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

2019.05.03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by bookyoulovearchive


오늘은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 3부의 네 개의 글 - ‘아버지의 이름으로’, ‘잊을 수 없는 단 하나’, ‘시월에 온 이름 없는 여인을 생각하며’, ‘영원할 수 없음을 아는 지혜’ - 을 읽고 3부를 마무리했다. 그중 12월의 글, ‘영원할 수 없음을 아는 지혜’라는 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겨울을 지난 나뭇가지에서 싹이 틀 때 연두색 이파리는 노랑과 연두가 섞여서 금빛으로 반짝인다. 그 빛깔은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의 시간, 처음의 만남, 처음의 반짝임을 가리킨다. (233쪽)
첫 이파리의 반짝임을 기억하는 것. 어떤 찬란한 삶도 그 끝이 있다. 어떤 찬란한 자리도 곧 내려와야 한다.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 지금의 찬란, 지금의 권세에 취하지 않고 그 다음을 생각하는 일.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려오는 시간을 준비하는 일. 절실한 그 무엇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234쪽, 이상 ‘영원할 수 없음을 아는 지혜’)




‘처음’, 그리고 ‘시작’. 누군가에게는 쉬울 그 일이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숙제 같은 일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쉽게 시작했다가도 그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는 바로 포기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데 있어 신중해졌다. 아마 시작의 무게를 조금은 알게 되어서 일까.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라면 한 번 시작한 일을 잘 해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물론 매일 한결같은 마음으로 ‘처음의 반짝임’을 기억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처음의 반짝임,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자 종종 그를 떠올려 본다.


처음의 무게가 더 와 닿는 이유는 단순히 처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끝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봄의 새싹이 금빛으로 빛나듯, 처음의 마음 또한 새 것이기에 또랑또랑한 눈망울 같은 반짝임으로 빛난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읽기’는 세 달 정도 지나니 습관이 되어 어렵지 않지만 ‘매일 쓰기’는 아직도 습관이 되지 않아 버겁다. 처음의 마음은 가끔 흔들려 이대로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래도 그 반짝임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그리고 힘을 낸다.


저자의 ‘지금 뿐 아니라 그 다음을 생각하는 일.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려오는 시간을 준비하는 일.’이라는 문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아무리 내가 지금, 여기, 오늘에 충실하게 살고자 한다 해도 ‘다음’에 대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하루하루 현재의 노력이 모여 내일이 되기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의 제목처럼 우리는 영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엇이든 내가 시작한 일은 책임을 지고 끝까지 잘 보살핀 후 매듭을 잘 지어야 한다. 내 글이 영원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가 시작한 나의 글을 끝까지 잘 보살펴 이 도전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이 글을 쓰다가 벌써 다음 날로 시간이 넘어갔다. 오늘도 흔들렸던 초심, 처음의 반짝임과 언젠가 보게 될 끝의 잔잔함으로 다시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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