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진 않았지만 당신이 궁금할 로컬 브랜드들의 이야기 vol.3
기술 변화는 기실 모두의 손에 한 움큼의 영향력을 쥐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제약이 없는 곳에서라면 언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떠오른 단상들을 활자로 기록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일상을 하나의 예능처럼 촬영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고가의 편집기계가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영상 편집이 가능해졌다. 서울 성수동의 한 사람은 바로 이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스스로를 브랜드화했다. 안홍준이다.
본래 그는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었다. 대부분이 그렇듯, 전공을 살려 취업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학창시절 수학이랑 과학, 두 과목을 좋아했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요. 그런데 이것들을 대학 전공으로 접하니까 쉽지가 않은 거예요.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도 어렵고요.”
입시를 준비할 땐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 여겼다. 하지만 대학에 오면서, 어쩌면 그게 다는 아닐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막상 대학에 와보니 굳이 전공을 살리지 않는 경우들도 꽤 많더라고요. 졸업한 선배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고요. 어쩌면 저도 저만의 길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무렵, 전공 서적을 보던 눈이 한 SNS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이었다. “2015년도 무렵이었어요. 인스타그램에 ‘ㅇㅇ지역 카페’ 같은 걸 검색하면 다양한 공간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해서 카페 찾아다니는 게 나름 유행이기도 했고요. 당시 1세대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지인이기도 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어쩌다 들여다본 정사각형 화면, 그 속에서 발견한 카페들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 맛과 다른 맛에 적잖이 놀랐다. 맛도 맛이지만 사람이 주는 힘도 인상 깊었다. “공간의 톤 앤 매너, 커피의 퀄리티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참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따라 공간에 남는 기억과 경험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았거든요.”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고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카페라 여기게 됐다.
그때부터 카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름의 공부를 시작했다. 자주 놀러가던 도쿄 여행시에도 유명한 레트로 카페나 최근 주목받는 로스터리 등을 빼놓지 않고 찾아갔다. 다른 언어를 쓰는 카페 직원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음료나 칵테일 한 잔으로 다양한 소통이 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허물없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장소.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카페라고, 그는 생각했다.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윽고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커피를 향유하던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치로 옮기니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환경이다. 그가 일했던 카페는 여유로운 서비스보다는 할당된 주문량을 신속하게 응대하는 쪽에 가까웠다. 손님과의 대화는 여러모로 어려운 구조였다. “그때 많이 배웠어요. 공간의 속성이나 성격, 운영 방침에 따라 그게 가능한 곳이 있고 그렇지 못한 구조가 있다는 걸요.” 모든 고객이 대화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떤 분들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본인의 시간에 몰입하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때 생각했죠. 대화가 정답은 아니구나 하고요. 좋은 커피와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브랜드가 제공하는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제주도에서 일을 하다가, 서울의 로스터리 카페로 몸을 옮겨가며 내실을 다져갔다.
커피를 만난 순간, 안홍준에게 목표가 생겼다. 커피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려면 스스로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안홍준은 판단했다. “남들보다 앞서 가려면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선택한 게 유튜브였어요. 원래는 일상 브이로그를 메인 콘텐츠로 삼으려 했는데, 지인들의 권유로 카페 아르바이트생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이런 형태의 브이로그는 많지 않았거든요.” 2018년도 즈음의 일이다.
학교 아님 아르바이트가 하루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던 시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일상적인 장면들을 온전히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브이로그가 가진 힘이었다. 그저 카페 출근부터 퇴근이라는 단어 사이에 벌어지는 장면들, 매장 청소부터 음료 및 디저트 제조 과정 등을 꾸밈없이 담았다. 그 힘에 사람들이 몰렸다. 하나 둘 쌓인 브이로그 조회수가 어느새 누적 조회수 10만, 100만을 넘었다. “4개의 영상을 올렸을 즈음부터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왜 영상이었을까. “당시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는 사진에 좀 더 친화적인 매체였어요. 그러다 보니 사진으로 본인을 알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해시태그만 검색해 봐도 그렇고요. 비슷한 방식으로는 주목받기가 어렵겠다 싶었죠. 그때 영상이 떠올랐어요. 평소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영상이 주는 힘과 사진이 주는 힘이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유튜브를 떠올리게 됐어요.” 릴스도, 쇼츠도, 틱톡도 없던 시절이다. 레거시 미디어나 유명인들이 유튜브로 몰리던 시절도 아니었다. 영상은 분명 차별성 있는 전략이었다.
