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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로컬리 Jul 07. 2023

공간의 본질(maʁk)을
탐구하는 사람들

[부로컬리] 크리에이터 인터뷰 vol.16 프로젝트 마크

'의자'라는 단어는 구체적이다. 머릿속에 선연히 그릴 수 있다. 물론, 저마다가 그리는 형상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고가의 인체공학의자를, 어떤 사람은 유명 건축가가 만든 빈티지 체어를, 혹자는 등받이 없는 스툴을 스케치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자'라는 사물의 속성을 공유한다. 저마다 떠올린 의자의 형태가 다를지언정, 의자를 상상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다.


'분위기'란 단어는 정확히 그 반대 속성을 지닌다. '분위기'라는 활자 속에는 '네 개의 다리', '등받이'와 같은 공통 속성이 부재한다. 의자는 형상을 지닌 반면, 분위기라는 개념은 애당초 무형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연하게 그릴 수 없는 개념, 무형의 속성을 기반으로 유형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젝트 마크(Project Mark)다.


이들은 ‘기분’을 공유한다. 디자인에 앞서. 약동하는 계절의 향기, 소매 사이로 스며드는 계절의 온도, 마주 앉은 클라이언트의 모습, 현장에서 발굴한 수많은 편린들. 단편적으로 떠올랐던 단상들을, 이들은 테이블 위에 하나둘 쌓아 올린다. 수평선 같던 세 사람의 말은, 본질(mark)이라는 렌즈를 통과하는 순간 하나의 점으로 모여든다. 공간의 본질과 목적을 탐구하는 집단, 프로젝트 마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손재홍: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마크(@projectmark_official)의 손재홍입니다.

양지승프로젝트 마크의 양지승입니다.

송지형프로젝트 마크 송지형이라고 합니다.


세 분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사연이 있는데요우선 저부터 말씀드릴게요.


네.

저는 여러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았어요대부분 스튜디오의 색이 선명한 곳들이었는데요클라이언트들의 프로젝트와 스튜디오의 색이 상충하는 걸 보곤 했어요.


어떻게요?

동양적인 미감을 추구하는 브랜드에서 의뢰가 왔는데스튜디오는 대단히 서구적인 디자인을 지향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럴 땐 보통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나요?

프로젝트의 본질목적을 생각하면 디자이너의 색과 클라이언트 방향성의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고저는 생각하는데요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클라이언트의 요구보다는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따라갔다는 말처럼 들려요.

디자인의 방향이 프로젝트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요.

: 결국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독립한 이유는 디자인적 자아가 강해서거든요저도 마찬가지였어요기존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고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서 독립하게 됐죠디자인의 목적그러니까 본질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말이죠.


그렇군요.

프로젝트 마크는 그런 연유로 시작했어요 3 제가 설립했죠혼자서 1 정도 일을 하다가이후  실장이랑  팀장이 차례로 합류했어요 친구들도 스토리가 있는데요 실장이 이어서 얘기해 주시죠.

저는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9년 정도의 경력을 쌓았어요 회사는 화려하고 서구적인 미감들을 추구하는 곳이었는데요. 4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장식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의 본질과 디테일에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이후에는 성향이 정반대인 스튜디오로 이직을 했죠그곳에서는 3 정도 일했는데그간 체득해  스타일을 어떻게 소화해서  것으로 만들지 고민이 되더라고요이런 것들을 정리할  영국 유학을 준비했어요합격 통지를 받고 학기를 기다렸는데 와중에 코로나가 창궐했어요.



아.

당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프리랜서 활동을 했어요마땅한 작업실이 없다 보니 마감재 보기도 힘든 상황이었죠그때 학교 선배였던  실장님이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어요. '혹시 마감재  보러 사무실에 가도 될까요?' 하니 편하게 와서 보고자리도 하나 남으니까 필요하면 쓰라고 하시더라고요그래서 자연스레 프로젝트 마크 사무실에서 같이 지내게 됐죠저는  작업을 실장님은 본인의 작업을 하면서요근데 아무래도 같은 필드에 있다 보니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잦아졌어요많은 피드백들이 오가게 됐죠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저는 유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고요 실장님이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함께하게 되신 거군요.

