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챌린지 DAY 06 (23.05.06)

캐서린 맨스필드,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 로자벨의 피로

by bookyoulovearchive


그렇게 밤이 흘러갔다. 지금은 새벽의 차가운 손가락들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그의 손에 바짝 다가와 있다. 희미한 회색 빛살이 칙칙한 방안을 가득 메웠다. 로자벨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짤막한 숨결 몇 마디를 토해 낸 뒤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자기가 지닌 유산은 오직 비극적인 낙관성뿐이었으므로,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흔히 젊음이 유일하게 상속받은 유산이기도 하니까, 여전히 반쯤 잠에 취한 상태로 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입가 주변으로 불안한 경련이 넓게 피어났다. (p.93)


비가 오는 날이라 더 생생하게 글을 읽은 느낌이다. 비가 오는 날 창가에 가만히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방울에 비친 빛은 다채로운 색을 내며 빛나고, 그걸 바라보며 멍 때리다 보면 많은 공상들을 하게 되곤 한다. 그걸 ’오팔과 은빛 광채‘, ’요정의 궁전‘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낸 게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라 감탄이 나왔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로자벨이 온갖 달콤한 상상을 하다 결국 현실로 돌아와 다음 날을 위해 잠이 들고, 다음 날 새벽잠에서 깨는 것은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 있어 조금 서글펐다. 자신이 지닌 유산을 ’비극적인 낙관성‘이라며 자조하는 듯 하지만, 결국 ’낙관성‘을 지녔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로자벨은 현실을 이겨낼 충분한 힘을 갖춘 듯하다. 사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 그래도 조금 더 괜찮은 날들이 있을 것이고, 조금 더 행복한 일들이 생길 것이라는 낙관적 희망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마저 없으면 하루를 버틸 힘이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작가가 젊음이 유일하게 상속받은 유산을 낙관성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이전 05화잡동산이챌린지 DAY 05 (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