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절망

2019.04.27 읽고 쓰기 (프란츠 카프카, 성)

by bookyoulovearchive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178쪽까지 읽었다. K라는 인물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알 것 같기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재미있다는 것은 다만….」 K가 말했다. 「사소한 착오가 경우에 따라 한 인간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기도 하는, 그 어처구니없는 혼돈 속을 통찰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113쪽)
성을 보고 있자면 마치 가만히 앉아서 하염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어떤 사람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상념에 빠져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아무도 자기를 지켜보는 이가 없고 완전히 혼자라는 듯 주변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누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은 것 같기는 한데 그럼에도 그 평온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166쪽)
이 자유를 그는 다른 누구도 해낼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싸워서 얻어 냈기에, 아무도 자기를 건드린다거나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며 자기에게 말을 붙이는 것조차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확신도 그에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강했는데 동시에 이 자유, 이 기다림, 이 불가침성보다 더 무의미하고 더 절망적인 것도 없을 것 같았다. (178쪽)




K가 많은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을 떠나 성이 있는 이 마을로 오게 된 것이 단순히 ‘아주 사소한 실수’라고 치부해버리는 면장의 태도에 몹시 화가 났지만, 생각해보니 이 사회에 ‘면장’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갑자기 힘이 빠졌다. 그 사소한 실수와 착오로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어찌 됐든 그는 자신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성과 마을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지만, 사실 그 싸움이라는 것도 상대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여기서는 그를 상대해주는 사람도 몇 없다. K가 166쪽에서 성을 비유한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아무리 두드리고 소리쳐 불러봐도 내게 돌아오는 응답이 없을 때, 우리는 큰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런데 심지어 그 누군가가 내 존재를 알고 있는데도 내게 응답해주지 않는다면, 화가 나다 못해 허탈해질 듯하다.


그래도 주인공은 계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오늘 읽은 부분의 마지막에 그는 결국 성과 마을의 방임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가 결국 끝없는 기다림으로 이어질 것을 느끼고 무의미함과 절망을 느낀다.


이제는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기대가 되기보다는 약간 두렵기도 하다. K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성은 어떤 곳이며, 왜 마을은 성을 두려워하는 듯 보일까? 궁금증을 잠시 덮어두고 내일은 좀 더 가벼운,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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