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5 읽고 쓰기 (프란츠 카프카, 성)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읽었다. 266쪽까지 읽었는데 아래 두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그에게 가장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클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K 자신이,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그가 다른 사람의 소망이 아닌 그 자신의 소망을 갖고서, 그의 곁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지나 더 멀리 성으로 가기 위해 클람에게 다가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86쪽)
하지만 이 마지막 남은, 더없이 작은, 꺼져 가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 희망이 그래도 당신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188쪽)
K는 왜 그렇게 성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가 살던 곳을 떠나 이 곳까지 어떻게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 왜 그의 소망이 '성으로 가는 것'인지 정말 너무나도 궁금한데 거의 소설의 반을 읽은 이 시점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단지 K에게 성으로 가는 것이 '그가 가장 추구할 만한 가치이며, 그의 간절한 소망'이라는 이야기만 다른 인물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반복될 뿐이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과 갈등을 겪는 K를 보며 이방인의 고독과 쓸쓸함을 온몸으로 느낄 그가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미련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성으로 가는 일'을 만약 세상을 바꾸는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면, K와 같이 미련하고 바보 같지만, 우직하게 아무도 함께 해주지 않는 외로운 길을 홀로 걷는 사람은 언제나 그 '마지막 남은, 더없이 작은, 꺼져 가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유일한 희망' 그 자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도, 아무도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아도, 모두가 자신을 업신여겨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향해 걷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에서의 K는 성으로 가기 위해 이 마을의 관습과 규칙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를 바꾸고자 한다.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켜왔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을의 규칙과 성의 지침에 관해 이방인이고 타자인 K는 의문을 갖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아직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날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성으로 가는 일이 정말로 한 세상을 바꾸는 일과 비견될 수 있다면, K의 용기와 단호함을 응원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렵기도 어렵지만 외로운 길이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감내해야 할 때도 많다. 내가 기댄 희망이 사실은 몹시도 보잘것없는 것이어서 좌절할지도 모른다. 그 끝이 암흑과 같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내 소망이 아무리 강해도 포기하라는 유혹적인 속삭임에 굴복하게 돼버릴지도 모른다. 대다수가 '예' 혹은 '아니오'라고 말할 때, 그 반대를 말할 수 있는 용기. 과연 K는 정말로 성으로 갈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