저도 양극단에서 되게 혼란스러웠거든요저만의 색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던 시절이기도 했고요 실장님은 그런 부분에서 교집합이 있었어요평소에 워낙 말도  통했지만디자인에 대한 본질을 함께 궁구하고 의논할  있다는 점이 좋았고요. 재밌을 것 같았어요그래서 함께하게 됐습니다이제  팀장님이 이어서 말씀해 주시죠.

저는 1  정도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시작했는데요그곳은 어떤 콘셉트를 짤 때 말이나 글로 푸는 스토리텔링을 많이 하는 곳이었어요. 실무를 한 지 1년이 좀 지났을 무렵이었을 거예요시공 현장에 투입 됐는데그때 어떤 모순점을 느꼈어요.



무엇이었나요?

결국 공간은 실체를 만드는 과정인데 아무리 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떠올려도 그것들이 공간에 온전히 담기는 건 아니더라고요. 뭐랄까그간 배워온 지식의 반도 구현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어요결국 퇴사 후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실장님한테 연락이 왔어요사무실에 한번 놀러 오라고그렇게 처음 프로젝트 마크의 디자인 과정을 보게 됐는데  매력적이더라고요스토리나 콘셉트를 바탕으로 비주얼을 만들기보다는비주얼을 만들면서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마침  제게 합류를 권해주셔서 프로젝트 마크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오늘 인터뷰 자리에  명이 모인 이유가 있어요셋이 공동 대표거든요원래는 제가 대표였지만요. (웃음)


정말요?

: 10년 넘게 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많은  경험했어요정말  나가던 회사의 흥망성쇠도 봤고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돈도 돈이지만 명성이나 디자인을 특정인이 독식하면 지속성을 얻기가 어렵더라고요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요회사 다니면서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자아실현하지 말라는 말'과 '하고 싶으면  회사 차려서 하라'는 말들이요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자기 디자인자아실현   있게 해주고 싶었죠.


귀감이 될 만한 행보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표 디자이너만 조명받는 구조가 조금은 부당하다고도 생각했거든요 힙합 레이블 보면 각각의 아티스트들이 개인의 색과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운영하잖아요프로젝트 마크를 그런 식으로 운영해보고 싶었어요그래서 실행에 옮겼고요.











공간의 본질, 목적을 탐구하는 사람들 

프로젝트 마크


사진: 조동현

저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프로젝트 마크’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걸기도 하고누구는 지명(地名)을 내걸기도 하죠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본질, '목적’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마크(mark)’가 영미권에서는 사람 이름으로도 쓰이고기호 혹은 표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독일어로 본질(maʁk)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그래서 마크라는 단어를 고르게 됐어요.


마크 앞에 붙은 프로젝트는요?

손: '스튜디오(studio)', '아틀리에(atelier)'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았어요너무 거창하게 느껴졌거든요보통 작가주의적 성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단어를 이름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저는 그런 방향성을 지향하진 않았거든요단순해요프로젝트 마크는 프로젝트의 본질이라는 뜻이에요혹시나 다른 친구들은 다른 이름을 선호할 수도 있어서   정도 바꾸자고 얘기했는데  바꿔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의하셔서 그런 거 아닌가요?

'본질에 대한 탐구'라는 부분이 와닿았어요보통 디자인을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보고인데요솔직하게 보고 말하는 태도가 결국 본질을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거든요그래서 바꾸기 싫었어요너무 적절한 이름이잖아요. (웃음)


개성 넘치는 세 명이 모여 완성된 프로젝트 마크. 간혹 세 명의 자아가 충돌한 경우는 없었나요?

프로젝트 마크라는  안에서 각각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디자인을 앞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처음부터 각자의 색을 살리면 외부에서  때는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회사가   있거든요그래서 지금은 눈을 맞추고 있어요멋진 것을 발견하는 미의 기준과 관점을 조율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저도 형들과 같이 합을 맞추면서 제가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기도원래 가지고 있던 틀을 깨부수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지금은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죠.

