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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Jan 18. 2024

김기태, 성해나, 예소연, 소설 보다: 겨울(2023)

문학과지성사 (231216~240117)



* 별점: 4.5

* 한줄평: 서로 다른 혼란스러움을 겪는 세 편의 이야기

* 키워드: 교육, 보편성 | 믿음, 진짜와 가짜 | 은총, 열망

* 추천: 강렬하고도 아련한 소설들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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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했던 만큼이나 좋았던 이번 겨울 소설집.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읽어본 적 있는 작가님의 새 작품을 만나는 것도 늘 설렌다.


* 특히 성해나 작가님의 단편 「혼모노」의 강렬함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읻다의 『여름 기담: 매운맛』에 실린 작가님의 단편 「아미고」가 참 좋았기 때문에 이 단편도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마지막 결말부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소름이 돋았다. 꽤 작품을 많이 쓰셔서 앞으로 찾아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겨울 눈송이를 닮은 표지 그림. 이 책을 끝으로 소설 보다 : 2023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한 해를 네 권의 단편집으로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참 낭만적인 것 같다. 특히나 좋았던 여름과 겨울의 소설집은 올해 여름과 겨울에 다시 꺼내 읽고 싶다. [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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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보편 교양」

: 교육과 보편성, 파괴와 패배


|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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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혼모노」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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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우리는 계절마다」

: 누구나 혼란스러움을 겪었을 그 계절, 학창 시절


| 나는 지금도 인생이 적당한 시점에서 최악의 결말로 끝나버릴 거라는 염세적인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고, 늘 최악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건대, 그 감각은 세계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으로 구성되고, 나는 속절없이 휘말릴 뿐이라는 것을 그 시절에 이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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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언젠가부터 ‘가르치다’라는 말의 뉘앙스가 나빠졌지요. ‘왜 날 가르치려고 해?’ 같은 문장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영향력을 주고받고 함께 변화하지 않고서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까요. (김기태 × 이희우, p.55-56)


| 그런 정보를 접하여 가짜나 거짓일지라도 다수 혹은 내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작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단어가 ‘혼모노’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무속 역시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허위나 다름없지만, 그에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신앙이 되잖아요.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진짜도, 가짜도 될 수 있는 기현상을 소설을 통해 재현하고 싶었어요. (성해나 × 소유정, p.109)


| 누군가의 삶은 안온한 사랑으로 충만하고 누군가의 삶은 치덕치덕한 불행으로 가득해요. 그 속에서 아이들이 갈구하는 '은총'이란 조금이라도 자신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 정처 없는 삶 속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지기를 바라는 단 한 줄기 희망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소연 × 최선교,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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