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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Oct 15. 2023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아작 (e-book) (231013~231014)



나 하나가 방향을 잡고 노를 젓는다고 해서 바뀔까? 내가 가는 방향은 옳은 방향일까? 이런 생각들을 언제나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 작가의 말


(23/10/15) 표제작 「어떤 물질의 사랑」이 제일 좋았지만 좋았던 작품을 하나만 뽑기는 어려울 정도로 단편들의 여운이 짙었다. 특히나 소설집의 마지막 단편 「마지막 드라이브」가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모양의 감정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집은 우리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과 이해, 연민과 연대,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가치가 우리에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작가의 말에서 나온 것처럼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를 믿고 따라가면 된다.


———······———······———


「사막에서」

: 사막 저 너머 밤하늘을 넘어 우주 속으로


|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 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너를 위해서」

: 너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단 서약은


| 그는 둥그런 어항같이 생긴 인공자궁에 똬리를 튼, 쌀알처럼 아주 작은 자신의 ‘씨’를 바라봤다.


———······———


「레시」

: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


|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직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테면 네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해수면 밑으로 떨어지고 있을 거라는 예감. 그러다 돌연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불가능의 확신. 우리의 이별이 지구에서만 일어난 일일 거라는, 스스로를 향한 같잖은 위안까지도.


———······———


「어떤 물질의 사랑」

: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찾아올, 그런 사랑


| “(...)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인 걸, 모두가 같은 사람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요.”


———······———


「그림자놀이」

: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인가 비극인가


| 오직 그 존재에게 위로받고 공감받기 위해서.

  그거면 충분하다는 것을, 이 주인공은 먼 우주에 나와서야 깨닫는 것이다. 끊임없이 그 존재에게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부터, 상처뿐인 언어로부터 멀어진 우주에서 제 숨소리를 유일한 소음으로 삼으면서.


———······———


「두하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 세상


| 물론 이 상황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세상이 다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는 걸 누군가는 반드시 끈질기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

: 희망과 두려움, 확신과 불확신, 구멍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 얼른 깨달으셨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아니에요. 돌파구인 줄 알았겠지만 결국 또 다른 터널에 지나지 않아요.


———······———


「마지막 드라이브」

: 인간의 사랑, 그리고 로봇의 사랑


| “행복하면 인간은 어떻게 되나요?”

  한나는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래.”

  더미가 반짝이는 창밖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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