오히려 각각의 색이 선명해서 좋은 점이 많아요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아우를  있거든요 경우는 동양적인 하이엔드 프로젝트들을 다수 경험해 봤고요 실장의 경우에는 유럽 스타일 디자인을 팀장은 일본풍의 작업들을 많이 해왔어요그래서 클라이언트나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이런 부분에서 맞춤이 가능해요주력이 다르다 보니 선택지가 넓어지는 거죠.











현장에서 길어올린 단상(斷想)들의 조합


본격적으로 공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프로젝트 마크의 방향성이 잘 구현된 공간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 지금 여기 프로젝트 마크 사무실로 설명드려도 재밌을  같아요.


좋습니다.

이곳은 프로젝트 마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어떤 부분을 추구하는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명확히 알려주는데 주안점을 두었어요옆에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아도착석하는 순간 그것들이 전해지도록 말이죠.


사진: 조동현

이를 위해 어떤 식으로 공간을 구성했을까요?

양: 가벼우면서도 단정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것들을 정돈했어요중앙에는 책장 파티션을 놓고, 여기에 각자가 좋아하는 건축가 서적이나 오브제를 비치했죠파티션 너머에는 업무 공간을 배치일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넌지시 보일  있게 했고요공간 한쪽에는 예전부터 함께 생활하던 열대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어요. 이외에도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끝을 스치는  프로젝트 마크의 취향과 히스토리를 흩뿌려 놓았죠이곳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신다면셋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속속들이 파악하실  있을 거예요완성이라기보다는 진행형에 가까운 공간을 염두에 뒀어요.



사진: 조동현

그렇네요. 프로젝트 마크만의 색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공간이 고스란히 모사하고 있네요. 사무실 말고 프로젝트 마크가 최근 작업한 프로젝트도 하나 정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서울 삼청동에 있는 데시데(@patisserie_decide)라는 공간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사진: 조동현

좋습니다.

손: 데시데(décidé)는 두 클라이언트 이름에서 한 글자식 딴 ‘결정’이란 단어를 불어로 바꿔 지으신 거예요. 두 사람은 파리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하고 돌아와 삼청동에서 거주 중인 연인이었는데요. 저희는 삼청동이라는 지역과 주민들의 정서, 동네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는데 집중했어요. 이를 위해 셋이 모여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 뱉었어요.


제공: 프로젝트 마크


어떤 식으로요?

현장을 둘러보며 ‘어떤  느꼈다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처럼 떠오른 단상들을 풀어놔요보통은 셋이 커피 들고 담배 피우면서 이런 대화들을 나누거든요제가  사람한테 ‘어땠으면 좋겠어?’ 하고 물으면 각자가 품었던 생각들을 줄줄줄 쏟아내요.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데시데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갔는데요여건이 좋지 않았어요물도 새고, 습하고, 천장 높이는 낮은데 바닥은 많이 올라와 있었거든요제약은 개선하면서도 매력적인 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한옥마을의 정서와 한옥에서 느낄  있는 요소들로 공간을 구성하기로 결정을 했죠.


한옥의 요소요?

데시데의 공간 형태는 기하학적으로 연출했는데요. 이는 한옥의 요소에서 차용한 부분이에요. 오늘날 공간 언어로 재해석한 처마서까래차경  각각의 구성들을 조각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것들이에요.



사진: 조동현


유독 천장에 눈길이 가는데요.

천장 높이가 낮다보니 어떻게 하면 공간감을 살릴  있을지 고민했는데요반사성을 가미하면   넓은 공간감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그래서 유광으로 처리했고요 테이블 쪽에만 조명을 강하게 줬어요사람들이 앉는 공간에는 조명이 없어요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장면과 각종 디저트들의 모습을 갤러리에 걸린 작품처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천장은 한옥 처마를 프로젝트 마크만의 해석으로 모던하게 풀고조명은 외부 채광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어요.


사진: 조동현


손잡이 형태도 독특해요.

