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231001~231011)
꿈같은 빛깔의 칵테일 한 잔이었다고 생각해 주세요.
/ 「오프 더 레코드」 (p.384)
(23/10/12) ‘마음에 발자국을 남기는 작가, 연여름이 던지는 인간에 관한 아홉 개의 질문들’이라는 책 표지의 소개처럼, 아홉 편의 단편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며 고민해 볼 여러 질문들을 마음 한 구석에 가득 남긴다.
때론 마음이 뭉클해질 정도로 아련하고 슬프지만, 때론 유쾌하고 발랄하다. 때론 꿈 같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때론 우리의 현실을 닮아 있다. ‘꿈같은 빛깔의 칵테일’을 마신 듯한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들의 세계. 연여름 작가님이 그려낼 다른 세계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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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안셔스」 *
: 사랑의 기억만 안고 떠나갈 푸른 길
|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조금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규희는 없을 것이다. 나에게 꽃의 이름을 알려 주던 규희는. 나에게 새로운 두려움을 알게 한 규희는. 가끔은 밉거나 나를 슬프게 해도 그것들을 기꺼이 덮을 만한 애정을 갖게 한 규희는. 이런 상처마저도 감수하게 하는 규희는. (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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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소테」 *
: 망각할 수는 있어도 도려낼 수는 없는 소중한 기억
| 옵션은 상처 난 부분을 지울 뿐, 새로운 행복을 가져와 주는 도구는 아니다. 그건 미하도 이미 알고 있었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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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마음의 얼룩도 흔적 없이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다면
| 의료진은 환자의 고통을, 휴인은 빨래의 오염을, 관리자는 휴인에게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조처럼, 병원은 얼룩을 지우는 반복 속에 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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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 *
: 더없이 인간적이어서 슬픈 미레이의 마지막 말
| “즐거움은 효율로 계산할 수 없다고요. 이걸 만들면서 즐거웠잖아요. 미레이 씨도."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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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빙 라이트」
: 세상은 못 구해도 일상은 구할 수 있는 히어로
| 오늘밤 까지의 공포나 불안 같은 건 이 스파클라로 태워 보내기로 했다. 친애하는 트친님이자 존잘님과 함께. 짧고도 길었던 대정전을 끝내며.
불붙일 라이터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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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보호 구역」
: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또다시 어떻게든 돌아가는 세상
| "먹고 먹히는 세상이란 말, 좀비 사태 아닐 때도 있었잖아요.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많이 변한 건 아닐 거예요. 어쩌면.”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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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패스파인더」 *
: 더 나아질 세상을 위해 멈추지 말아야 할 노력
| "그런데도 도와준대?”
"응."
“왜?”
“결국 우린 다 다른 곳에서 왔으니까?"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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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
: 기다리겠다던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의 일
| 기다리는 건 네가 아닌, 내가 되었다.
네게 남은 나의 기억이 얼마나 될지, 답을 알 수 없는 나만 여기에 덩그러니 남았다.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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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레코드」 *
: ‘꿈같은 빛깔의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한 아련한 고해성사
| 맞아요. 아무리 두들겨도 결코 납작해지지 않는, 무뎌질 줄 모르는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죠.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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