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시인선 589 (240103~240118)
* 별점: 4.0
* 한줄평: 여러 의미를 품은 밤
* 키워드: 시간 | 밤 | 잠 | 생각 | 슬픔 | 진실 | 꿈 | 두려움
* 추천: 밤의 여러 이미지와 의미를 품은 시들이 궁금한 사람
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아늑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 「비좁은 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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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연 시인의 시집은 처음 읽어본다.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의 필진으로 참여하시게 되었다 해서 그의 시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 쉽게 읽히는 것 같으면서도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문장들에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시집은 아니었다. 단어와 문장들을 꼭꼭 잘 씹어서 소화하고픈 시집이었다.
* 제목 ‘촉진하는 밤’에서 알 수 있듯 ‘밤’을 담은 시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은 적막 속에서 잠들지 않은 한 사람을 상상’(「이 느린 물」, p.22)하게 하고, ‘나를 숨겨주고 더 많은 나를 깊이 은닉해주는’(「푸른얼음」, p.70) 밤. ‘너무 많은 말들이 밤으로 밀려가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헤아리다 만 생각들이 밤에게 도착하고, 후회가 낮을 배웅하며 밤을 기다리고, 다시 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아늑하게 내려앉는’(「비좁은 밤」, p.116) 것. 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본 것 같아 좋았다. [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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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아서 만날 때마다 방을 잡았다.
그 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파티를 했다.
자정을 훌쩍 넘기면 한 사람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있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그 방 창문을 나는 한 번쯤 올려다보았다.
2023년 9월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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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커튼을 들추고
창문 앞에 서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창문 하나를 마주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은 적막 속에서
잠들지 않은 한 사람을 상상했다
저 사람은 불만 켜둔 채로 깊이 잠든 걸까
불이 꺼진 어떤 방에도 잠들지 못한
누군가가 있을까
/ 「이 느린 물」 (p.22)
| 기다린다는 것은 거짓말
그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야
견디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견디고 있는지를 더 이상 모르므로
/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일인칭시점」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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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며칠 후」
「촉진하는 밤」
「이 느린 물」
「2층 관객 라운지」
「문워크」
「푸른얼음」
2부
「꽃을 두고 오기」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일인칭시점」
「비좁은 밤」
「디버깅」
「내가 시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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