진부한 얘기일  있는데요. (웃음어떻게 보면 공간의 첫인상이라고   있는  손잡이거든요데시데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전하려면  부분에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비정형적으로 생긴 출입문 손잡이는 세월의 흔적어떤 시간성이 느껴지게 하고 싶어 () 두드려 만들었죠손때가 묻으면 색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어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데시데가 프로젝트 마크가 추구하는 본질에 가까운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직은 계속 서로의 눈을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서요. (웃음물론 해마다 ‘이건 우리 색이  나왔다고   있는데하며 자평하는 그런 프로젝트들이 있긴 하죠최근 작업 중에서는 그래도 데시데가 많이 고민하고다르게 보이려 노력하고작업 과정에서 도출한 아이디어도 많이 반영된 공간이라고 말씀드릴  있을  같아요물론 내년에 같은 질문을 듣게 된다면 다른 프로젝트를 말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요. (웃음)











요즘 공간에 대해


최근 공간이 SNS 속 이미지로 쉽게 소비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런 상황을 낙관으로 혹은 비관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어렸을 때만 해도 군인 아저씨한테 편지를 써서 보냈거든요종이에 펜을 꾹꾹 눌러가면서 말이죠그러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메신저가 나왔고요요즘은 주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살게 됐죠종이와 펜이 없어도 말이죠.



그렇죠.

그런데 어떤가요방식은 점점 간편해졌지만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잖아요이미지를 친숙하고 쉽게 소비할  있는 시대가 된다고 해서 사진이나 그림의 본질이 달라지지도 않았고요메신저도편지도그림도 여전히 존재하고요마냥 비관적으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수단만 조금 바뀔 뿐이니까요.


그렇군요.

예전에  게임을 하다가 알게  사실인데요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유럽 살롱(salon) 문화에서 시작된 거더라고요살롱은 목적 자체가 접객이용자에게 좋은 분위기를 선사하는 거였고요.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차별성과 주목도를 높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테죠. 이건 오늘날 상업공간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라고 봐요작금의 상황이 결코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아요중요한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프로젝트 마크만의 색을 갈고닦는 것이에요그런데 이미지로 소비되는 현상낮아진 접근성 때문에 아쉬운 지점이 있긴 해요.


무엇인가요?

최초 창작자들이 정말 많은 피해를 봐요예를 들면 저희 셋이서  개월을 고민해서 만들어낸 공간이 안에 담긴 정수와 과정과 철학은 빠진  이미지로만 재현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디자인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껍데기로만 소비되면그런 공간들은 어느 순간 사람들 인식 속에 올드 패션(old-fashioned)으로 인식되고 말죠.


안타깝네요.

그래서 도리어 쉽사리 소비되지 않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해요, ‘클래식은 영원하다  있잖아요저희  모두 참고 자료를 찾을  고전을 탐독하려고 해요이미지로만 보는  아니라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건지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를 탐구하죠그걸 알아야 참고를 하더라도 디자인 계보를 유지계승할  있거든요디자인 생명력을 갉아먹는 길에 올라타고 싶진 않아요.



지금의 내용 또한 본질이라는 단어랑 연결되는 지점 같네요.

: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카롱에 비유해 볼게요. 어느 날 한국에  프랑스 제과사가 마카롱의 정통성을 대중에게 소개했다고 상정해 볼게요사람들이 하나둘 마카롱의 맛에 반하기 시작해요. 전국에 마카롱 붐이 일어요돈이 되자 너나   없이 마카롱 산업에 뛰어들어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해요. 모양은 비슷한데 맛이 전혀 다른 거예요. '아류의 아류의 아류'가 우후죽순 생겨나요. 어느 순간, 대중에게 마카롱은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각인되고 말아요디자인도 그런 현상에 봉착한  아닌가 생각해요어느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색과 언어로 만든 공간이 주목을 받으면그걸 모방하고 흉내 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이게 대중화에 기여하는  있지만대중으로 하여금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도 발생해요그런 부분들이  안타까워요.

계속 생각해보고 있었는데좋은 점도 있는  같아요.


어떤 건가요?

