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전생 이야기 2

참선수첩(禪帖) p.3

by 분촌

사람의 전생은 사람이었을 확률이 높다는 설도 있지만, 나는 최소 한 번은 동물이었던 것 같다.

10년 전, 화두선에 발전이 더딘 것 같아 2년 정도 위빠사나로 관심을 돌린 적이 있었다. 명상센터도 다녀오고 매주 명상 모임도 하며 그때도 참 열심히 쫓아다녔다.


어느 겨울, 경기도의 어느 사찰에서 단 3~4일 정도의 단기 과정이 있어 참가했었다.

그때도 법사님의 주문은 불시에 이루어졌다. 티베트 명상 때와는 달랐지만, 영상을 끌어내는 시간을 한 번 가진 것이다.

무어라 설명도 없이 법사님의 말소리를 따라 의식을 이동시켰다. 이상하게도 그때의 방법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앞의 사건보다 가까운 과거인데도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건, 그 당시 나의 심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식이 깊어졌을 때, 나는 문득 눈앞의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맑은 물은 아니었다. 물결이 출렁이며 내 입 높이까지 올라왔다. 눈앞에 엄마 코끼리가 있었다. 소리를 내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기 코끼리의 모습으로 넓은 연못 속에 들어가 있었고, 연못 주변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내가 본 영상은 그게 다였다. 엄마 코끼리의 눈빛과 출렁 밀려오던 물결이 생생하다.

그게 내 전생이라는 말씀은 없었다. 그냥 무얼 보았는지 묻고 듣기만 하셨다.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시면서도 왜 그걸 했는지, 그 영상은 무엇인지 말씀은 없으셨다.


아무튼 그때 나는 아기 코끼리가 되었다가 깨어났다. 설명은 없었지만 전생인가 보다 짐작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건 짐작했을 것이다. 그때 수강생은 열 명도 되지 않았는데, 영상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는지 조차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당시 내 심리 상태는 불안정하고 힘들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이번에도 또다시 '나는 언제 죽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연못 속의 무언가를 잘못 먹고 어려서 죽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냈다. 오로지 느낌에 의존한 결론일 뿐이지만.

이전 체험에서도 나는 어려서 죽었거나 아주 젊을 때 죽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느낌대로라면 나는 매번 명이 짧았다.

쉰 줄에 들어섰으니 이번 생은 오래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돈을 잃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이 내 목숨값이라는 미신 같은 말을 했다.

병원에서 만난 어느 팔십 노인분이 당신은 청춘에 죽었어야 할 정도로 명이 짧은 사주인데 아주 오래 사셨다며, 주변 사람들 어려운 사정에서 구해주느라 번 돈을 많이 써서 명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일부러 명을 늘리려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내며 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돈을 안 쓰고 모았더라면 일찍 죽었을 거라 하셨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을 술술 다 내보낸 지인도 그게 자기 목숨값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신 같기만 한 말이지만, 미신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는 것처럼, 미신이라는 증거도 없긴 마찬가지다.


누가 알겠나?

전생, 명, 목숨값 같은 걸 누가 증명할 수 있겠나?

그러나 증명되지 않은 걸 믿기도 힘들지만, 인류의 과학 수준이 우주의 나이에 비해 일천한 것을 생각하면, 지구인들의 과학으로 못 밝혔다고 해서 다 미신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숭산 스님의 화두는 '오직 모를 뿐'이었다.

그렇다.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우주의 입장에서 몇 개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고통이 있어서 부처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