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다에게

참선수첩(禪帖) p.5

by 분촌

파도는 기대어 일어나니

바다여, 바위를 보아라.


바위가 없다면 거친 물보라도 없으니

바다여, 바위를 보아라.


바위가 사라지면 흔들림도 사라지니

바다여, 바위를 보아라.


바위를 보아야만 그침을 시작할 수 있으니

바다여, 바위를 보아라.


바위는 나타나야 사라지니

바다여, 네 눈을 바위에 묶어두어라.


바위는 찾아주어야 사라지니

바다여, 네 눈이 길잃지 않기를......


문득 슬퍼지는 것은

바다가 바위에 기대는 탓입니다.

문득 화가 나는 것도

바다가 바위에 기대는 탓입니다.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움과 좋아함,

싫어함과 미워함도 그렇습니다.

바위가 크면 클 것이고

바위가 작으면 작을 것이고

바위가 없으면 없을 것입니다.


나는 슬퍼할 것이고, 화낼 것이고,

좋아할 것이고, 싫어할 것이고,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고,

미워도 하고 그리워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큰 바위는 섬기지 않겠습니다.

작은 바위도 섬기지 않겠습니다.

그냥 바라보기를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