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챌린지 DAY 13 (23.05.13)

로베르트 발저, 『산책』 / 산책 (박광자 옮김)

by bookyoulovearchive


지금까지 읽은 잡동산이 글 중 가장 난해하고 잘 읽히지 않아 완독하는데 애를 먹었다. 글을 읽기 전 작가 관련 글을 많이 봐서, 글을 다 읽은 후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검색해 보았다. 로베르트 발저는 말 그대로 ‘산책자’의 삶을 살다가 간 사람이었다. 가정 형편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가족들을 일찍 잃었으며, 20여 년을 정신병원에서 산 사람. 걷기와 쓰기에 강박적으로 몰두한 사람. 크리스마스 날 산책을 나섰다 눈 위에 쓰러져 죽은 채로 발견된 사람. 작가의 생을 알고 나니 글 속 화자와 작가가 겹쳐지며 약간 슬픈 마음이 들었다.


"산책은 말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활기를 찾고, 살아 있는 세상과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대한 느낌이 없으면 나는 한 마디도 쓸 수가 없고, 아주 작은 시도, 운문이든 산문이든 창작할 수가 없습니다. 산책을 못 하면 나는 죽은 것이고, 무척 사랑하는 내 직업도 사라집니다. 산책하는 일과 글로 남길 만한 걸 수집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고, 긴 노벨레는 물론이고 아주 짧은 글마저도 쓸 수 없습니다. 산책이 없다면 나는 그 무엇을 인지할 수도, 스케치할 수도 없습니다. (…)“ (p.174)


어쩌면 글 속 화자에게, 더 나아가 작가에게 산책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숨을 쉬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기 위해 걷고, 또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걸었던 사람. ‘산책을 못 하면 나는 죽은 것’이라는 말이 작가의 죽음과도 겹쳐 보였다. 결국 산책을 하다 세상을 떠난 작가는 마지막 순간 행복했을까? 그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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