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품 브랜드의 봄 신상품 소개 기사를 읽으면서
작성 노운아 (盧韻芽)
솔직히 본인도 자신 없다. 맛깔스럽고 번역식 어투가 아닌 국어다운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독자에게 고개를 끄덕일만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감탄을 자아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들 모두는 책을 많이 읽었나. 그럼 본인은?
국어. 이 지점에서 본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국어 문장은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번역식의 문장이라는 주변의 평가. 그럴 법도 한 것이 본인의 대학 전공은 영어영문이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1년 어학연수를 했으니, 본인의 국어 실력이 어딘지 어색할 수밖에 없다는(?) 애써 담담한 자의적 해석으로 이 고민을 끝냈다. 그렇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영어를 언제 시작했더라. 아, 13살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늦어도 너무 늦네?
조기 외국어 교육도 받아보지 못한 본인은 외국어가 모국어 형성에 간섭할만한 여지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색한 국어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궁금증은 커진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랐다거나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해본다. 맛깔스러운 표현과 미문(美文)의 관점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신춘문예 등단작 심사평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번역식 문체가 다소 거슬린다”는 조의 무책임한 평론을 언제까지 읽어야 하는지, 자조 섞인 한탄을 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패션 한국어’는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라는 지점에서 한국어를 바라보고자 한다. 번역식 어투, 외국어 사용, 맞춤법 오기에 관한 대한민국의 모국어 국어의 관점으로 잘못을 질책하는 날카로운 지적질이 아닌 한국어 관점에서 한국어를 바라보고자 한다.
중앙일보 신문을 읽던 3월 23일,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하였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에트로는 지난 17FW ‘레인보우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후 그 인기에 힘입어 이번 18SS에서 과감해진 컬러감과 프린트를 자랑하는 ‘레인보우 프린트 컬렉션’ 라인을 선보였다.
에트로
사이키델릭한 화려한 컬러와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한 플라워 프린트를 만나 키치(Kitsch)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을 완성하였다. 브랜드의 상징인 ‘E’ 로고의 금속 버클이 고급스러우며, 탈부착이 가능한 숄더 스트랩은 다양한 색실로 꼬임 장식을 더해 정교하고 섬세한 느낌을 더했다.
오른쪽 큰 사진의 왼쪽 위는 정사각형의 디자인에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를 바탕으로 보색인 보라색으로 테두리를 장식해 더욱 화려한 핸드백이다. 가방 보디에 프린트된 다양한 플라워 프린트와 함께 뛰어노는 토끼가 그려져 있어 마치 꿈속의 원더랜드를 연상시킨다. 숄더 스트랩 외에 톱 핸들이 달려 있어 토트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크기는 27.5ⅹ22.5ⅹ8cm. 가격은 215만원이다.
미니 사이즈 크로스보디 백은 블랙 바탕에 플라워 패턴과 토끼를 프린트해 프린트가 더욱 돋보이는 핸드백이다. 아기자기한 프린트와 앙증맞은 사이즈 덕분에 젊은 여성들도 귀엽게 연출하기 좋다. 크기는 18.5ⅹ12ⅹ7cm. 가격은 155만원.
파스텔 톤의 연보라 컬러 위에 그려진 플라워 패턴이 은은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숄더백이다. 꼬임 장식이 있는 숄더 스트랩과 함께 소가죽의 크로스 보디 스트랩이 내장돼 있어 투웨이로연출할 수 있다. 크기는 24.5ⅹ18ⅹ9cm. 가격은 188만원 이다.
왜 이러는 것일까? 사정이 이러하다면 영어로 기사를 작성해도 될 텐데….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 텍스트를 보고 나름 재미있는 것을 캐내려고 ‘패션 한국어’를 시작한 거니깐. 오늘은 어느 명품 브랜드의 신상품을 설명하는 기사를 보고 ‘–하다’ 접미파생어를 살펴보려고 한다.
-하다
파생 접미사로서 한국어의 품사 명사, 일반부사, 의성의태어 부사, 형용사 등 뒤에 붙어서 동사를 파생한다. 또는 명사, 명사성 어근, 부사 뒤에 붙어 형용사를 파생한다. 동사의 예를 들면 사랑하다, 공부하다, 못하다, 잘하다, 두근두근하다 등이 있다. 형용사의 예를 들면 고요하다, 다정하다, 미끈미끈하다 등이 있다. 파생 접미사는 어근의 품사를 변이시킨다. 따라서 형용사나 동사로 변환된 품사는 다시 오늘 이야기할 체언 앞에서 수식하는 관형사형으로 문장에서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파생 접미사 –하다를 사용한 문장을 기사에서 축출해 보면, 아래와 같다. 그리고 원래 품사 명사 뒤에 붙어서 관형사형을 나타내는 문장과 외국어 형용사에 –하다를 붙여 뒤에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사형으로 나누었다.
□ 아기자기한 프린트
(아기자기–하다, 부사+하다-> 형용사 품사 변이)
□섬세한 느낌
(섬세-하다, 명사+하다-> 형용사 품사 변이)
접미파생어의 법칙과 꼭 맞는 표현이다. 물론 프린트는 문양 또는 무늬로 순화해서 써 볼 순 있겠다. 그렇지만 그 부분 지적하지 않기로 한다. 이렇게 접미파생어 –하다 뒤에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사형 –ㄴ이 붙어서 문장에서 명사절로 쓰이고 있다.
자, 그렇다면 아래를 보자!
□사이키델릭한 화려한 컬러
(psychedelic-하다 / 화려-하다 )
컬러는 물론 색조로 순화하여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적질 하지 않겠다. 컬러라는 체언을 수식하려고 앞에는 관형사형이 두 개가 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 싸이키델릭(?). 이렇게 싸이키텔릭으로 끝내는 것이 맞겠지만, 왜냐하면 한국어는 형용사가 영어와 달리 마치 형용-동사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이점 관련해서 이번 브런치에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형용사라는 품사 psychedelic에 다시 접미사-하다를 붙여서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사형으로 창조한 사이키델릭한 어휘가 꽤 감각적이다. 패션 한국어답다. 형용사의 형용사라는 이상한 품사가 탄생하였다.
□키치(Kitsch)하면서도 화려한 모습
(Kitsch-하다 / 화려-하다)
키치는 품사가 명사이다. 따라서 키치-하다는 충분히 조어할 수 있다. 물론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다. 패션 한국어이니까! 화려하다는 화려라는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로 파생됐다.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키치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이라는 표현은 이상하다. 키치는 질 낮은 물건이나 예술품을 의미하는데 기사문을 읽어보면 앞뒤 문맥이 꼭 질 낮고 저급한 의미로 쓰인 것 같지는 않다.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
(vivid-하다 )
마찬가지로 영어 형용사의 품사에 다시 -하다를 붙여 억지로 형용사의 형용사로 품사가 창조된 단어다. -하다의 생산성이 크다는 점이 엄청난 패션 한국어를 창조해내고 있다.
결국, 위 세 표현을 다시 수정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싸이키델릭 화려한 컬러
2) 키치하면서도 화려한 모습
3) 비비드 오렌지 컬러
1) 번과 2번)은 한국어가 섞여서 한국어로 썼다지만 자 3) 번 표현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
그렇다면 왜 한국어로 쓰는 거죠? 영어로 쓰시죠? 그렇지만 그런 물음은 패션 한국어에서는 하지 않는다. 영어와 한국어가 복잡하게 섞인 문장을 계속 보다 보니 본인의 한국어가 외국어 표기처럼 어색하고 투박한 것이라는 일종의 변명을 던지며, 오늘의 패션 한국어 파생 접미사 –하다의 설명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