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넘나리 2기 (240510~240511)
* 별점: 4.5
* 한줄평: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래서 이상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키워드: 동생 | 진짜 | 가짜 | 슬픔 | 고통 | 기다림 | 믿음 | 만남 | 사랑 | 의심 | 속임수 | 삶 | 허상 | 개연성 | 우연 | 기억 |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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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마지막 도서로 송미경 작가님의 첫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완독은 금방 했는데, 이야기를 자꾸자꾸 곱씹게 되어 세네 번쯤 더 읽게 되었어요.
*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이랑 다르게 (긍정적인 의미로) 좀 이상해요. 읽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제리미니베리가 진짜 메리 소이인지’, ‘화자인 ‘나’의 엄마가 동생인 메리 소이를 잃어버린 과정은 진실인지’, ‘눈 깜빡이 인형 미사엘은 ‘나’에게 왜 중요한 존재인지’, ‘‘나’는 엄마, 아빠의 친딸이 아닌데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등 다른 소설이라면 당연하게 풀릴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아요. 그저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다림,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만나게 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수많은 메리 소이들, 그리고 아나무스 씨, 마로니, 제리미니베리까지. 자꾸 글 안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 책 소개의 ‘작은 어른들을 위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극’이라는 문장이 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이 몽환적이다가도 어느샌가 현실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원더타운이라는 이름의 마을부터가 그런 환상의 세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 마지막에 ‘나’는 ‘어쩌면 자신은 메리 소이를 기다리긴 했지만 정말로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 믿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우리 곁에 있는 메리 소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게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리고 진실과 거짓.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이상한 일을 잔뜩 겪은 ‘내’가 기다리는 한 번의 이상한 일. 그리고 원더타운을 떠나는 ‘나’의 가족들. 이 소설은 정말 ‘이상한’ 소설입니다.
* 진짜와 가짜가 중요하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 같은 이야기. 그런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어보시지 않으실래요? 분명 이 ‘개연성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실 거예요. [24/05/19]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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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를 기다리는 건 너희 가족에겐 삶이었으나 타인에겐 일종의 놀이였던 거지. 원래 사람들은 주인공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좋아해. 계속 더 고통받으며 기다리는 걸 보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결말에서 빵, 하고 한 번에 그걸 해결해 주면 더 좋아하고.”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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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웃을 만한 이야기인데도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그런 일들이 있다. 슬픔을 봉인한 채로 우스꽝스러워진 이야기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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