물론 영상을 제작하고 자막을 입히고 편집까지 하는 일.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전공자였다. “처음에는 10분짜리 영상 하나 제작하는데 거의 3일 정도가 걸렸어요.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나중에는 작업 속도가 빨라졌어요. 구독자들이 어떤 유형의 영상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먼저 영상에 들어갈 음악을 찾고, 이를 삽입할 구간들을 잡은 다음 자막을 작성하는 식이었다. “자막 작업은 힘들었지만, 영상을 편집하고 노래를 넣는 건 꽤 재밌었어요. 영상도 과장 없이 잔잔하게 촬영하다 보니 생각보다 수월했어요. 좋아하는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들을 모티프 삼아 흉내 내보기도 했죠.”
의외의 출발, 예상치 못한 반응의 연속. 승산이 있어 보였다.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어요. 그맘때쯤이면 보통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을 쌓는데, 저는 과감히 놔버렸어요. 2학년때까지만 해도 학점이 4.0을 넘었는데요. 3학년때부터는 학점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았어요. 돌아갈 곳을 아예 없애버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여기에 몰두하고 사활을 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인맥도, 별다른 배경이 없던 그에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스스로를 전하는 용이한 수단이었다. 휴학을 하고 커피에 관한 지식을 쌓았던 시절처럼, 그는 퍼스널 브랜딩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떤 세상에서는 숫자가 영향력을 보증한다. 안홍준의 유튜브 채널은 어느새 24만이라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게 됐다. 유튜브로부터 실버 버튼도 받았다. 그의 선택과 직감이 하나씩 맞아갔다. 분명 더 투자하고 몰입하면, 특색을 더더욱 살릴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안홍준은 그러지 않았다. 이 시기를 자신만의 브랜드 시작점으로 삼았다. 그 무렵 에이투비(@atob.kr)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에이투비가 시작된 무렵은 코로나로 전 국민의 동선이 축소된 시기였다. 2021년 11월 즈음이었다. “에이투비가 처음부터 잘 된 게 아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소위 ‘오픈발’이라고 하는 걸 사실상 못 봤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구독자 분들이 찾아주셨지만 에이투비가 팝업스토어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럴수록 단단해졌다. 어떤 콘텐츠가 많은 구독자들에게 사랑 받을지 고민했던 크리에이터 시절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에이투비가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데에는 어떤 확고한 믿음이 자리해 있었다. “저는 폐업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는 운영하는 매장이 썰렁해지는 게 실패죠.” 실패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기에, 좌절보다는 생산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커피와 음료에서 나아가, 뭔가 또 다른 시도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카페의 본질은 커피가 맞다. 안홍준도 이를 결코 잊지는 않았다. 그 또한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고, 생두 라인업에 대한 지식 또한 풍부했다. 하지만 이게 보다 더 많은 대중들을 품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커피 하나로 승부하기에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믿었다. 에이투비는 커피 외에 두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에이투비란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에이투비의 직원들이(a) 공간을 방문한 손님(b) 에게(to)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미가 하나, 에이투비가 제안하는 특정 라이프 스타일 영역(a)이 좀 더 넓은 범위(b)를 향해(to)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또 다른 하나다.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한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느낀 건데요. 브랜딩에 중요한 건 네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공간을 잘 갖추고, 메뉴도 신경 쓴다 해도 이름이 입에 안 붙으면 사람들 뇌리에 남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브랜딩을 할 때, 기억에 남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에이투비였어요.”