 업계에 몸담은 이래로 시장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된  처음 본  같아요. 공간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현상이업계에는 활력을 돌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봐요좋게 보면 공간에 콘텐츠가 하나  생긴 거고 말은  디자이너들이 해야  일도 많아진다는 의미기도 하거든요.

덧붙이자면 이런 현상 덕에 프로젝트 마크가 가진 무기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같아요흔히 쓰는 재료들을 사용해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다르게 보일지 골몰한다던지, 무엇을 하면 좀  다른 공간감이나 경험을 선사할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이런 흐름들 덕에 안주하지 않고 사유할  있는 저희에겐 긍정적인 부분이지 않나 생각해요.











기분에 대하여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사실   방법이  달라요아무래도 예전에 몸담았던 곳에서 배운 습들이 있어서.



그래서 재밌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에디터 님이 프로젝트 마크에게 작업을 의뢰하시잖아요그러면 저는 에디터 님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어떠한 디자인도 드릴 수가 없어요에디터 님을 만나서어떤 공간을 운영할지 들어야 상상할  있거든요사람과 브랜딩  무엇이 우선이냐고 하면 프로젝트 마크가 하는 작업은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씀드릴  있어요.


인터뷰랑 다를 게 없네요.

실제로 클라이언트랑 스무고개 하듯 이야기를 나눠요그러면서 동시에 머릿속 경험이란 서재를 뒤적이죠예전에 갔던 여행지나얼마  다녀온 공간 같은 찰나의 순간들거기서 경험한 온도향과 같은 요소  클라이언트와 어울린다고 판단되는 분위기를 꺼내 디자인의 방향으로 설정해요. ‘이런 분위기가 나오려면 이런 디자인이 좋겠다라고역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흥미로운 발상이네요.

공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있으면 실제로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해요레트로한 공간의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프로젝트를 작업할 때는 예전 어릴  사진첩을 계속 펼쳐보고요그때의 공기를 떠올릴  있는 것들과 계속적으로 옷깃을 스치려고 해요.

실제로 얼마  피자집 작업을  때는 어떤 장르를 들었다고 했죠?

힙합만 들었어요. (웃음)



취향에 맞지 않는 음악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겠네요.

다행히도 잡식성이에요. (웃음얕고넓게 아는  좋아해서 딱히 가리는  없어요.

: 예전에 한식당 작업  때는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님의 음악도 들었어요 실장이 음악을 되게 많이 알거든요그래서 어떤 공간의 경우에는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전해드리기도 해요.

공간을 미니멀하게 연출했는데케이팝이나 댄스 음악이 나오면 무드가 깨질  있잖아요향도 마찬가지고요공간을 아우르는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연결돼 있거든요공간이 이미지에만 국한되지 않으려면 결국 오감이  충족돼야 해요.



지형님은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얻으시는 편인가요?

저는 시행착오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평지로도 가보고얕은 강물에도  담그고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죠이런 과정들이 모이다 보면 알맹이만 남는 때가 와요저는 보통 굵직한 것들은 시원시원하게 풀어내는데디테일한 요소에는 시간이나 품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데시데의 경우손잡이 스케치만 수십 가지를 그렸어요. (웃음)

 팀장은 정말 모든 가능성을  열어보려고 애써요하나의 목적에 다가가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나아가죠.

사실 대다수의 스튜디오가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는 있는데요지형 팀장은 문을    열어보는 스타일이죠. (웃음이런 스타일이  팀장만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군요.

그리고 중요한  있어요 모두 기분에 대해 이야기해요.


기분이요?

라쿠엔(lakuen)이라는 일식집 프로젝트를  때였어요아류의 아류가 되지 않기 위해 원류를 좇고 있었는데요마침  실장이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레드(Red)>를 소개를 해줬어요셋이서 그걸 한참을 보다가그림을   느낀 각자의 기분이 있잖아요그걸 공유했어요 내용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상했고요.


사진: 조동현


기분을 공유하는 것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 게 신기하네요.

