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9 읽고 쓰기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오늘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73쪽까지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다음은 오늘 읽었던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고집불통 장본인이었다. 나는 장차 지독한 슬픔에 빠져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놈이었다. 내 모든 불운은 방랑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어리석은 성벽에 빤히 보일 정도로 고집스럽게 집착해서 그 방랑벽을 실행에 옮긴 결과였다. (62쪽)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 어느 정도 보장된 안정적인 삶. 그것을 뒤로한 채 바다를 동경해 부모님의 애절한 부탁을 거절하고 모험에 뛰어든 주인공을 보며 ‘나라면 저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바다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 못해 무인도에 홀로 떠밀려와 그곳에서 몇십 년을 살아남는 과정을 소설에서 상세히 묘사했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을 보면서도 인간이란 극한의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내는구나 싶어 감탄이 나오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시 읽으니, 주인공이 얼마나 엄청난 선택을 한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결국 그는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고집불통 장본인’이라며 본인을 자책하지만, 부모님의 곁에 머무르면 보장되는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택했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처럼 우리는 가끔 우리가 선택하지 않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미련, 후회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마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가지 않은 길’의 무게는 더욱더 달콤하게 느껴져 뼈저리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했을 때, 그가 만약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바다에 나가지 않고 부모님의 말씀을 따랐더라면 어떨까? 아마 그의 삶은 편안했을지 몰라도, 평생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더 큰 후회 속에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회가 없는 삶이 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하지 않은 것,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 아쉬움을 최대한 덜어낼 선택을 하는 것도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언제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