이름에 담긴 두 개의 뜻처럼 에이투비는 두 가지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나는 디저트, 또 하나는 라이프 스타일 굿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커피는 카페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맞죠. 그런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명 해외 로스터리의 원두들도 국내로 들어오고 있고, 이미 한국에도 로스팅을 정말 잘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저는 커피 박사가 되기보다는 브랜드의 확장성, 사람들과의 소통과 경험 제공에 힘을 주고 싶었어요.”
해외라곤 일본 외엔 가본 적 없는 안홍준. 에이투비만의 차별성 있는 디저트를 위해 디지털 바다를 유영했다. 국내에서 보지 못한 디저트의 디자인을 끝없이 찾고, 이를 응용한 디저트를 구상했다. “비주얼에 힘을 준 대형 브랜드들의 디저트보다는, 같은 디저트라도 재료를 바꿔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변주를 주면 에이투비만의 독특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각종 참고자료들을 훑었다.
마침 과거에 일한 카페에서 디저트 기획과 브랜딩을 시도한 전례가 있었다. “예전에 일했던 카페에서 사장님이 저한테 질문을 하셨어요. 수제 와플을 가져오시고는 ‘이걸 어떻게 하면 플레이팅 하면 좋을까’라고요. 저는 생각했어요. 디저트로 사람들을 방문하게 하려면, 단순히 수제청 올리는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고요. 마침 SNS에서 라테 위에 쿠키를 올린 이미지를 본 기억이 떠올랐죠. 그걸 응용해 우리도 와플을 머그잔 위에 올려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래퍼런스 체크를 했죠. 이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래퍼런스 체크잖아요. 다행히 없었고요. 디저트 이름은 와포카토라고 지었어요.”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탄생한 에이투비의 대표 디저트 중 하나는 ‘피곶치’다. 보통 호두와 포도, 곶감, 치즈를 곁들여 먹는 와인 안주가 있다. 에이투비는 호두 대신 피칸을 사용하고, 곶감을 말아 넣는 대신 바깥에 올려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피곶치라는 이름은 군생활 시절 경험에 착안했다. 신당동 근처에서 의경 생활을 하던 안홍준은, 근처 동국대에서 유명한 ‘피막치’라는 메뉴를 즐겨 먹었다. 피막치는 피자, 치킨, 쟁반 막국수를 함께 먹는 메뉴를 칭한다. 그걸 응용해 피곶치라는 이름을 지었다.
와포카토부터 피곶치까지. 무릇 이름이란 입에 잘 붙고, 디저트의 본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안홍준의 믿음이다. “겨울에는 티라미수 디저트를 선보였는데요.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해서 ‘메리미수’라고 지었어요. 아포가토에 위스키를 부어 먹는 메뉴는 ‘위스가토’, 포트 와인을 부어 먹는 건 ‘포트가토’라고 지었죠. 이름을 들었을 때, 디저트 재료들이 쉽게 유추될 수 있게 말이죠.”
기발하면서도 친근한 에이투비의 디저트.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보통은 재료를 먼저 떠올려요. 제철 과일 혹은 사계절 사용이 가능한 재료들을 선정하고, 그다음 맛의 조합을 구상하죠. 그 두 가지가 준비가 되면 그때부터 디저트의 비주얼을 고민해요.”
한편, 에이투비의 곳곳에는 모자부터 티셔츠, 머그컵 등의 굿즈들이 진열돼 있다. 오프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확장성의 차원에서 굿즈를 선택하게 된 건 다음과 같다. “디저트도 경험의 차원이지만 굿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에이투비를 준비하던 당시, 컵이나 소품 등에 브랜드 로고를 입하는 것도 대세이긴 했는데요. 에이투비는 단순히 프린팅 하는 차원보다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는 쪽에 주안점을 뒀어요.” 에이투비는 개점 초, 컵에 영화 <트루먼쇼>에 나온 마지막 대사를 새겨 넣었다. 그런데 이게 또 한번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슈를 만들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컵 덕분에 초반에는 ‘컵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죠.”
