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7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을 거의 다 읽어간다. 오늘은 4부의 세 개의 글 - ‘을이 던지는 질문’, ‘너무 많고 너무 적은’, ‘주눅든 공손과 평등한 사랑’ - 을 읽었다. 그중 첫 번째 글이 오늘 읽은 우연히 읽은 다른 글과 비슷한 맥락이라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은 어쩌면 행복보다 더 어려운 과제라는 걸. (...)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일이 지혜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란 걸, 학교나 집, 사회에서 마주치는 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일이 결코 더 쉬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247쪽)
일의 성취와 승리의 열매는 늘 가장 높은 이가 거두고 실패는 아래로 전가되는 현실. 우리 세상의 일이 그러하다. (249쪽)
나는 “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고 이어져 있는” 존재인 것이다. (249쪽, 이상 ‘을이 던지는 질문’)
오늘 우연히 읽은 다른 글은 문재인 대통령이 5월 말에 발간될 독일 언론 FAZ(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의 기고문집 '새로운 세계질서'에 기고하신 '평범함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평범함의 위대함’. 이른 아침에 읽었던 ‘을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글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주제였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 권력자, 그리고 영웅을 주목하고, 한참 후대의 사람들인 우리는 철저히 그들의 입장에서 서술된 단편적인 역사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승자와 권력자의 기록에 피라미드의 마지막 돌을 올린 사람의 이름, 전쟁터에서 카이사르의 음식을 만들었던 요리사의 이름, 만리장성을 건설한 노동자의 이름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노고가 잊혀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역사의 주체는 위인이 아닌, 그 뒤의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범함의 위대함’도 1919년의 3.1 운동, 1980년의 광주, 그리고 2016년의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평범한 시민들의 집단적 힘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사실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그중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동양의 옛말은 “평범한 힘이 난세를 극복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정말 좋았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아는 사람, 평범한 개인이 사실은 얼마나 가치 있는 개인인지를 알고 존중하는 사람, 그런 존경할 만한 분이 대통령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고문의 전문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을 아래에 가져와보았다.
6. 평범함의 위대함
평범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것, 일상 속에서 희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여기에 새로운 세계질서가 있습니다. 역사책에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 이름이 아니라 노동자나 나무꾼, 상인이나 학생 등 일반명사로 나오는 사람들, 이 평범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세계도, 국가도,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비롯됩니다. 일을 하고 꿈을 꾸는, 일상을 유지해가는 평범함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우리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삶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삶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도 알아나가야 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 어떤 행동이 확산되며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야기되고 기록에 남겨져야 할 것입니다.
(중략)
결국 우리는 세계를 지키고 서로의 것을 나누면서, 평화의 방법으로 세계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그러하듯, 괴테가 남긴 경구처럼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이렇게 우연히도 서로 연결되는 듯한 글들을 하루에 만나게 되면 기분이 매우 좋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나 한 사람이 미래에 한 번의 날갯짓이 큰 효과를 일으키듯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서두르지 않되, 쉬지 않고 열심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