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수첩(禪帖) p.6
"김광석은 겨울만 되면 죽음이 생각난다고 한다."
어느 겨울 저녁, 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가 그렇게 말했다.
몇 년 후 또 다른 어느 겨울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나는 ‘이걸 의미한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한 계절이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할 수 있다니...
나는 그저 음악 하는 사람의 감수성인 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의 나이를 넘어가자 나 역시 겨울이면 기분이 무거워지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어려서는 모든 계절이 다 좋아서 ‘무슨 계절을 가장 좋아하느냐?’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대답하려면 많은 고민까지 해야 했다. 봄에는 봄이 가장 좋았고, 여름에는 여름이 가장 좋았고, 가을에는 가을이 가장 좋았고, 겨울에는 겨울이 가장 좋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설레고, 기대가 되고, 신나고, 다가올 즐거운 일들을 상상했었다.
문제는 봄을 특히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생겼다. 겨울이 특히 덜 좋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겨울이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김광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기분이 ‘괜히’ 울적했다. 사실 ‘괜히’는 없겠지만, 원인이 있다고 해봐야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니 ‘괜히’가 맞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호르몬의 탓일 수도 있을 테고.
운동이 끝나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스튜디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자니 또다시 마음이 쓰려온다.
이러니 김광석의 기분을 이해할 수밖에.
이 기분을 계속 가져갈 마음은 없다.
벽에 머리를 기대고 컵에 시선을 두면 오래지 않아 내가 보인다.
이제 다른 길을 낼 수 있다. 찰나 간에 길이 갈라진다.
김광석은 그의 길로 갔고, 나는 나의 길에 안착했다.
나를 만난 후에 마주하는 슬픔은 아름답다.
슬픔은 슬픔이 아니라서.
커피도 다 마셨고, 볼일도 다 봤으니 이제 일어선다.
여정의 끝에는 테이블 바구니에 새로 가득 담아 둔 동그랗고 하얀 박하사탕.
(2025.12.05.)