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2019.04.07 읽고 쓰기 (정은귀, 바람이 부는 시간)

by bookyoulovearchive


오늘은 정은귀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시간>> 28쪽부터 51쪽까지 다섯 편의 글을 읽었다. 오늘 필사한 구절의 일부를 가져와 본다.


이렇듯 4월은 죽은 땅이 아프게 깨어나는 가장 아프고 괴로운 달이면서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29쪽, '생의 기쁨은 어디에')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의 고마운 희생을 딛고 나라는 꽃이 핀다. 해서 한 생명이 발하는 '빛'은, 다른 존재들에게 진 '빚'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의 신비다. (31쪽, '생의 기쁨은 어디에')
마음에 오래 머무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 마디다. (36쪽, '당신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일')
삶의 길은 승리와 패배가 늘 함께 하는 길이다. 그 싸움에서는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 즉 내가 누구를 제치고 이겼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굴곡진 길을 얼마나 굳건히 걸어왔는가, 지금도 묵묵히 걷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50쪽, '다른 모든 것을 잊더라도')




봄은 정말로 신비로운 달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 낸 나무들은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파릇파릇한 잎사귀와 봄을 알리는 꽃망울들을 피워낸다. 그래서 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잎사귀를, 그 꽃망울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 나무들, 풀들, 그리고 그들을 품고 있는 땅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땅에게는 아프고 괴로울 그 과정은 잘 모른 채 피어난 새 풀잎과 꽃들을 그저 쉽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고 누리는 자연의 봄맞이 과정에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그냥 되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빚'이라는 게 작을 수도, 클 수도 있지만, 작게는 '마음에 머물 힘이 되는 말 한 마디'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꼭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빛'이 될 수도 있겠다. 그 '빚'을 갚는 방법은 작게는 나의 작은 '빛'을 타인과 나누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크게는 나의 '빛'을 엄청나게 키워 타인에게 '비추는',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우리 각자는 또한 자신만의 길을,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존재이다. 타인이 좋은 모범, 본보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들과 완벽히 같은 존재가 될 순 없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결국 이 세상에서 나의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될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되고, 그 '빚'은 내가 발할 '빛'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갚으면 된다.


다시, 봄이다.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아름다운 새싹과 꽃망울을 아낌없이 피워내는 나무처럼 나도 다른 존재들에게 진 '빚'을 아낌없이 갚을 수 있는 '빛'이 되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생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4월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쓰기를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