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을 봄

2019.05.01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by bookyoulovearchive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을 이어 읽었다. ‘너무 늦지 않게’, ‘벼랑, 끝과 시작’ 두 글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시작해 잔잔하게 마무리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은 차를 타고 지나기보다 자박자박 걷는 걸음, 세심히 주변을 살피는 눈길 속에서 더 잘 알게 된다. (185쪽)
서로 곁을 주고 스치며 지나는 접촉 속에서 싹트는 앎, 봄에 움트는 새싹과 꽃망울은 그렇게 ‘안다는 것’, 관계와 생명의 의미에 대해 겸허하게 돌아보게 한다. (185쪽)
곧 하얀 목련도 속절없이 지고 흩날리는 벚꽃도 지고 우리는 늦봄 어느 하루를 걷고 있겠지. (188쪽)
오늘의 초대, 지금 여기에서의 사랑의 말을 믿음의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너무 늦지 않게 그렇게 서로를 부르고 보듬고 아끼며 살아도 모자라는 세월. (188쪽, 이상 ‘너무 늦지 않게’)




어느덧 나무들은 푸릇푸릇한 새 옷을 입고 그토록 기다렸던 봄을 알리는 꽃들도 각자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제 할 일을 다 하고 퇴장한 4월이 지나 5월이 시작되었다.


나는 봄에 태어나서 그런지 유난히 봄이 제일 정감이 간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매해 같은 자리에 피는 꽃들을 구경하러 간다. 원래도 어디든 걷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특히 봄에는 더 많이 걸으며 ‘새로 움트는 새싹과 꽃망울’들을 관찰하게 된다. 차를 타면 순식간에 지나갔던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그 자리에 있던 줄도 몰랐던 새로운 들풀과 꽃을 발견하기도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은 차를 타고 지나기보다 자박자박 걷는 걸음, 세심히 주변을 살피는 눈길 속에서 더 잘 알게 된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조차도 세심히 살펴보면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작은 새로운 발견들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서로 곁을 주고 스치며 지나는 접촉 속에서 앎이 싹튼다’고 말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러하다. 서로 자신의 곁을 내주고,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안다는 건 한 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라, 그를 세심하게 살피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다.


저자의 말처럼 어느덧 우리는 여름을 훌쩍 앞에 둔, ‘늦봄 어느 하루를 걷고’ 있다. 너무나도 어둡고 추웠던 긴 겨울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은, 살며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와 어느새 또 떠날 준비를 하는 듯하다. 봄, 새싹을, 꽃망울을, 그리고 희망을 보는 계절인 봄을 남은 기간 실컷 만끽하며 또 여름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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