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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Apr 24. 2024

구현우,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현대문학핀시리즈 시인선 050 (240304~240330)



* 별점: 5.0

* 한줄평: 시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마음

* 키워드: 슬픔 | 꿈 | 빛 | 밤 | 어둠 | 따뜻함 | 눈 | 어른 |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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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사단으로 필사를 하며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은 시집입니다. 제 취향의 시집은 천천히 한 편씩 꼭꼭 마음에 새긴다는 느낌으로 읽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아요.


* 쓸쓸하고 슬픈 듯하면서도 그 안에 스민 다정함과 따스함에 읽는 내내 마음이 충만해졌어요. 이 시집은 딱 너무 춥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연한 봄이 찾아오지 않은 초봄에 생각나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시집입니다.


* 마지막 에세이는 공감 가는 문장이 참 많았는데요. ‘혼자’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고 잘 즐길 수 있게 된 후에 읽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 ‘연한 노을빛에서 한달음에 짙어지는 밤하늘같이 조금씩 진해지는 얼그레이’( 「얼그레이 그리고 둘 이상의 이야기」 부분)처럼 천천히 우려낸 얼그레이 티 한 잔을 곁에 두고 읽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24/04/04]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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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인들이 한창 바쁠 오후 두 시에 잠에서 깨곤 합니다 정신을 차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불은 계속 덮은 채고요 오늘의 날씨를 검색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약속이 없어서 그런 건 상관이 없는데

 저는 당신이 걱정한 것보다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분 (p.10)


| 네가 나오는 꿈은 모두 나쁜 꿈이지만

 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꿈이 되지도 않는다

/ 「무의식적으로」 부분 (p.47-48)



| 간혹 나는 번갈아 발을 내딛는 법을 까먹곤 합니다.

 남들처럼 하면 된다는데, 남들만큼 하기 버겁습니다. 친구는 내가 그럴 만한 나이라는데, 조숙한 아이라기보단 모자란 어른이 된 기분입니다.

/ 「악천후」 부분 (p.113)


| 나타났을 때처럼 그는 말도 없이 떠났습니다. 머리맡 조명을 조금 더 아늑한 색으로 바꾼 날부터였습니다. 그는 내 말에 대답을 해주지도 맛있는 것을 같이 먹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내가 가장 슬플 때 울도록 두었습니다. 기쁠 때도 웃도록 두었습니다. 그 점이 좋았습니다. 내게 동조하지 않는 나만의 실루엣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는 아마 언제나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내 곁에 있을 것입니다.

/ 에세이: 아주 오래된 대화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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