실은 단지 무력함과 공포만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에 의해 자신이 망가지지 않아야 하고, 현실을 망가뜨리지도 않아야 하는 것이다.
| 환상적인 세계의 시작과 끝, 시도와 실패를 매일같이 반복할 것을 약속한다. 박은지 시인은 이 약속을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벗어날 수 없는 곳에서 가장 먼 곳을, 매일 실패하는 곳에서 가장 불가능한 것을 함께 꿈꿔 보자고.
* 오늘의 문장:
부서진 미래가 전부 바다로 쓸려 가 버리면 우리는 어떡할까
그러면 내 미래를 나눠 줄게
짝꿍은 두 손 가득 모래를 들어 올렸다
함께 꿈꾸면 그 미래는 커질까 아니면 작아질까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p.179)
* 한 걸음 더:
1. 뜨거운 태양빛 아래 아름다운 여름날의 바닷가 풍경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서 나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였어.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을 거닐며 기뻐하고, 파도가 애써 쌓은 성을 집어삼켜도 다시 쌓고, 또 쌓고 장식까지 하는 짝꿍. 무너질 성, 부서질 미래를 걱정하는 ‘나’에게 기꺼이 자신의 미래를 나누어 준다는 짝꿍. 처음 읽을 때는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가 되게 밝다는 느낌만 받았었는데, 다시 읽으니 약간은 슬픈 느낌도 나는 것 같아. 밀물과 썰물처럼 살아가면서 우리는 행복한 순간들도 마주하지만, 슬픔과 고통의 순간도 맞이하게 되잖아. 나와 짝꿍은 어쩌면 하나의 존재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무너질 성을 생각하고 파도가 성을 집어삼키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성을 쌓고 마을을 만들고 성벽을 장식하는 것. 그게 살아가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Day 48 | 9/16
* 꼼꼼히 읽기:
| 1885년, 길먼은 첫 딸을 출산한 뒤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져들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지지만, 당대의 남성 중심적 의학은 단순한 ‘히스테리’나 ‘신경질’로 치부해 버린다. 결국 치료의 일환으로 모든 ‘지적 활동’을 금지당한 채 ‘모성’의 회복을 강요받던 길먼은 ‘생존’을 위해 이 혼을 결심하고, 마침내 페미니스트로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 후 여성 해방과 연대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미국 전역을 돌면서 정치·사회 활동에 투신한다. 또 길먼은 다양한 문학 작품, 경제 이론서 등을 펴내고, 여성 공동체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 페미니즘의 예언자로 군림한다.
* 오늘의 문장: "만일 내가 입장권에 언급된 '불가항력 조항' 중 하나에 따라 당신이 그리는 세계에서 제외되더라도, 나는 당신이 완전히 좌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당신의 삶은 아주 풍요롭고 폭넓어서, 누군가를 잃는다 해도, 심지어 대단한 사람을 잃는다 해도 당신은 꿋꿋할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겠지. (…)" (p.185)
* 한 걸음 더:
1. 다시 읽어도 남편 너무 빡치네 ㅋㅋㅋ 사실 나는 제목이 반전이라길래, 마로너 부인이 남편을 죽이기라도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조금 아쉬웠던….?! ㅋㅋㅋㅋ
사실 매리언의 선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이 아니잖아. 당시의 보통 여성이라면 남편을 떠나지도 못했을 거고, 오히려 게르타를 쫓아냈으면 쫓아냈지 함께 떠날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을 것 같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성경의 가르침? 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나는 무교라서 많이 들어보기만 한 구절이라 틀렸다면 알려줘 ^^;) 그런 말씀을 실제로 실천한 것 같아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다정하고도 변함없는 아내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어린 여자애를 꼬드겨서 탐한 남자. 그러고도 정신 못 차리고 그 여자애가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아내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는 남자. 아기가 생겼음에도 그 아기와 엄마는 까맣게 잊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내에게 용서받을 생각만 잔뜩 하는 남자. 진짜 최악..
마지막 매리언의 “우리한테 무슨 할 말이 있나요?”라는 한 마디가 그래서 강렬하게 남았어. 진짜 사람이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 말이야. 뭘 보고 아내가 자기를 용서할 거라고 확신한 건지 ㅋㅋㅋ 아내가 죽은 거 아닌가 생각하는 것도 할 말이 없다… 여러모로 최악의 남자!
Day 49 | 9/17
* 꼼꼼히 읽기: 활동지에 그림 같이 실어줘서 고마워! 몇 개는 찾아봤고 몇 개는 안 찾아봤는데 그림이랑 같이 보니 더 재미있다 ㅎㅎ
* 오늘의 문장: 제욱시스는 눈앞에 있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내는 작업에서도 결국 필요한 것은 현실에 실재하는 대상이다. (p.197)
* 한 걸음 더:
1. 가끔 전시회를 보러 가면 화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는데, 그림의 모델이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 그래서 이 글이 흥미로웠어! 읽었던 소설 중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나기도 했고! 도리언 그레이를 그린 초상화로부터 소설이 전개되는 건데도 ‘그림의 모델’이나 ‘초상화’에 대해서는 별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다음에 다시 읽을 땐 그런 점도 생각하면서 읽어봐야겠어!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내는 데도 현실에 실재하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말, 왠지 생각해보고 싶은 문장이었는데 하루도 그 문장을 골랐네 ㅎㅎ AI가 학습을 하는 데도 어쨌든 아예 없는 걸 새로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많은 데이터들이 필요하잖아. 결국 AI가 창작 활동을 한다고 해도 현재와는 아예 동떨어진, 전혀 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 창작이 엄청나게 어려운 영역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어쩔 땐 참 심오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