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읽고 쓰기 (프란츠 카프카, 성)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2. 바르나바스까지 읽었다. 굉장히 독특하고 묘한 매력을 지닌 이 소설에 푹 빠져서 굉장히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성이 서 있는 산은 안개와 어둠에 휘감겨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 커다란 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희미한 불빛 한 점 없었다. (20쪽)
「이 마을은 성에 속한 곳입니다. 이곳에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자는 성에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셈입니다. 누구도 백작님의 허가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허가서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적어도 그것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21쪽)
이 모든 것이 각별히 친절하다기보다는, 어떻게든 K를 집 앞에서 몰아내고자 매우 이기적이고 소심하게, 거의 옹졸할 정도로 안간힘을 쓰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39쪽)
그들의 집요한 관심이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폐쇄적인 태도보다 더 나쁘게 여겨졌다. 더욱이 그것은 그들의 폐쇄성이기도 했다. (55쪽)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인데도 너무 힘이 든 나머지 그는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었다. 생각은 목표를 향해 쭉 나아가는 대신 갈피를 못 잡고 계속 빗나갔다. (59쪽)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변신’이 포함된 단편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읽었던 그의 글에서 어느 누구도 드러내고 싶지 않을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끌어낼 것만 같은 힘을 느꼈다.
<<성>> 또한 굉장히 독특하다. 아직 소설을 다 읽지 않아 섣부르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읽은 부분으로 이야기하자면 성이 어디인지, K가 누구인지, 그가 어디서, 어떻게, 왜 이 곳에 도달했는지, 왜 마을 사람들은 K를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멀리하는지 등등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발톱을 숨긴 채 조용히 웅크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읽었던 부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시작 부분의 ‘성이 서 있는 산은 안개와 어둠에 휘감겨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 커다란 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희미한 불빛 한 점 없었다.’라는 구절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불빛 한 점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막막함’이 오늘의 내게도 다가왔기 때문이다.
졸업을 위해 논문을 써야 하는데 계획서조차 쓰기 싫은 이 마음. 졸업은 해야 하지만 졸업을 하기 싫어 끝도 없이 미뤄 둔 논문 쓰기를 이제는 정말로 시작해야 할 때다. 대학교 입학할 때 졸업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했는데, 정말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졸업하는 날이 오기는 온다. 하지만 막막하다. 졸업이 나에게는 ‘산 위의 어둠에 휘감긴 성’ 같은 느낌이다. 이 안락하고 포근한 학교라는 울타리를 아직 떠나고 싶지 않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성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게 된다면 내 막막함이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어서 책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고 싶은 마음과, 조금은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그래도 내 속도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만 천천히 꼭꼭 씹어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