그 후부터 다양한 사물들에 브랜드가 전하는 느낌들을 그려 넣었다. “제 애인이 강아지를 참 좋아해요.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기도 하고요. 특정 문구만 넣는 것도 확장성이 없다면서, 이번에는 컵에 강아지를 그려줬는데요. 이것도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강아지가 그려진 컵은 지금 일본의 한 편집숍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력이 있는 안홍준의 애인이자 동업자. 그는 패션부터 다양한 트렌드에 기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재능이 에이투비를 보다 감각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여세를 몰아 에이투비의 굿즈는 실용의 영역, 의류로 확장됐다. "모자나 의류 또한 대규모 편집숍에 입점시키려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너무 매니아틱 한 디자인보다는 부담 없이 손이 갈 수 있게끔 제작했죠. 실제로 방문한 손님분들 중 팬심으로 구매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에이투비 중앙에는 긴 바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테이블은 미니멀한 분위기를 내기에 용이했다. 그런데 다소 차가웠다. “공간이 너무 차가운 이미지였어요. 에이투비가 오픈한 게 겨울이었는데, 계절감까지 더해져서 엄청 춥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미 제작한 바 테이블은 어찌할 수 없으니까, 다른 요소들을 통해 공간을 좀 더 포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위해 다시 한번 핀터레스트를 들여다봤다. 식물들을 공간에 수놓은 플랜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공간의 온도를 높이기에 용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식물들을 공간에 배치했고, 우드 계열의 빈티지한 가구들도 하나씩 놓았어요.”
공간을 찬찬히 바꾸고 고쳐가기를 반복,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에이투비. 재방문율이 꽤 높은 편이라고, 안홍준 대표는 말한다. “재방문율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2층이기도 하고, 주변에 직장인 분들이 많은 편이니까요. 그런데 재방문율이 생각보다 높아요. 단골손님분들도 많아졌고요.” 한 브랜드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 “사업이라는 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가려면 사람이 중요하죠.”
에이투비는 안홍준 대표 혼자가 아니다. 함께하는 팀원이 있고,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가 있다. "디저트 맛 조합은 애인이 많은 아이디어들을 제안해 줘요. 평소에 식문화나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 이런 것들을 브랜딩 하는데 좀 더 특화돼 있어요. 입에 붙는 디저트 이름을 짓는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하루의 상당 시간을 에이투비에서 보내는 팀원들 또한 브랜드가 지속력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제가 주도적으로 움직여달라고 하지 않아도 팀원들이 알아서 능동적으로 일해줘요. 운영 체계나 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도 먼저 제시해 주고요.” 팀원들과는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견해를 주고받는다. 이른 아침, 다양한 카페에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토의한다.
"브랜드 매출이 초기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저 혼자서는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믿음직한 동료들이 함께해 줬기에 가능했죠. 그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좋은 시스템을 에이투비에 적용해 줬고, 그게 손님들에게도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어요.” 안홍준 대표는 결국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건 결국 팀이라고 말한다. 팀의 호흡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대표이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복지가 무엇일지도 끝없이 생각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에이투비. 성수동에서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원할까. “제가 만든 브랜드는 가급적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했으면 좋겠어요. 성수동에 최근 많은 카페들이 생기고 있잖아요. 누군가 ‘밥 먹고 어디 가지?’하고 고민할 때 ‘에이투비 가자’하고 떠오를 수 있게 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에서 확실한 하나의 선택 안이 되도록 말이죠. 찰나의 순간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공간. 유행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성수동에서, 안정감을 주는 공간. 에이투비가 성수동 방앗간이 됐으면 해요.”
글, 사진 김승훈
인터뷰 에이투비 안홍준
부로컬리(@boolocally)가 진행하는 <TMI: THE MOST IMPORTANT>는 각자만의 소신을 바탕으로 꿋꿋이 살아가는 로컬 브랜드들의 가치와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기획된 캠페인입니다. 첫 번째로 선정된 지역은 바로 서울 성수동. 부로컬리는 남다른 콘셉트와 정체성으로 선명한 존재감을 가진 4개의 브랜드를 엄선했습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당신이 궁금할 로컬 브랜드들의 이야기', ‘TMI’ 캠페인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