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8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에 실린 세 개의 글을 만났다. 오늘 마음에 담았던 구절들을 적어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나보다는 더 행복한 것 같은데, 그래도 또 가만 큰 숨을 쉬고 돌아보면 나보다 더 힘들고 지친 사람도 눈에 띈다. 내 피로와 절망이 자못 부끄러워지는 때,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마음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111쪽, '열매가 빛을 저장하듯')
살다 지쳐 절망하여 숨이 넘어갈지도 모를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는 일, "나라도 곁에 없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절망을 함께 나누는 일. 사랑의 발명이 시급한 계절. 우리는 이 여름, 누군가의 곁에 서게 될까? (114-115쪽, '열매가 빛을 저장하듯')
우리 각자는,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시작도 끝도 끝끝내 인간이어야 한다. (121쪽, '지금 여기의 삶과 인간됨을 위하여')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는 '직립 보행을 하며, 사고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 동물'이라고 정의된다. '사람 사이'라는 한자 풀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 보면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 동물'답지 않은 인간들이 참 많다고 느껴져 슬프다. 그래도, 아직 사랑을 할 줄 아는 많은 아름다운 이들이 있어, 이 세상이 아직은 살 만 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인지라 완벽하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보다는 타인에게 준 사랑을 어느 정도는 돌려받고 싶어 한다. (물론 아낌없이, 조건 없이 사랑을 베푸는 사람도 있다.) 내가 준 사랑만큼 나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암묵적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마음의 크기는 사람마다 너무도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받는 것이 없어도 계속해서 주고 싶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준 만큼 꼭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이러한 사랑의 주고받음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사랑을 주고받는지에 달려 있다.
누군가 힘든 시간을 보내며 아파할 때 그 곁에 있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타인의 절망은 나에게도 묵직하게 내려앉아 그 고통을 완벽하게는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을 함께 나눌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랑을 느낀다. 그래도 아직 내가 사랑으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이 경우는 사랑의 '발견'이 될 수도, '발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억으로 다시 힘을 내고 살아갈 수 있다. 다음에 내가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 나와 기꺼이 함께 하며 절망의 시간을 인내하는 길을 걸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시작도 끝도 끝끝내 인간이어야 한다.'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인간으로 끝을 맺고 싶다면 우리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사랑하는 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인간답게 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