그런가요? (웃음저희는 방문했던 공간이나인상 깊게  영화가 있으면 디테일에 대해서도 논하지만그걸 감상하며 느낀 각자의 기분을 취합해요사실  실장이 앞서 말한 분위기라는 것도 순간의 기분이라   있고돌다리를 두드리며 확신을 찾아가는  팀장의 작업 방식에도 그가 느낀 기분이 얽혀있거든요이것들을 영감의 출발선으로 잡는  같아요.

분명 콘셉트가 필요한 공간도 있지만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분위기나 기분처럼 추상적인 것들에   주목하려고 하고 있죠.


보통 인터뷰 말미에 최근 인상 깊게 본 작업이나 작품을 여쭤보곤 하는데요. 오늘은 질문을 좀 바꿔야겠네요. 최근 인상 깊게 본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걸 볼 당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답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게 프로젝트 마크의 방향성 약간 이런 것들과 더 잘 맞는 답변이 될 것 같아요.

작년에 <>이라는 영화를 봤어요스토리는 가물가물한데특정 장면들은 새록새록 기억나요머나먼 미래를 상상했을  나온 건축 조형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어요저런  하고 싶다 생각한  같기도 하고요.

저도  실장이 추천해 줘서  영화를 봤는데요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어요인테리어를 배우다 보면 당연시하는 기본 사항들이 있거든요의자는 어떻게 해야 하고창문은 어때야 하고 새시는  써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근데 영화 속에 나온 공간들은  하나도 합리적인  없었어요불합리함 투성이었죠.


어떤 부분이요?

목적 자체가 그간 일반적으로 해왔던 건축인테리어에서 많이 벗어나 있더라고요보통 데드 스페이스라고 하는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서는 도리어 경건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던지창문이 말도  되게 두껍다던지 하는 것들이요충격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합리함도 용인할  있겠구나 싶었죠공간에 상징적인 요소가  수도 있으니까요공간을 공식처럼 접근하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렇군요.

저는 작년 팀원들과 함께 워크숍으로 사유원에 갔을 때가 인상 깊었어요이걸  이제야 봤지 하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국내에서 쉬이 보기 힘든 스케일과 퀄리티이기도 해서 감탄도 했고요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빛의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건물 안으로 들여오는지벽을 어떤 식으로 구성해서 시퀀스를 만들어내는지와 같은  한국에서   있어서 즐거웠어요무엇보다 신기했던 그날 걷기 좋은 날씨는 아니었는데요그럼에도 걷는  정말 좋았어요다음 목적지로 얼른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웃음) 


 작업 외의 시간에 무엇을 하시는 편인가요? 

형식적일 수도 있는데 진짜 시간이 나면 책을 읽고요그게 아니면 그냥 음악을 듣고 아니면 영화 보고 드라마 보고그러다 뭐가 떠오르면 스케치도 그려보면서 지내요.

저는  달라요중학교 이후로 책은 거의  기억이 없어요. (웃음보통 집에 있을 때는 영상물을 많이 찾아봐요패션쇼뮤직비디오영화 가리지 않아요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에디터님도 어찌 보면 지금 디자인 계의 언더독(under dog)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다니시잖아요저도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좋아하거든요그분들을 만나면 에너지나 사고방식들을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여유가 되면 틈틈이 그런 것들을 챙겨보죠희한하게도 그런 것들을 접할  불쑥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뭐랄까현실이란 제약에서 벗어난 세상이잖아요그런  접할  상상력이 커지는  같기도 하고요실제로 어떤 게임 속에 나온 건축물을 보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도 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프로젝트 마크가 앞으로 어떤 집단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시는지 궁금해요. 

오랫동안 디자인 할 수 있는 집단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하고 싶게 만드는 집단이요.

프로젝트 마크에 합류하는 모든 구성원 하나하나가 빛날 수 있는 집단이 됐으면 좋겠네요.



에디터 김승훈

인터뷰 프로젝트 마크





부로컬리(Boolocally)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이 되는 공간을 소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인터부(INTERBOO)는 매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마주(inter) 앉아 공간을 보는(view) 그들만의 태도를 부로디(BOOlody)에게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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