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204 (240228~240303)
* 별점: 5.0
* 한줄평: 영원히 알 수 없을지라도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묻고 궁금해하고 들여다 보기
* 시집을 여는 첫 시부터 시집을 닫는 마지막 시, 그리고 소유정 문학평론가의 해설까지 완벽했던 시집. 현실의 슬픔과 맞닿아 있으나 그럼에도 사랑을 향하며 본질과 존재에 관해 질문하고 탐구해 나가는 화자. 그렇기 때문에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24/03/04]
(*문학동네 우필사 특별반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청춘이 내 삶의 절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미래에도 더 아래로
사람들은 모든 서사에 절정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강렬한 클라이맥스 없이도 아름다운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단조롭거나 자연스러워도 좋을 텐데
자연사처럼 쉽지 않겠지
/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부분 (p.69-70)
| 서로에게 묻지 않았다
너의 본질은 뭔지
자신다워지는 게 뭔지
자신이 꼭 있어야 하는지
네가 사랑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 「올스파이스」 부분 (p.115)
| 사망자 대부분이 이십대였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조율하고 연습만 했던 이들이 많았다 생애 동안 준비만 했던 이들이 많았다
객석의 사람들이 구경만 한 건 아니었다 몇몇 부상자가 있었다 별로 실력도 없는 교향악단 연주회에 왜 갔느냐고 비난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다 나는 계속 야상곡을 틀어놓은 채 선잠이 들었었다 눈물을 닦는다 꿈이 아닌 것 같다
/ 「신년 청춘음악회」 부분 (p.141)
| 한 사람의 삶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계속 살아나가게 하는 무언가가 사랑일 수 있을 거란 낙관적인 믿음은 어쩌면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본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 속에서 무엇으로 ‘나’의 실존을 회복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김이듬의 시는 아직 쓰이지 않은 사랑의 본질을 향해간다.
/ 해설: 복행(復行)의 시 | 소유정(문학평론가) (p.172)
———······———······———
* 좋았던 시
1부 | 여기 내 살갗의 무늬가 있다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법원에서」
「간절기」
「저지대」
「다행은 계속된다」
「사랑의 역사」
2부 | 우리의 몸속엔 각자의 바다가 있다
「십일월」
「저속」
「카프리치오」
「귓속말」
「당신의 문」
3부 |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를 쓰고 있어요
「내일 쓸 시」
「후배에게」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드라이클리닝」
「내가 던진 반지」
「필균의 침대」
「문라이트」
「여름 효과음악」
4부 | 아직 나의 영혼은 도착하지 않았다
「두 유 리드 미」
「도로시아」
「이 날개 달린 나그네, 얼마나 서투르고 무력한가」
「너는 여기에 없었다」
5부 | 악몽은 잘 이루어진다
「사악한 천사의 시」
「올스파이스」
「조용한 겨울」
「현지인」
6부 | 어쩌면 시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신년 청춘음악회」
「켤레」
「모르는 지인」
「그림자 없는 여자」
「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